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태 장기화… 모든 걸 덮었다
천안함 사태 야당 유리?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천안함 침몰 사건’은 조사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여 침몰 원인이 밝혀지기까지 여야는 책임 소재를 두고 뜨거운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천안함 침몰 사태’가 결과적으로 여야 어느 쪽에게 더 큰 파장을 미치게 될까.
지방선거만을 놓고 보자면, 정치전문가들은 대체로 ‘천안함 침몰 사건’이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에게 ‘새로운 국면’을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나쁘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한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인해 세종시 문제나 안상수 원내대표의 봉은사 외압발언 등 그 여파가 계속될 문제들이 모두 뒤덮여 버렸다. 한나라당으로서는 과거 이슈를 잠재웠다는 측면에서 천안함 국면에서 새로운 전략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현재의 국민들의 관심은 온통 천안함에 쏠려 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만 효과적으로 마련하면 전략 짜기는 오히려 쉬워질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정부는 천안함 사태를 지방선거까지 최대한 이슈화하려고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정치권 관계자는 천안함 침몰의 원인이 정부 측에 있는 것으로 결론지어질 경우에도 선거에 그리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2004년 4·15 총선을 앞두고 터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사태는 거센 역풍으로 인해 열린우리당의 압승을 예견케 했지만, 결과는 152석으로 예상에 미치진 못했었다. 이는 국민들의 ‘역견제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것.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민주당과 야당이 천안함 침몰이라는 대형 사건이 터졌음에도 그 반사이익을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천안함 사태로 인한 정부비판론에 대응해 한나라당의 전통 지지층인 보수표가 결집하고 여론의 역견제 심리가 작용해 한나라당에 유리한 구도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큰 사건이 일어났을 경우 여론이 이것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간을 한 달 정도로 보고 있다. 이 기간이 지나가면 급격하게 관심도가 떨어지게 된다는 것. 천안함 침몰(3월 26일) 한 달이 지나는 4월 말 무렵이면 여야의 공천 결과가 윤곽이 잡히는 시기다. 천안함 사태로 인해 한나라당은 공천과정에 대한 잡음도 언론에 ‘덜’ 노출시키게 되는 이득까지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친박정당 예상 성적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사촌오빠인 박준홍 전 축구협회장이 대표로 나선 ‘친박연합’과 미래희망연대(구 친박연대) 이규택 전 대표가 중심이 된 ‘미래연합’ 등 공식화된 ‘친박정당’만도 최근 두 개가 생겨났다. 여기에 미래희망연대의 한나라당과의 합당에 반발하고 있는 친박계 인사들도 상당수 이들 정당에 합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친박 세력들의 ‘분화’는 지방선거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할까.
정치전문가들은 이들 친박세력들이 대구를 중심으로 한 경북 지역과 충청권에서는 어느 정도 ‘소득’을 낼 수 있다고 전망한다.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도 역시 타 지역에 비해 이들 두 지역에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리얼미터의 지난 3월 29일~4월 2일 조사 결과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대전·충청 41.4%, 대구·경북 49.0%로 나타났고, 리서치앤리서치 조사(4월 6일~7일)에서도 대전·충청 48.5%, 대구·경북 53.1%로 나타났다. 다른 지역의 지지율이 20%대임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임을 알 수 있다. 미래연합과 친박연합 모두 이들 지역에 후보자를 내고 당선시키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여기에 미래희망연대를 지지하던 사람들이 이들 정당으로 배를 ‘옮겨 탈’ 가능성도 있다. 리얼미터의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미래희망연대는 그동안 5%대의 지지율을 기록하다가 한나라당과의 합당이 발표된 이후 조사에서 4%대로 내려앉았다. 리서치앤리서치의 4월 6일~7일 조사에서 역시 ‘전 친박연대’임을 알려주었음에도 미래희망연대의 지지율은 2.2%에 불과했다. 민주노동당(3.8%), 자유선진당(2.6%)에 이어 국민참여당(2.2%)과 같은 수치였다. 이에 대해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연구본부장은 “2.2%의 수치란 언제든 무응답으로 돌아설 수 있는 미미한 수치다. 응답자들은 미래희망연대를 더 이상 ‘친박정당’으로 여기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박근혜 전 대표가 ‘자신과 상관없는 당’이라고 분명히 밝힌 만큼 친박연합이나 미래연합이 ‘친박정당’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을 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이들 장외 ‘친박정당’이 박 전 대표의 ‘지원’ 없이 지방선거에서 얻는 성적표는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한 전 총리 무죄 효과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던 한명숙 전 총리의 1심 선고공판이 결국 무죄로 결론 내려졌다. 무죄 선고를 받은 한 전 총리는 앞으로 본격적으로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위해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한 전 총리의 무죄 선고를 ‘동력’으로 삼아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론 정서를 불러일으키겠다는 계획이다.
일단 서울시장 선거구도는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무죄 판결 이후 리서치뷰가 인터넷신문 뷰앤폴의 의뢰로 조사한 전화여론조사에서는 4자 가상대결(한명숙 오세훈 노회찬(진보신당) 이상규(민주노동당))에서 한 전 총리(39.2%)가 오 시장(37.6%)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정치평론가들은 한명숙 전 총리의 무죄 선고가 어느 정도 예견됐던 만큼 그 파장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리서치앤리서치의 4월 6일~7일 조사에서 응답자들 중 5.4%만이 ‘6·2 지방선거의 가장 영향력 있는 현안’으로 ‘한명숙 전 총리 공판’을 꼽았다. 서울지역 응답자 역시 같은 수치인 5.4%만을 기록했다. 한명숙 전 총리 공판 결과가 실제 유권자들의 표심을 움직이는 데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서울시장 선거는 결국 재판 결과보다 정국 구도가 한 전 총리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지방선거 정국 구도는 ‘천안함 침몰 사건’의 여파와 긴밀히 맞물리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의 조사에서 서울시민들 역시 지방선거의 가장 큰 이슈로 ‘천안함 침몰사건’(28.9%)을 꼽고 있다. 하지만 여권으로서는 한명숙 전 총리로 인해 야권의 표가 결집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여론의 추이를 살피고 있는 한나라당 내에서 ‘제3후보론’이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방선거 관심사 여론조사
‘천안함’ 22% 누른 ‘4대강’ 25%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 4월 6~7일 실시한 정기여론조사에서는 눈에 띄는 결과가 있었다. ‘6·2 지방선거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현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4대강 사업’이 1위를 기록한 것.
25.2%의 응답자들이 ‘4대강 사업’이라고 답해 ‘천안함 침몰’(22.5%)보다 높게 나타났다.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정국이 뜨거운 공방을 벌이고 있는 시기임을 감안하며 다소 의외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이어 ‘세종시 문제’가 17.3%로 3위를 기록했고 ‘무상급식’도 9.8%를 기록했다. 반면 ‘한명숙 전 총리 공판’은 5.4%에 불과해 응답자들 상당수가 ‘무상급식’보다 영향력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봉은사 사태’를 꼽은 이들은 2.1%에 그쳤다.
‘4대강 사업’을 꼽은 응답자들의 특성을 살펴보면, 50~60대(각각 18.7%, 19.3%)에 비해 30~40대(각각 30.0%, 26.2%)의 비율이 훨씬 높았다. 지역별로는 인천·경기 지역(29.2%)이 가장 높았고 대구·경북 지역(25.9%), 부산·울산·경남(24.8%)이 뒤를 이었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천안함 사태로 인해 다른 현안들이 많이 묻힌 상황에서 4대강 사업이 1위를 기록했다는 점은 여론이 4대강 사업에 대한 문제의식을 생각보다 크게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역별 응답률에서는 ‘천안함 사태’를 ‘가장 영향력 있는 현안’으로 꼽은 이들이 서울 지역에서 28.9%로 가장 높게 나타난 점이 눈길을 끈다. 천안함 사태가 터진 서해상과 근접한 인천·경기 지역은 18.7%에 불과한 반면 서울은 전국적으로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다. 배종찬 본부장은 이에 대해 “서울 거주자들은 재산권이나 기득권에 대한 소구의식이 강하다. 천안함 사태로 인한 위기의식을 다른 지역보다 더 크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