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달리기를 좋아하는 남편을 따라 달리기 교실에 모습을 드러낸 마음이 따뜻하고 착한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바로 탤런트 박순애씨였다. 한때 만인의 연인이었던 그녀는 조용한 생활인으로 돌아간 잊혀진 스타다. 많은 드라마에 주연으로 출연하며 정상급 연기자로 인기를 얻었고 한때 MBC TV <조선왕조 500년>의 인현왕후 역으로 높은 인기를 자랑했었다.
그녀의 달리기 실력은 아직 초보 수준이라 처음엔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건강 달리기를 선택해서 차분히 자세를 익히고 기본기를 숙련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러나 초보자들은 자신이 지금 알맞은 속도로 달리고 있는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자칫 주위 사람들의 페이스에 휘말려 덩달아 빨리 달리거나 혹은 너무 늦게 달리기 십상인 것.
초보자일수록 ‘꼭 완주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으로 기를 쓰고 달리다보면 완주는커녕 부상당할 위험만 커진다. 초보자들에게 효과적인 달리기는 여유롭고 느긋한 마음가짐으로 보다 부드럽고, 보다 즐겁게 해주는 ‘장치’들이다.
그녀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일반 초보자들처럼 딱딱하고 긴장된 달리기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 달리기가 하는 방법에 따라 굉장히 단조롭고 따분한 ‘참 재미없는 운동’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건강을 위해 달리기를 시작한 것은 좋았지만 저렇게 힘들고 재미없게 달리면 흐르는 땀이 주는 상쾌한 성취감을 맛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더욱 컸다.
그래서 필자는 틈만 나면 그녀의 달리기 동료가 되어 주었다. 같이 달리기 위해서 그녀의 속도에 보조를 맞추고 그냥 옆에서 천천히 같이 뛰어 주었다. 때론 오래된 친구처럼 서로의 일과 생활에 대해 즐겁게 대화를 나눴다. 줄곧 딱딱하고 긴장된 분위기로 달리던 그녀의 얼굴에도 활기가 넘쳤고 입가엔 언제나 웃음꽃이 피어났다. 그러면서 나누는 대화는 자연스럽고 정겨웠다. 이후 그녀의 달리기 동료는 남편이 되었다.
어느 누구에게나 달리기가 단조롭고 따분하다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이때 달리기 운동이 재미있고 지루하지 않게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달리기 동료를 갖는 것이다.
달리기 동료는 혼자 달릴 때보다 훨씬 즐겁고 동기부여도 된다. 비슷한 수준의 훈련 파트너는 서로 동기를 부여하고 달리기의 안전성을 높여준다. 너무 실력 차가 많이 날 경우에는 오버페이스할 우려가 있으니 잘 달리는 사람이 조금 못 달리는 사람에게 보조를 맞춰 같이 뛰어줘야 한다. 또 주중과는 달리 주말에는 서울 근교로 나가 달리기 코스에 변화를 주는 것도 기분 전환이 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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