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핸드볼만 자존심 세워…마지막 희망 남자 축구도 예선 탈락해 중계사 울상
#‘우생순’ 여자 핸드볼만 살았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볼 수 있는 구기종목은 축구, 농구, 배구, 핸드볼, 럭비, 필드 하키, 수구 등 7개 종목이다. 이들 모두 남녀부가 나뉘어 있어 최대 14개 팀이 대회에 나설 수 있다. 이 중 대한민국 대표팀이 출전하는 부문은 여자 핸드볼 한 종목이다.
여자 핸드볼은 우리나라 구기종목 중 유일하게 올림픽 예선전을 뚫고 본선에 올랐다. 2023년 여름, 아시아 예선 대회에서 일본, 카자흐스탄, 중국, 인도를 상대로 4전 전승을 기록해 1위에 오르며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다.
아시아 예선전에 걸린 본선 진출권은 단 1장이었기에 더욱 값진 성취였다. 일본 원정이라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대표팀은 일본을 상대로 1점 차 신승을 거뒀다. 예선 대회 2위로 밀린 일본은 타 대륙과 최종예선전에 참가해 한 번의 기회를 더 받았지만 스웨덴, 헝가리에 밀려 올림픽 진출에 실패했다.
이로써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11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1984 로스앤젤레스 올림픽부터 연속 진출 기록을 이어왔다. 역대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따내 여자 핸드볼 강국으로 군림해온 우리나라는 이번 대회에도 출전하며 자존심을 세웠다.
#탈락 또 탈락, 구기종목 대표팀 수난
그간 올림픽 본선에 6회 도전해 금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수확한 야구 대표팀은 올림픽 본선 무대에 설 기회조차 없었다. 오랜만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지난 대회(2020 도쿄 올림픽)와 달리 이번 파리에선 야구가 다시 정식 종목에서 빠진 탓이다. 야구는 구기종목 중 가장 높은 국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기에 더욱 아쉬움을 남게 했다. 2028 LA 올림픽에서는 야구가 정식 종목으로 돌아온다.
농구와 배구 종목에서 남자 대표팀의 올림픽 참가에 대한 기대감은 높지 않았다. 이들은 각각 20여 년이라는 기간 동안 올림픽 무대에 서지 못하고 있었다. 배구 대표팀은 2000 시드니 올림픽, 농구는 1996 애틀랜타 올림픽이 마지막 출전이다.
농구·배구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올림픽 예선전에 참가조차 하지 못해 더욱 안타까움을 샀다. 배구는 예선 참가 조건인 세계랭킹에 미치지 못했다. 농구는 예선 대회가 열리는 시리아가 국내에서 여행 금지 국가로 지정돼 정부 기관과 논의를 진행하다 참가가 무산됐다.
지난 세 번의 올림픽에서 막강한 인기를 구가했던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은 2008년 이후 16년 만에 예선 탈락했다. 2020 도쿄 올림픽 4강을 이끌었던 김연경, 양효진 등이 은퇴를 선언한 후 대표팀 전력은 급락했다. 이후 벌어진 국제대회에서 연패를 거듭했다. 올림픽 예선 대회에서도 7연패를 기록하며 탈락했다.
남자팀과 달리 지난 도쿄 대회에 나섰던 여자 농구 대표팀도 이번 대회에는 나서지 못한다. 올림픽 아시아 예선을 겸한 지난 2023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에서 5위에 머물렀다. 4위까지 올림픽 최종 예선 진출권이 걸려 있던 대회였다. 대회 역사상 최초로 4강에서 밀려 났기에 당시 농구계 충격은 적지 않았다.
이외에도 필드 하키는 직전 올림픽에 이어 남녀 대표팀 모두 출전권을 얻지 못했다. 수구는 1988 서울 올림픽에서 남자 대표팀만 1회 참가했을 뿐 국제 경쟁력이 미약한 상황이다.
#축구가 안긴 충격, 중계방송사엔 악몽
여자 축구 대표팀은 일찌감치 본선 진출 무산이 확정됐다. 2023년 11월 열린 아시아 2차 예선에서 중국과 북한을 넘어서지 못했다. 당초 기대감이 크지는 않았다. 남자 축구와 달리 아시아 내 경쟁이 치열한 탓이다. 중국, 일본, 북한 등 국제 경쟁력을 갖춘 팀이 즐비하기에 여자 축구는 단 한 차례도 올림픽 본선에 출전한 경험이 없다.
대부분 구기종목에서 본선 진출에 실패한 상황에서 마지막 희망은 남자 축구였다. 지난 아홉 번의 대회에서 올림픽 무대를 밟아온 역사도 전망을 밝게 했다. 기존 1월에서 4월로 예선 대회 기간이 올림픽 개막에 가깝게 열리며 더 많은 시선이 쏠렸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은 대회 조별예선에서 3연승을 거두며 순항하는 듯했다. 그러나 8강에서 인도네시아에 승부차기 끝에 패했다. 대륙간 플레이오프 등 '패자부활전'과 같은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탈락했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여자 배구가 조기에 탈락했고 전통의 인기 종목인 남자 축구마저 올림픽 무대에 서지 못하면서 파리 올림픽은 국내에서 다소 '조용한' 올림픽이 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국내에서 파견하는 선수단의 인원도 과거 대회에 비해 단촐해질 전망이다. 금메달 5개, 종합 15위로 목표를 '하향 조정'한 선수단에 구기종목의 대거 탈락은 또 다른 상처다.
아우성을 치는 곳은 중계권을 가진 방송사다. 광고를 판매해야 할 이들은 흥행이 보장된 남자축구 종목에서 태극전사의 출전이 불발되자 적지 않은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일부 팬들은 올림픽 예선 탈락의 원인 대한축구협회를 지목하며 연일 성토하고 있다. 각 종목 대표팀들의 동반 부진에 '올림픽 특수'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요 종목별 올림픽 도전사 남자 축구 - 1988 서울 올림픽부터 9회 연속 본선 진출, 동메달 1개 획득 여자 축구 - 출전 경험 없음 남자 농구 - 6회 출전, 1996 애틀랜타 올림픽 이후 본선 진출 실패 여자 농구 - 7회 출전, 은메달 1개 획득 남자 배구 - 8회 출전, 2000 시드니 올림픽 이후 본선 진출 실패 여자 배구 - 12회 출전, 동메달 1개 획득 남자 핸드볼 - 7회 출전, 은메달 1개 획득 여자 핸드볼 - 1984 대회부터 11회 연속 출전,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 획득 남자 필드 하키 - 6회 출전, 은메달 1개 획득 여자 필드 하키 - 8회 출전, 은메달 2개 획득 |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