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 신청한 사람은 어머니 이숙희 씨…“담장 설치비용 상환하라” 4400만 원 청구
구지은 부회장 자택을 법원에 가압류 신청한 사람은 다름 아닌 구 부회장 어머니인 이숙희 씨다. 이 씨는 고 이병철 삼성 회장 둘째 딸이다. LG 창업주 구인회 회장 아들 구자학 전 아워홈 회장과 결혼, 슬하에 1남 3녀를 두고 있다. 구 전 회장은 2022년 5월 12일 타계했다. 구지은 부회장은 ‘구자학‧이숙희 부부’ 막내딸이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지난 4월 23일 ‘채권자 이숙희’가 ‘채무자 구지은’을 상대로 제기한 구 부회장 소유 부동산 가압류 소송을 받아들이는 결정을 내렸다. 이 씨가 제기한 채권 청구 내용은 ‘담장 설치비용 상환 청구권’이다. 청구 금액은 4400만 원.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이 씨 집과 구 부회장 집은 담장을 경계로 바로 붙어있다.
한마디로 어머니가 딸에게 담장 설치비를 내놓으라며 소송까지 제기한 것이다. 향후 구 부회장이 4400만 원을 공탁하면 가압류 집행 정지나 취소를 신청할 수 있다.
어머니 이 씨와 딸 구 부회장 사이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무슨 사연이 있었기에 모녀간 대화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법원 문턱을 넘은 걸까. 구 부회장이 큰오빠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과 경영권을 놓고 8년째 벌이고 있는 ‘남매의 난’과 관련 있는 건 아닐까.
우선 구 부회장과 어머니 이 씨의 한남동 자택 현황을 들여다보자. 구 부회장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지상 2층, 지하 2층 신축 단독주택을 지난해인 2023년 하반기 준공했다. 연건평은 1312.48㎡(약 397평) 규모다. 대지 면적은 632.1㎡(192평). 구 부회장은 현재 이 주택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 부회장은 이 부동산을 2016년 9월 매입했다. 매입가는 86억 원. 매입 당시 국민은행에서 30억 원을 빌렸다. 현재도 36억 원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다. 은행이 통상 대출 원금의 120%를 근저당권으로 설정하는 걸 따른 것이다. 구 부회장은 이 부동산을 매입한 후 기존 건물을 헐고 새 집을 지었다.
개별공시지가는 올해 1월 1일 기준으로 ㎡당 1086만 원. 구 부회장이 해당 부동산을 매입한 2016년 1월 1일 기준 ㎡당 719만 5000원이었다. 8년 동안 ㎡당 366만 5000원 올랐다. 매입 때보다 34% 오른 셈이다.
구 부회장이 보유한 대지 632.1㎡ 규모로 환산하면 2016년 매입 당시 개별공시지가는 45억 4800만여 원이었다. 2024년엔 68억 6500만여 원으로 그동안 23억 1700만여 원이나 올랐다.
구 부회장 바로 옆집에 사는 어머니 이 씨 부동산은 대지가 933.9㎡(283평), 건물은 2층짜리 단독주택으로 연면적은 492.84㎡(149평)다. 이 주택은 1994년부터 이 씨가 소유하고 있다. 다만 이 주택이 있는 대지는 이 씨의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 맏딸 구미현 씨 그리고 막내딸 구지은 부회장 등 3명이 1993년 1월에 매입해 현재도 공동소유하고 있다.
지분은 구본성 전 부회장이 대지 933.9㎡ 가운데 471㎡(143평)로 가장 많다. 구미현 씨가 231.5㎡(70평), 구지은 부회장이 231.4㎡(70평)를 각각 소유하고 있다. 아워홈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에서 구 전 부회장과 구미현 씨는 ‘동맹 관계’다. 반면 구지은 부회장은 둘째 언니 구명진 씨와 손잡았다. ‘구본성‧구미현 대 구명진‧구지은’ 대립 구도로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이 씨의 가압류 신청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 씨가 아워홈 경영권 쟁탈전에서 ‘구본성‧구미현’ 쪽에 무게중심을 두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게 한다.
지난 4월 17일 아워홈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잃게 된 구지은 부회장 입장에선 어머니가 자신에게 등을 돌린 모양새다. ‘남매의 난’에 이어 ‘모녀의 불화’까지 겹쳐진 형국이다.
이숙희 씨의 구 부회장 주택 가압류와 관련해 아워홈 관계자는 5월 2일 “회사가 공식적인 입장을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라고만 짧게 말했다.
구지은 부회장은 2017년부터 구본성 전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4월 주총에선 구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이 부결됐다. 그의 임기는 오는 6월 3일 끝난다.
지분 싸움에서도 구 부회장은 전세가 불리했다. 아워홈 전체 주식의 98% 이상을 1남 3녀가 보유하고 있다. 구본성 전 부회장이 38.56%, 구미현 씨가 19.28%로 두 사람 지분을 합치면 57.84%다. 이에 비해 구명진 씨 19.6%와 구지은 부회장 20.67%를 더해도 40.27%다.
아워홈 주총에선 구미현 씨와 구 씨의 남편 이영렬 전 한양대 의대 교수를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구본성 전 부회장 측이 축배를 든 셈이다.
상법에 따르면 자본금 10억 원 이상 기업은 사내이사가 최소 3명 이상 있어야 한다. 따라서 아워홈은 조만간 최소 한 명 이상의 사내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재계에선 “구본성 전 부회장이 현재 횡령과 배임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직접 경영에 나서기보다는 전문경영인에게 맡길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아워홈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