7일 새벽 서울 강남구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사무실에서 소환조사를 마친 뒤 밝은 표정을 지으며 나오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사진=연합뉴스
지난 6일 오전 9시 25분쯤 서울 강남역 허익범 특검 사무실에 도착한 김경수 지사는 이날 오전 3시 50분쯤 조사를 마치고 건물을 나섰다.
김경수 지사에 대한 신문은 전날 자정쯤까지 14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이후 그는 변호인과 함께 조서 열람에 3시간 50분가량을 할애했다고 한다.
특검 건물 앞에서 취재진과 만난 김경수 지사는 “충분히 소명했고, 소상히 해명했다”며 “수사에 당당히 임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검이 혐의를 뒷받침할 유력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김 지사는 “유력한 증거나 그런 게 확인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특검은 김경수 지사가 지난 2016년 11월 드루킹 김동원 씨가 운영한 경기도 파주의 느릅나무 출판사를 찾아,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을 본 뒤 사용을 승인·묵인했다고 보고 있다. 또한 2017년 12월 드루킹에게 일본 지역 고위 외교공무원직을 대가로 6·13 지방선거를 도와달라고 요구한 것이 아닌지 의심한고 있다.
그러나 김경수 지사는 이날 피의자 조사에서 이 같은 혐의에 대해 적극적으로 부인하는 진술을 내놓았다. 그는 특검에서 “킹크랩 시연회를 본 기억이 없으며, 드루킹이 불법 댓글조작을 하는 줄도 몰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드루킹과 인사 추천 문제로 시비한 적은 있지만, 그 대가로 “지방선거를 도와달라”는 등의 ‘거래’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김 지사가 드루킹과의 메신저 대화 등 각종 물증 앞에서도 혐의점을 부인하는 등 증거인멸 우려가 적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에 김 지사의 진술 내용 분석을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차 수사 기간을 18일 남긴 상황에서 특검은 김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주중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김 지사 측은 특검이 드루킹 일당의 진술 등에 지나치게 의존, 무리한 논리로 자신을 겨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검이 피의사실 공표를 일삼거나 진상규명 대신 정치적 갈등을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편 특검은 김 지사 신병 방향이 정해진 이후 이번 사건에 연루된 다른 여권 핵심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전개할지 여부도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 안팎에서는 김 지사에게 드루킹을 소개해준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 드루킹의 인사청탁 의혹에 관여된 백원우 민정비서관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