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든 괴수 조각상도…1992년 복원 때 20세기 대표 상징물 추가
[일요신문] 스페인 서부에 있는 살라망카는 르네상스, 로마, 고딕, 바로크 등의 양식이 혼재해 있는 고대 문화예술의 도시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유적은 16~18세기 사이에 건설된 ‘새 대성당’이다.
고딕 양식과 바로크 양식이 뒤섞여 있는 이 대성당 외벽에는 여느 대성당처럼 수많은 조각상들이 장식되어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름 아닌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두 개의 조각상이다. 하나는 북문 아치에 자리 잡고 있는 우주인 모양의 조각상이고, 다른 하나는 그 아래에 위치한 콘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는 괴수 모양의 조각상이다. 아니, 16~18세기에 우주인과 콘 아이스크림이라니 이게 어떻게 된 걸까. 정말 타임머신을 타고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하기라도 했던 걸까. 더욱이 마치 우주 공간을 날고 있는 듯 우주복을 입고 머리에는 헬멧을 쓰고 있는 우주인 조각상은 누가 봐도 20세기의 것과 너무 똑같아 소름마저 돋는다 .
사정이 이러니 지난 몇 년 동안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진위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가짜라고 의심하는 사람들은 “사진은 조작된 것이다” “포토샵으로 우주인 조각상 그림을 합성한 것이다”라고 말했는가 하면, 진짜라고 믿는 사람들은 “먼 옛날 우주인이 지구를 방문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둘 다 틀린 말이다. 실제 이 조각상은 대성당에 장식되어 있긴 하지만, 다만 16세기에 조각된 것이 아니라 최근에 복원 작업을 하던 중 새로 만들어진 것이다. 바로 지난 1992년, 복원작업을 담당했던 석공인 미구엘 로메로의 작품인 것. 이는 복원작업을 총괄 감독했던 제로미노 가르시아가 기획한 것으로, 20세기의 대표적인 상징물로서 우주인을 첨가한 것이었다. 이렇게 시대의 상징물을 새롭게 장식하는 것은 ‘새 대성당’의 건축가와 복원전문가들 사이에서 내려오는 전통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어뮤징플래닛’.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