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아마추어 마라톤 감독으로 활동한 지도 벌써 4년. 너무나도 순수하고 열정적인 러너들을 만나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2003년 8월, 달리기와는 거리가 멀 것 같은 용감한 아줌마(?) 한 분이 마라톤을 배워보겠다고 마라톤교실에 등록했다. 미국 켄사스대학에서 교환교수로 활동할 당시 아이들을 혼자 방치해두면 안된다는 현지 법 규정으로 인해 그 아줌마는 농구를 좋아하는 12세의 아들을 따라 거의 매일 같이 아들과 함께 농구장을 찾았고 아들을 기다리는 동안 심심해서 트랙을 돌았다고 한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가끔씩 혼자 뛰며 건강을 도모하다가 어느 날 덜컥 중앙마라톤 풀코스에 도전장을 내고서는 겁이 난 나머지 마라톤교실의 문을 두드렸다는 게 주된 사연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분은 바로 금명자 교수(한국청소년상담원 교수)였다. MBC의 인기 프로그램인 <느낌표>의 ‘하자 하자’에서 ‘얘들아 행복하니?’를 진행했던 ‘짱가 선생님’이 내 제자의 명단에 올라온 것이다.
예상대로 ‘짱가 선생님’은 늘 뒤에서 힘겹게 달렸다. 그러면서도 항상 즐겁게 달렸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10주 내내 한결같았다.
드디어 중앙마라톤 총성이 울리던 날, 흘러넘치는 인파 속에서 ‘짱가 선생님’의 모습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그는 맨 뒤에서 힘겹게 달리고 있었다. 내심 불안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난 그를 믿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40km도 채 못 가서 제한 시간인 5시간을 훌쩍 넘겨버리고 만 것이다.
대회 주최측에서는 제한 시간이 넘었으니 그만 포기하고 ‘회수 차’에 오르라고 재촉했다. 그런데 우리의 용감한 ‘짱가 선생님’은 “전 절대 포기 못해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완주해야 해요”라며 간곡히 뛰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모습이었지만,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제한시간을 꼭 지켜야만 하는 주최측에서는 난감한 표정이 역력했다.
“아저씨 제발 끝까지 완주하게 해주세요!” ‘짱가 선생님’의 굳은 의지를 도저히 꺾을 수 없었는지 주최측에서도 더 이상 재촉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오히려 “다 왔으니까 힘내세요”라고 응원까지 해주면서.
드디어 5시간20분 만에 결승선 통과! ‘짱가 선생님’의 첫 풀코스 도전이 성공으로 장식되는 순간이었다. 42.195km를 무사히 완주한 그의 얼굴에선 행복이 떠나질 않았다. 비록 제한 시간을 넘긴 절반의 성공이었지만, 그의 모습은 너무나도 당당했다. 어디에서도 꼴찌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 자신도 너무나 행복했다. 아름다운 꼴찌! 마라톤이었기에 가능한 수식어가 아닐까?
(주)런너스클럽 홍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