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조별리그 무득점·네이마르 벤치 전전·마네도 4경기 침묵…괴체·쿠티뉴·에릭센 본선 무대조차 못 밟아

빛나는 재능을 가진 이들은 대거 슈퍼스타로 성장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월드컵과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등 굵직한 대회에서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한때 세계 축구를 호령했던 이들도 이번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팀으로선 손흥민의 침묵이 뼈아프다. 그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축구 에이스다. 팀 역사상 최다 출전(148경기), 최다골(56골) 기록을 모두 보유했다.
월드컵 예선 과정에서는 13경기에서 10골 4도움을 기록하며 팀을 본선으로 이끌었다. 대회 직전 열린 트리니다드 토바고와의 평가전에서도 2골을 기록했다. 또한 안면 부상 여파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던 지난 카타르 월드컵과 달리 이번 월드컵에서는 몸 상태에 큰 문제가 없어 기대를 더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4년 전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무득점에 그쳤다. 첫 경기 체코전에서 후반 24분 교체 아웃된 이후 그의 출전 시간은 더욱 줄었다. 마지막 세 번째 경기에서는 자신의 월드컵 커리어 최초로 경기를 벤치에서 시작했다.
팀의 결과마저 실망스러웠다. 대표팀은 첫 경기에서 역전승으로 대회를 산뜻하게 시작하는 듯했으나 내리 2연패를 당하며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다.
손흥민의 경기력보다는 홍명보 감독의 '손흥민 사용법'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선 두 경기에서 손흥민은 오랫동안 활약해온 측면이 아닌 중앙 공격수로 기용돼 특유의 파괴력을 선보이지 못했다. 최종전에서 전반전에 손흥민을 투입하지 않은 결정 역시 홍 감독은 팬들의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충격적인 대회 결과를 두고 일각에서는 손흥민의 국가대표팀 은퇴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대표팀의 토너먼트 최종 탈락이 확정된 이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나를 필요로 할 때까지 모든 것을 쏟아부어 다시 준비하겠다"는 말을 남겨 우려를 불식시켰다.
대표팀 귀국과 함께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으나 손흥민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최종전 선발 제외 이유로 '언론 인터뷰 보이콧'이 거론된다. 대표팀 훈련이 국내 한 방송사의 온라인 생방송으로 송출되는 도중 근처에 있던 다른 언론사 소속 취재기자가 선수단을 향해 한 모욕적 발언이 함께 송출된 것이다. 이 상황이 일파만파 번지며 현지에서는 선수단이 취재진의 통상적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를 거부하고 나섰다.
일각에선 대표팀 내에서 취재진 보이콧을 얼마나 이어갈지를 두고 선수들 사이 의견 충돌이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인터뷰 재개에 손흥민이 협조하지 않은 것이 팀 내 갈등 수위를 높이며 홍 감독의 손흥민 선발 제외 선택으로 이어졌을 것이란 추정이다. 선수나 감독, 축구협회가 별도의 진화나 해명에 나서지 않으면서 정확한 사실관계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세계 정상급 기량을 자랑하던 네이마르는 2023년을 전후로 내리막을 걸었다. 부상이 잦았고 관리 부족에 대한 지적을 받기도 했다. 결국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선 대회 참가 자체가 불투명했다.
어렵게 월드컵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으나 경기 출전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상에서 회복해 조별리그 세 번째 경기가 돼서야 후반 교체로 14분가량을 소화했다. 이어진 일본과의 32강 토너먼트에서는 벤치만을 지켰다. 펠레를 넘어 브라질 국가대표팀 역대 최다 득점 기록을 보유한 네이마르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는 이전까지 세 번의 월드컵에 참가해 총 8골 2도움을 기록하고 있었다.
리버풀(잉글랜드), 바이에른 뮌헨(독일) 등을 거치며 활약했던 사디오 마네도 세네갈의 에이스로서 면모를 보이지 못했다. 세네갈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130경기 54골을 기록한 레전드이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4경기 무득점(1도움)으로 침묵했다. 팀이 4경기에서 10골을 넣는 동안 마네는 골맛을 보지 못했다.
세네갈 역시 어려운 대회를 치렀다. 조별리그 첫 두 경기에서 패배해 벼랑 끝에 몰렸다. 세 번째 경기에서 5-0 대승을 거둬 '막차'를 타고 토너먼트에 올랐다. 32강전에서도 마네는 90분 이상을 소화하며 고군분투했으나 팀의 역전패를 막지 못하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그래도 손흥민, 네이마르, 마네는 본선에 나서지도 못한 동갑내기 스타들에 비하면 사정이 나은 편이다. 크리스티안 에릭센은 덴마크가 지역 예선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며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마리오 괴체, 펠리페 쿠티뉴 등은 특급 유망주로 각광받던 어린 시절과 달리, 기량이 빠르게 내리막을 걸으며 대표팀으로부터 멀어졌다.
물론 1992년생 스타들이 이번 월드컵에서 모두 부진한 것은 아니다. '이집트의 왕'으로 불리는 모하메드 살라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팀을 32강 토너먼트로 이끌었다. 이집트 국가대표 역사상 첫 월드컵 조별리그 통과다.
브라질의 미드필더 카세미루 역시 순항 중이다. 브라질이 치른 4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서며 여전한 영향력을 과시 중이다. 일본을 만난 32강전에서는 골까지 넣어 역전승을 이끌며 특유의 클러치 득점 능력을 선보였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1992년생 스타들은 이제 커리어 후반부를 바라보고 있다. 여전히 이름값은 화려하고 몇몇은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이들의 명암은 엇갈렸다. 축구계 시간은 냉정하다. 유망주로 각광받던 이들은 어느새 베테랑이 됐다. 내리막은 분명하지만 이들의 마무리는 알 수 없다. 이른 시점에 그라운드를 떠난 이가 있지만 향후 장기간 활약을 이어갈 인물이 나올 수도 있다. 시대를 이끌었던 스타들의 미래에 관심이 집중된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