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고꾸라지면 쉽게 반등 못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조금씩 하락하는 모양새다. 청와대는 이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역대 대통령들의 지지율 추이를 미뤄봤을 때, 하락하는 지지율에는 ‘날개’가 없기 때문이다. 사진=청와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취임 첫 해 첫 분기는 71%의 지지율을 얻었다. 하지만 이후 집권 3년차를 맞이할 때쯤 지지율은 28%로 떨어졌다. 여기에는 김 전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와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또한, 신용카드 대란도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데에 역할을 했다. 김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2001년 10월에 39.7%, 2002년 2월 퇴임을 1년 앞둔 시점에선 14.4%로 나타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초기 지지율은 60%, 취임 한 달 뒤엔 71.4%였다. 하지만 취임 100일 정도 됐을 땐 57.3%로 꺾였다. 그리고 취임 반년이 된 그해 10월엔 34%로 나타났다. 지지율이 반토막이 된 것이다. 대북송금 재특검과 이라크 전투병 파병 문제가 그 배경으로 지목됐다.
2004년 3월, 노 전 대통령은 탄핵 정국을 맞게 된다. 당시 지지율은 30%대였지만, 탄핵에 반대하는 여론이 70%를 넘어섰다. 야당이 강행한 탄핵안 처리는 뜻밖의 ‘노무현 지지층 결집’이라는 결과를 불러와 지지율은 다시 60%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또다시 하락을 반복했다. 이 60%대의 지지율이 ‘성공한 정책’에 따른 것이 아니라 ‘노무현 탄핵’에서 파생된 ‘감정적 산물’이라는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떨어진 지지율은 김선일 씨 피랍사태와 함께 이라크 추가파병 반대 여론이 거세지며 28.2%라는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악재가 겹치며 집권 3년차 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12.6%까지 떨어졌다. 뚜렷한 원인은 없었다. 부동산 정책의 흔들림과 민주노총의 강경시위 등이 겹치면서 보수진영이 뭉치며 상대적으로 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후 2007년에는 한미 FTA 타결로 9개월 만에 30%대의 지지율로 회복했다가, ‘기자실 통폐합 조치’로 다시 28.0%로 떨어졌다. 이후 반전은 없었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 내 20~30%대의 지지율을 오갔을 뿐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취임 초기 지지율은 76%였다. 비교적 높은 지지율이지만, 이는 얼마 가지 못했다. 취임 한 달 만인 2008년 3월, 지지율은 51.8% 정도로 나타났고, 일부 여론조사기관에서는 39.9%라는 결과까지 내놨다. 같은 시기의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대통령 인수위의 ‘영어몰입교육’, 장관 내정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 그리고 이 전 대통령이 고집하던 대운하 사업 반대 목소리가 거세지며 지지율이 하락한 것이다.
그렇게 점점 내려가던 지지율을 더욱 악화시킨 것은 2008년 ‘미국산 소고기 파동’이다. 소고기협상을 둘러싼 국론 분열 등으로 지지율이 29.3%로 떨어졌다. 그리고 다음해 5월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이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20% 초반과 중반을 오갔다. 그렇게 지지부진하던 지지율 8월에 겨우 30%대로 회복됐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함께 정치권이 조문정국으로 접어들고, 정쟁이 자연스럽게 가라앉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게 20~30%대를 오가던 이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대까지 치솟는 이슈가 생기게 된다. 47조원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건설 공사 수주로 지지율이 53.1%까지 올라간 것이다. 하지만 반등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고 이후 20% 후반을 유지하며 정권 말을 맞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 초기 지지율은 61.4%였다. 이후 조각 인선에서 후보들 자질 논란이 불거지며 지지율이 조금씩 떨어져 40% 후반대에서 50% 초반을 유지했다. 지지율에 직격탄을 날릴 만큼의 ‘빅이벤트’가 없었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었지만, 부실한 경제지표와 청와대 참모들의 인성 논란이 연이어 터져 나오며 지지율에서 미미한 하락세를 이어갔다. 종종 ‘한일 위안부 협상’ 논란으로 부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지만, 비교적 무난한 흐름을 보였다.
2015년 가을 즈음 40%대로 유지되던 그의 지지율은 2016년 5월경 30%대로 하락했는데, 이 시기는 20대 총선 직전이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유승민 의원의 측근들이 공천에서 대거 탈락한 것이다. 그러자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졌다.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의 공천갈등이 빚어낸 추락이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다시 고개를 들지 못한 것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다. 2016년 여름부터 국정농단 사태가 조금씩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때만 해도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이 사건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그해 12월, 그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국회에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통과시키기 직전 지지율은 4%를 찍었다. 이후 보수층의 결집으로 하락세가 멈추긴 했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그렇게 한 자릿수, 최악의 지지율을 찍으며 박 전 대통령은 탄핵됐다.
이처럼 최저치를 찍은 대통령의 지지율은 다시 올라올 기미를 안 보인다. 이에 대해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국민은 시간이 지날수록 냉정해진다. 기대보다는 현실을 엄중하게 직시하고 냉정하게 평가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며 “대통령은 이를 반등시키겠다는 생각보다는 이를 유지하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평론가는 이어 “국민들은 주관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대통령을 평가할 텐데, 이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이 상태에서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무리하게 정책 퍼포먼스를 한다기보다는 이를 유지하면서 더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냉정한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