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설문조사에서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로또 1등에 당첨되면 주위에 알리지 않고 다니던 회사에 조용히 다닐 것’이라고 답한 적이 있다.
그러나 1등 당첨자들이 아무리 ‘티’를 안 내더라도 결국 ‘본색’을 들킬 수밖에 없는 상대가 있다. 여의도 국회 앞 국민은행(본점) 동관의 경비원들이 바로 그런 깐깐한 ‘감별사’다.
실제로 동관 경비원 A씨는 “로또 1등 당첨자는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바로 알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누군가와 함께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안절부절 못하며 걸어 들어오는 사람은 대개 1등 당첨자라고.
경비원들이 “어디 가십니까”라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당첨자들은 깜짝 놀라며 누가 들을세라 낮은 목소리로 “로또…”, “복권 때문에…”라고 대답한다는 것이 A씨의 전언.
그럼 이들이 당첨금을 수령하고 나갈 때는 어떨까.
A씨는 “들어올 때는 척 보면 아는데 나갈 때는 어디로 어떻게 나가는지 쥐도 새도 모르게 후다닥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자가 경비원들을 상대로 수소문해본 결과 딱 한 번 로또 1등 당첨자가 당당히 들어와 자신을 밝힌 적이 있었다고 한다.
지난해 3월 한 20대 여성이 운동복 차림으로 아버지와 함께 들어와서는 “저, 로또 1등 당첨됐는데 몇 층으로 가야 하나요?”라고 물어본 것. 이 당첨자는 당첨금 수령 후 경비원들에게 “수고하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러나 잠시 후 이 여성이 다시 현관에 나타나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는데….
당시 근무자였던 B씨는 “(그 당첨자가) 수고한다며 음료수 한 박스를 건네고 자신이 직접 사들고 온 로또 복권을 근무중이던 경비원들에게 한 장씩 나눠준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B씨에 따르면 이 여성은 “1등 당첨자가 사온 로또 복권이니까 좋은 일이 생기길 바라요”라는 말을 남기고 건물 밖으로 나갔다고.
물론 이 복권은 ‘꽝’이었지만 현관 근무자들 사이에서 당시 일은 아직도 훈훈한 일화로 오르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