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물·전기 공급 방안 의문” vs 민주당 “빠른 입법으로 적극 뒷받침”…민주당내 전북 소외론 ‘과열’

민관 합동으로 진행되는 산업은 서남권에 총 800조 원 규모의 반도체 팹, 충청권에 81조 원 규모 패키징 거점을 육성하고, AI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550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정치권이 주목한 지점은 호남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제2의 반도체 생산거점을 조성하는 내용이다. ‘민주당 텃밭’인 전남광주에 이번 프로젝트 중 핵심 산업과 최대 규모의 투자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을 두고 정치적 노림수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분출했다.
국민의힘은 맹폭에 나섰다. 이재명 정부가 ‘기업의 팔을 비틀어서 투자를 받아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6월 3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대기업 회장들을 좌우로 들러리 세운 채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를 운운하는 그 모습이야말로 관치경제의 상징”이라고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온갖 미사여구와 장밋빛 전망으로 초격차 산업강국을 외친다 해도 800조 원 규모의 광주전남 반도체 산업투자는 정치공학에 따른 결정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며 “지금처럼 준비되지 않은 졸속 추진은 호남에도 이익이 되지 않고, 대한민국 전체에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민주당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며 “이번 정부의 발표는 국민의 혈세와 대기업의 자본으로 전당대회 사전운동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도 “반도체 산업은 대한민국을 끌어갈 가장 중요한 핵심 과제다. 그런 문제를 전당대회에서 ‘명청 대결용’ 총알로 쓰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은 7월 1일 논평에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는 과연 정치논리가 아닌 경제논리로 결정된 것인가”라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른바 ‘명청 대전’의 승기를 확보하고 조기 레임덕을 차단하며 공소취소 특검 등 정치 현안을 밀어붙이기 위한 정치적 계산의 산물은 아닌지 국민은 묻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한 관계자는 “정치공학이라고 한다면 2000조 원 규모의 투자가 나오는 대형 정치적 이벤트를 고작 전당대회를 위해 사용하겠느냐. 지난 6월 지방선거 때 발표했거나 2028년 총선을 앞두고 하지 않았겠느냐”며 “호남 반도체 산업 유치가 명청 대결에 어느 후보에 유불리로 작용한다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반대를 해야 하니 억지 논리를 끌어다 쓰고 있다”고 반박했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6월 30일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호남에 재생에너지가 풍부해서 반도체가 가야 한다는 당위성은 인정될 수 없다”며 “반도체 산단은 ‘지엽적인 태양광 발전소’보다는 지속해 안정적인 출력을 낼 수 있는 ‘원전 에너지’와 얼마나 강한 송전 인프라가 있는지가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규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2023년 호남은 4대강 보의 물을 동원해야 했을 만큼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또한 날씨에 따라 출렁이는 재생에너지로 안정적 전력 품질이 생명인 반도체 공장을 어떻게 돌리겠다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충청에 지역구를 둔 박덕흠 국회부의장과 성일종 강승규 엄태영 윤용근 의원 등도 기자회견을 열고 “호남은 만성적인 물 부족 지역 중 하나”라며 “충청권에 있는 용수를 끌어다 호남 반도체 단지로 연결한다는 얘기까지 나오는데, 지역 균형 발전을 추구한다면서 오히려 지역 간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대한민국 3대 메가프로젝트’에 대한 문제제기에 이재명 정부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 국정조사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어 “첨단산업, 그중에서도 반도체 관련 산업은 전력과 용수, 토지가 가장 중요한 산업인데 수도권에서는 더는 전력과 용수를 구할 수 없는 상태”라며 “호남이 배제와 차별을 통해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오히려 전화위복이 돼 용수나 전력, 용지가 잘 관리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대한민국을 초격차 강국으로 세우기 위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기점이 될 것이라고 환영하며, 입법으로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가칭 ‘3대 메가 프로젝트 지원 TF’ 당내 기구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위원장은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맡고, 박상혁 정책위 수석부의장, 김한규 원내정책수석부대표, 복기왕 오기형 이소영 장철민 의원 등이 TF 위원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또한 민주당은 호남권 반도체 투자계획에 대한 국민의힘 공세에 ‘궤변이 도를 넘고 있다’고 응수했다. 강준현 수석대변인은 “3대 메가 클러스터 프로젝트는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와 균형발전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정성껏 차린 잔칫상”이라며 “(국민의힘은) 반찬 투정하는 수준을 넘어 여차하면 상을 엎어버리겠다는 겁박”이라고 지적했다.

이원택 전북지사는 “정부가 전북에 피지컬AI와 현대자동차 9조 원 투자라는 마중물을 마련해준 것은 감사한 일”이라면서도 “광주전남에 800조 원 이상 규모의 앵커기업 투자가 이뤄지는 것과 비교해 전북 입장에서는 ‘3중 소외’에 대한 우려와 실망이 큰 것도 사실”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정청래 전 대표 역시 “군산 대야시장, 전주 중앙시장을 들렀는데 도민들이 ‘전남광주만 많이 투자하고 전북은 뭐냐’고 걱정하시더라”며 “화도 나시는 부분 있어서 내게 말씀하시던데 소외감, 상실감 느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일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원택 지사는 ‘친청계’로 분류된다. 여권 일각에서는 정 전 대표와 이 지사 발언이 전당대회를 염두에 둔 계산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권의 한 인사는 “최근 여론조사 당대표 적합도에서 정 전 대표가 김 전 총리에 밀리는 수치가 나오고 있다. 정 전 대표 측이 이 지사를 앞세워 호남을 전북과 전남광주로 갈라치기 해서, 전북 당원들의 결집을 이끌어내려 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번 발표가 전당대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호남은 민주당 지지기반이자 권리당원 30%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전당대회에 뛰어든 정청래 전 대표, 김민석 전 총리가 지방선거 전부터 호남에 공을 들였던 것도 이 때문이다.
정가에선 호남 권리당원 지지세만 놓고 봤을 때 정 전 대표가 다소 앞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번 대규모 투자 발표가 김 총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반도체 투자를 전당대회와 엮는 것은 국민의힘의 억지 논리일 뿐”이라면서 “당내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그만큼 전당대회 레이스가 과열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