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기밀인지 확인 필요…해체되는 마당에 수사 가능성은 ‘글쎄’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기무사 개혁방안에 대한 시민단체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있다. 고성준 기자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공개 긴급기자회견을 가진 것은 지난달 30일. 임태훈 소장은 기자회견에서 기무사가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의 통화내용을 감청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센터 측은 기무사 내부 조직 구조도 등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명백한 군사비밀보호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기무사 관계자는 “기무사 구성원이 몇 명인지, 부대 구성이 어떻게 이뤄져 있는지는 군사기밀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보도자료에 적시한 것이 위법인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군 소식에 밝은 국회 관계자 역시 자료를 살펴본 뒤 “기무부대 편성은 기밀에 해당한다고 알고 있다”며 “단순 대외비도 아닌 기밀 자료가 맞다면, 저렇게 대놓고 보도자료에 실린 것은 군 보안에 큰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태훈 소장이 기자회견 당일 공개한 자료 캡처.
빈틈을 잡은 자유한국당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3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송영무 국방부 장관, 이석구 기무사령관을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같은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공개한 이후 이틀 후인 7월 6일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의원이 공개하지 않은 내용까지 추가 폭로했다”며 “이들에 대해 형법 제27조 공무상 기밀누설, 군사비밀보호법 제10조 등 업무상 군사기밀 과실 혐의로 고발조치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태훈 소장의 긴급 기자회견 10일 전인 7월 20일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언론에 공개한 각종 자료들 역시 군사기밀이었기에, 이 자료에 관여된 이들 모두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김성태 대표가 언급한 군사기밀보호법 제10조(군사기밀 보호조치의 불이행 등)에는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표시, 고지나 그 밖에 군사기밀 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13조에는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사람 또는 취급하였던 사람이 그 업무상 알게 되거나 점유한 군사기밀을 타인에게 누설한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적혀 있다.
청와대와 국방부 측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0일 공개한 문건에 대해서는 “2급 기밀 문건으로 도장만 찍었지, 기밀로 분류하지는 않았다. 67페이지 분량의 문건 역시 보안심의위원회를 열어 비밀을 해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당 측은 “지난 7월 20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공개한 문건을 23일 오후가 돼서야 보안심의위 회의를 열어 해제한 게 아니냐”고 반발하며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을 주장하고 있다.
기무사 측은 임태훈 소장의 문건 유출에 더 예민하게 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다. 앞선 기무사 관계자는 “우리도 정확히 모르는 내용들을 어떻게 언론에 공개할 수 있냐”며 “어떻게 그 자료가 유출됐는지, 처벌 여부를 떠나 누가 어떻게 임 소장에게 자료를 넘겼는지는 수사해야 하지 않겠냐”는 입장이다.
기밀 문건에 대해 예민한 군 입장에서는 당연한 소리다. 하지만 기무사가 해체되는 마당에, 관련된 수사 정보 유출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물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기무사를 해체하기 위한 명분으로 각종 문건들이 공개된 마당에 민군 합동수사단이 문건 공개 과정을 문제 삼아 현 권력을 수사할 수 있겠냐”고 전망했다.
서환한 기자 brigh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