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채권 쏠림 현상 문제…해외 자산 확대하고 고위험 고수익 ‘대체투자’ 적극 나서야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전경. 연합뉴스
# ‘연못 속 고래’ 벗어나야
전체 자산 634조 원을 굴리는 국민연금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크게 복지부문(1000억 원)과 금융투자부문(632조 9000억 원), 기타부문(1조 원)으로 나뉘어 있다. 이 가운데 99.8%를 차지하는 금융투자부문은 국내 주식과 국내 채권, 해외 주식, 해외 채권, 대체투자, 단기자금, 6개 항목으로 나뉜다. 국민연금은 그간 금융부문에서 안정적인 성과를 보여 왔으나 올해 국내 주식 부문 수익률이 급락하면서 전체 수익률이 저조해졌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부문 수익률은 2015~2017년 11.58%, 2017년 25.88%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지난 5월 기준 -1.18%로 급락했다. 코스피지수보다 0.93%포인트 하회한다. 더 큰 문제는 국민연금의 금융투자부문 포트폴리오가 국내 주식과 국내 채권에 쏠려 있다는 점이다. 국내 주식과 국내 채권을 합한 비중은 67%에 달하는 반면 해외 주식과 해외 채권, 대체투자 비중은 각 18%, 3.8%, 10.6%로 낮았다.
국내 채권 수익률은 2015~2017년 2.2%에서 2017년엔 0.51%를 기록하며 하락했다. 올해 들어서도 0.45%로 소폭 하락했다. 절반 이상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 주식과 국내 채권 부문의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운용 성과 전체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해외 주식과 대체투자 수익률마저 지난해 각 10.62%, 4.53%에서 올해 1.66%, 2.17%로 하락했다. 그나마 해외 채권과 단기자금 수익률은 각각 0.14%, 0.35%에서 올해 5월 기준 0.30%, 0.76%로 소폭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포트폴리오 비중을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투자 자산의 국내 주식 ‘쏠림’이다. 국민연금은 국내 기업 799곳에 130조 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이는 투자부문에서 20.5%의 비중을 차지한다. 이 같은 현상을 시장에서는 ‘연못 속 고래’로 희화화된다. 고래인 국민연금이 해외 시장으로 나가지 않고 연못인 국내 시장에만 머무른다는 것. 전문가들은 “고래가 연못에만 있으면 고래도 죽고 연못도 썩는다”고 지적한다.
김병덕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연금 해외투자 확대 필요성 및 투자전략’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쏠림 현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의 주식시장에서의 과대한 시장영향력에 의한 부작용 중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적립금이 축소되는 시기 국민연금이 주식을 매각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시장붕괴 가설’과 관련된다”며 “2043년 국민연금 적립금 규모가 2561조 원의 정점을 찍은 후 약 15년간의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수백조 원 이상의 주식을 시장에서 매각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국민연금이 해외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투자선의 개선, 국내 시장영향력의 감소, 기금의 구매력 및 지급능력 변동 헤지 등 다양한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안정성을 고려한 채권투자 중심의 투자패턴도 낮은 수익률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주식과 채권에서 벗어나 고위험·고수익 특성의 대체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경제성장률 하향 등의 이유로 국내 주식 투자만으로는 기대수익률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이기에 다른 투자처를 물색해야 한다”며 “국민연금 내부적으로도 포트폴리오 조정에 대해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대체투자 비중이 조금 높아진 것 같은데 속도가 느리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7월 ‘국민연금 향후 5년간(2018~2022) 전략적 자산배분 계획 수립’을 통해 2022년말 기준 자산군별 목표 비중을 주식 45% 내외(국내 주식 20% 내외, 해외 주식 25% 내외), 채권 45% 내외(국내 채권 40% 내외, 해외 채권 5% 내외), 대체투자 10% 이상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실제 국민연금의 2019년 기금운용계획안에 따르면 현 46.5%인 국내 채권 비중을 45.3%로, 현 20.5%인 국내 주식 비중을 18%로 줄이는 대신 현 18%인 해외 주식과 현 10.6%인 대체투자를 각각 20%, 12.7%로 늘리기로 했다.
# 예전 같지 않은 맨 파워
운용 인력이 부족한 것이 수익률 하락과 직결됐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합병 이슈와 ‘전주 이전’ 이슈로 인력 유출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투자를 위해서는 전문가들이 필요한데, 여러 처우를 생각했을 때 국민연금의 매력이 예전 같지 않다”며 “다른 투자회사 등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데 굳이 전주까지 내려갈 리 없는데다 사회적으로도 국민연금에 대한 시선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는 2013년부터 올해 6월까지 97명의 직원이 퇴사했으며, 현재 정원의 11.5%가 공석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국민연금의 최고투자책임자인 기금운용본부장(CIO) 자리는 지난해 7월 강면욱 전 CIO 사퇴 후 1년이 넘도록 공석이다. 또 해외대체투자실장, 주식운용실장, 해외증권실장 등 각 부문 실장마저 부재 상태다.
국민연금은 인력 충원에 노력하고 있으나 빠져나간 인력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연금은 올해 상반기 38명의 기금운용역 채용을 진행했으나 지원자가 부족해 실제로는 20여 명을 채용하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로 이전한 상태에서 국민연금이 우수한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서는 현재 적용하고 있는 운용인력에 대한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글로벌 연기금, 해외 주식 투자 확대 추세 국내 주식과 채권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우리나라 국민연금과 달리 글로벌 ‘큰손’들은 해외 투자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또 채권 투자 비중을 줄이고 주식 투자에 공격적으로 임하면서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 일본 공적연금펀드와 함께 글로벌 3대 연기금으로 꼽히는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는 노르웨이 중앙은행의 자산운용조직인 NBIM이 위탁 운영하는데, 자국 기업 주식은 전혀 보유하지 않은 채 해외 기업에만 투자한다. 노르웨이 중앙은행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GPFG의 투자자산 형태는 해외 주식, 채권 및 부동산으로 구성되며 이 가운데 주식 비율이 66.6%로 높았고 채권은 30.8%에 그쳤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수익률 7.28%를 기록하면서 자축했지만 GPFG는 무려 13.7% 수익률을 기록했다. 세계최대연기금인 일본의 공적연금펀드(GPIF)의 자국 주식 투자 비중은 25%로 우리나라 국민연금과 비슷하다. 하지만 GPIF는 전량을 위탁운용한다는 점이 국민연금과 차이점이다. 심각한 인력 유출에 따른 후유증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국민연금이 참고할 만한 방식으로 여겨진다. GPIF도 2013년 말부터 연금개혁을 추진, 수익률 개선을 위한 투자 다각화의 일환으로 일본 채권 비중이 높은 투자 포트폴리오를 주식 투자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GPIF는 2013년 12월 말 기준 전체 운용자산 중 55% 이상을 일본 국내 채권에 투자했으나 2015년 하반기 37.8% 수준으로 줄였다. 대신 주식 비중을 24%에서 50%로 높였다. 이처럼 최근 글로벌 ‘큰손’들은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해 투자방식을 변경하고 있다. 지난 4월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글로벌 주요 연기금들은 최근 3~4년간 위험자산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려왔다”며 “네덜란드 최대 규모의 연기금 ABP는 2015년 33.6%였던 주식 비중을 35.2%로 늘렸고, 이미 주식 비중이 50%로 비교적 공격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던 캐나다의 CPPIB 역시 점진적으로 주식 비중을 55%까지 높였다”고 전했다. 송 연구원은 또 “주식 포트폴리오 내에서도 리스크 프리미엄이 더 높은 신흥시장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높이는 등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감수하려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도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연금은 투자정보 부문별 현황을 게재하면서 “국민의 안정적인 성과 제고와 위험분산을 위해 국내 채권의 비중을 축소하고, 국내외 주식과 대체투자를 확대하는 등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투자다변화 전략에 따라 해외투자 및 대체투자 비중을 늘려나가고 있다”며 “자산 투자 비중의 경우 보건복지부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정하는데, 보건복지부도 장기적으로 해외 주식 투자 비중을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여] |
‘31조 투자’ 삼성전자에 목매는 국민연금 국민연금은 다른 세계 주요 연기금과 비교해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비중이 높고 그중에서도 삼성전자에 많은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주요 투자종목을 살펴보면 ▲삼성전자 31조 5000억 원 ▲SK하이닉스 5조 5645억 원 ▲포스코 3조 2072억 원 ▲네이버 3조 853억 원 순이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중에서도 삼성전자에 24.2%를 쏟아붓고 있다.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을 투자한 SK하이닉스와 비교해도 무려 26조 원가량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의 주가에 따라 수익률이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말 5만 7000원(액면분할 후 주가)을 찍는 등 5만 원을 상회하던 삼성전자 주가가 올해 들어 5만 원 밑으로 하락 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것도 수익률 하락과 무관치 않다. 지난 17일 삼성전자 주가는 4만 4100원으로 마감했다. 국민연금은 삼성전자가 국내 증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삼성전자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내 주식 투자는 기본적으로 패시브 전략(시장지수 추종)으로 시장흐름에 따라 전략을 짜는데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지분 9.6%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은 지난해 삼성전자에서 5334억 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2017년 결산 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2만 1500원, 종류주 1주당 2만 1550원을 현금배당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주주친화 정책을 발표하며 배당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실제 배당성향 또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배당성향 추이를 살펴보면 2013년 7.23%, 2014년 13%, 2015년 16.42%, 2016년 17.81%로 상승했다. 다만 2017년 배당성향은 14.1%로 전년 대비 3.7%포인트 하락했다. [여] |
사학·공무원연금은요? 대체투자·해외채권 비중 상대적으로 높아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공무원연금은 국내 3대 공적 연기금으로 꼽힌다. 사학연금의 기금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20조 원에 육박했으며, 공무원연금의 기금규모는 올해 6월 기준 10조 9934억 원이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의 지난해 수익률은 각각 9.2%, 8.8%를 기록했다. 지난해 7.2%로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국민연금의 수익률보다 높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의 투자 현황을 확인해본 결과, 두 연기금 또한 국내 주식 및 국내 채권 투자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대체투자와 해외채권 등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사학연금의 지난해 금융자산 투자는 ▲국내 채권 37% ▲해외 채권 6% ▲국내 주식 26.5% ▲해외 주식 13% ▲대체투자 16%로 구성돼 있다. 국민연금과 비교해봤을 때 해외 채권(국민연금 3.8%)과 대체투자(국민연금 10.6%)의 비중이 높고, 국내 채권(국민연금 46.5%)의 비중은 적다. 공무원연금은 지난해 ▲국내 채권 41% ▲해외 채권 4.7% ▲국내 주식 28.1% ▲해외 주식 9.6% ▲대체투자 15.5% 비중으로 투자했다. 국민연금과 비교했을 때 국내 주식과 해외 채권, 대체투자 비중이 높았으며 국내 채권과 해외 주식의 비중은 적었다. 공무원연금공단 관계자는 “공무원연금은 다른 연기금과 달리 연금급여 등 단기 지출에 대비한 지불준비금을 따로 운용하고 있어 성격이 조금 다르다”고 전했다. [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