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미국 재단과 온종합병원 간 자매결연도 추진...한국 의료발전 이바지
70대 재미교포 의사
[부산=일요신문] 박영천 기자 = 70대 재미교포 의사가 부산지역 암치료 연구에 써달라며 온종합병원 암병원에 2천 달러를 기부해 화제다.
미국에서 현역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노 의사는 앞으로도 고향 부산의 의료발전에 기여하기로 하고 자신이 직접 설립한 텍사스의과학재단과 온종합병원 간 자매결연을 체결했다.
의료법인 온종합병원(이사장 정근)은 미국 텍사스의과학 재단 김철중 이사장이 부산지역 암 질환 연구에 써달라며 재단 기금 2천 달러를 정근 이사장에게 기부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온종합병원은 또한 이날 낮 이 병원 신관 6층 직원식당 ‘온아페티’에서 김철중 이사장이 직접 설립한 미국 텍사스의과학 재단과 자매결연을 가짐으로써, 향후 MD앤더슨병원, 베일리의대 등 암치료에 권위 있는 미국의 유명병원과의 학술교류 시 재정보증을 받게 된다.
온종합병원 정근 이사장은 이날 수십 년간 미국에서 환자들을 치료해온 김철중 이사장의 수준 높은 진료 노하우를 고향 부산의 암치료 연구에 활용하고 싶다며 김 이사장을 온종합병원 암병원 자문의사로 위촉했다.
아울러 평소 북한 의료봉사 기회를 갖고 싶다는 김철중 이사장을 그린닥터스 미국 텍사스지부장 및 재단 국제협력본부장으로 임명하고, 향후 개성공단 재개 시 그린닥터스 재단과 미국 텍사스의료과학재단이 함께 개성 남북협력병원을 운영하기로 손잡았다.
올해 일흔넷의 김철중 이사장은 1970년 부산의대를 졸업하고 2년간 군복무를 거친 다음 1972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당시 의대생들 사이에는 선진 의료를 배우려는 미국행이 붐을 이뤘다고 한다.
그는 미국 뉴저지주립대와 테네시주립대학에서 인턴과정을 거쳐 유명한 베일러의과대학에서 신경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의사 김철중은 세인트요셉(St. Joseph)병원과 허만(Hermann) 기념병원 신경과 과장으로 지금까지 활발히 진료활동을 하고 있다,
부산의대 동기생과 결혼한 그는 개인의 이익 추구보다는 공동체를 위한 활동에도 몰두했다. 한국에서 군 생활을 한 그는 1980년 늦은 나이에 군의관으로 미군에 다시 입대했다.
1988년 중령으로 예편한 이후에도 그때의 인연으로 미국 제대군인들의 단체인 재향군인회를 위해 해매다 1만 달러씩 20년간 기부해왔다. 그의 이색적인 군 생활은 한국군 정훈감을 지낸 아버지의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990년쯤 부인과 함께 뜻을 모아 지역사회를 위해 새로운 일을 하기로 한다.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였던 부인과 함께 모은 소중한 돈 100만 달러로 지금의 텍사스의과학재단을 설립한 것이다.
재단은 의료발전에 이바지하는 것과 경제사정으로 의사의 길을 포기하려는 가난한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을 설립목적으로 했다.
1992년 4월 LA에서 대규모 흑인폭동사태로 김 이사장 부부는 장학사업의 방향을 흑인 학생들에게 집중했다. 당시 한인사회의 피해가 컸던 만큼 흑인들에 대한 한인들의 인식제고를 위한 배려였다. 지금까지 그의 재단에서 흑인 30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미국국적의 김 이사장이지만 조국에 대한 애정은 식지 않았다. 텍사스의과학재단을 통해 조국의 의료발전을 이바지하려고 애썼다. 1990년대 부산의 동아대 의대와 미국 베일러의대 간 학술교류 협정을 주선했다. 미국의 선진 의료를 파급하기 위해 그의 재단은 숱하게 노력했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대와 프랑스 소르본의대가 방사선 암치료로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MD엔더슨병원과 교류 협약하는데 재정보증을 서주기도 했다.
김철중 이사장은 “조국을 떠나온 지 반세기가 흘렀다. 경제는 물론 의료도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아직도 암 등 몇몇 질환 치료영역은 여전히 한국에서 공포대상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암은 감기처럼 바이러스질환으로 여기면 된다”고 강조하고, 앞으로 온종합병원 암병원을 통해 부산지역 암 환자들의 치료율을 높이는데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김 이사장은 또 “북한결핵은 아주 심각하다. 이대로 방치하면 향후 한반도 전체에 보건위기 사태가 초래될 수 있는 만큼 텍사스의료과학재단은 그린닥터스 재단과 손잡고 북한 결핵퇴치에 이바지하는 게 생에 마지막 소원”이라고 밝혔다.
김철중 이사장은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한마디 당부 말씀 을남겨 달라’는 정근 이사장의 요청에 “텍사스의과학재단의 설립모토가 ‘Go West, Get Wild!(험지로 가서, 미친 듯이 일하자!)’”라는 말로 대신했다. 지구촌이나 우주로 눈을 돌려 열정적으로 자신의 미래와 맞부딪히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김철중 이사장은 지난 20일 오전 부산진구청과 부산진구의회를 잇따라 방문해 미국의 의료복지 정책 등을 설명하면서 부산진구 주민들을 위해 좋은 정책을 베풀어달라며 서은숙 구청장과 장강식 의장을 통해 각각 1천 달러씩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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