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직원의 ‘선산’ 관리 등 배임 의혹들 드러나…금호산업 경영권 되찾는 과정 위법행위 가능성도
이를 위해 검찰은 서울남부지검의 특수부에 해당하는, 형사6부(김영일 부장검사)에 사건을 배당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수사하고 있는 곳으로, 검찰 내에서는 “이러다가 형사6부가 항공 전담 수사부가 되겠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2년 정도 지속될 재판까지 감안할 때, 항공업계 큰형(대한항공)과 작은형(아시아나항공)의 수난사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말도 공공연히 돌고 있다.
# “제대로 수사한다” 말 공공연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수사팀은 최근 대한항공 수사 과정에서 “다음은 금호를 털겠다”고 공언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대한항공 수사가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지 않냐”며 “서울남부지검에 사건을 배당한 것은 ‘금호를 꼭 잡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수사팀에서 대놓고 ‘다음은 아시아나’라는 말을 할 정도”라고 분위기를 귀띔했다. 대한항공 수사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억울하지 않게 아시아나를 수사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며 “대한항공을 수사하듯, 아시아나를 샅샅이 살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 안팎에서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수사 시작점은 하청업체를 상대로 한 갑질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시아나 직원들이 시내에서 집회를 하고, 회사 문제 폭로에 나선 계기가 바로 기내식 공급 하청업체 대표의 자살 사건이었기 때문.
지난 7월 2일 오전 9시 인천공항을 출발해 일본 나리타로 갈 예정이었던 아시아나항공 OZ102편 등에서는 승객이 먹을 식사가 제때 실리지 않아 출발이 2시간 가까이 지연됐는데, 이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 서비스를 공급하던 하도급 업체 대표 A 씨가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숨진 A 씨가 대표였던 화인CS는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공급하는 샤프도앤코코리아의 재하도급 업체다. 화인CS는 기내식 납품에 차질이 생기면 납품 단가가 낮아지거나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등 불공정한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A 씨는 숨지기 전까지 납품을 준비해야 했다. 또한 긴박한 납품 기한에 대한 스트레스를 주변 사람들에게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금호아시아나 광화문 사옥에서 ‘기내식 대란’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갑질 계약 논란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하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오히려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직원들이 경영진 규탄 촛불집회를 열고 익명의 SNS 채팅방을 열어 회사 비리 폭로에 나서면서 수사당국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확산됐다. 직원들은 익명의 채팅방을 통해 언론 등에 박삼구 회장 환영을 위한 스튜어디스 동원 및 과잉의전 등 각종 비리를 폭로했다.
아시아나항공 임직원 익명 채팅방에서는 사진과 함께 ‘과잉 의전’ 강요 문제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사진=아시아나직원연대 채팅방
그 밖에 박삼구 회장 관련 배임 의혹들도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경영권을 행사하던 2015년 무렵까지 박 회장 가족 묘역 관리를 금호타이어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 직원들에게 맡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묘뿐 아니라 전남 나주에 있는 선산 관리에도 비정규직 직원들이 동원됐는데, 원래 이 협력업체 직원들이 금호타이어에서 맡은 일은 사내 조경과 외부 미화으로 박 회장 선산 관리는 도급 계약에는 없었다.
검찰은 현재 박삼구 회장 고발 건을 서울 강서경찰서로 내려보내 지휘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나그룹 관련 각종 비리와 첩보를 모으고 있는 검찰이 대한항공 수사 종료 시점과 맞물려, 아시아나에 대한 직접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다.
# 진짜 문제는 ‘회사 비리’…수사 확장성은 대한항공 못지 않아
수사당국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기업 경영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위법행위 가능성에 주목한다. 특히 금호산업의 경영권을 되찾는 과정에서 계열사와 재단 등을 동원한 것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최근 벌어진 공익재단 관련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 가장 문제가 된 곳이 금호그룹”이라며 “문제 될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귀띔했다.
실제 공익법인법에 따르면 공익법인은 재단법인이나 사단법인으로 사회 이익에 이바지하기 위해 학자금·장학금 또는 연구비 보조나 지급, 학술·자선에 관한 사업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문제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같은 일부 대기업들이 공익재단 등에 출자하는 방법으로 편법 경영에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금호산업 경영권을 되찾는 과정에서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과 죽호학원을 동원했다. 박 회장이 새로 설립한 그룹 지주사 금호기업에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과 죽호학원이 출자했고, 금호기업을 통해 금호산업 지분을 인수하면서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붙여 시가보다 비싸게 매수했다. 이런 주식 매입이 의결권 행사로 이어졌고 박 회장 일가의 지배권 확보 수단으로 활용됐다.
앞선 사정당국 관계자는 “금호산업 인수와 금호타이어 재인수 시도 과정에서 실탄 마련을 위해 금호그룹이 무리하게 계열사들을 동원하지 않았냐”며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잡음들이 흘러 나왔다. 박 회장의 횡령과 배임 등 다른 혐의로 확장될 여지가 많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앞선 검찰 관계자 역시 “대한항공 오너 일가 비리는 세금을 신고하지 않고 물건을 가지고 해외에서 들어오는 등 개인적인 여지가 많았다면 금호는 이보다 굵직한 경영비리 관련 얘기가 많이 들린다”며 “대한항공 때와는 또 다른 형태의 수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서환한 기자 brigh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