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룻배는 여행객을 싣고…작고 어여쁜 ‘삶의 젖줄’
밍에 강 나루터 마차 대기소에서 172번 마차 마부 맛사가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오늘 이웃들과 이 강가로 갑니다. 강가 숲에 자리 잡은 스몰 리버 레스토랑. 가끔 커피를 마시던 곳입니다. 이 식당에서 내일부터 마을 소녀 산타조가 일하게 됩니다. 그래서 같이 둘러보러 왔습니다. 산타조는 열일곱 살입니다. 부모님의 농사일을 돕느라 초등학교를 마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궂은 집안일도 다 맡아서 했고, 바깥에 나가 일용직으로도 열심히 일했습니다. 산타조는 내일부터 처음으로 월급 받는 일을 하니 설레는 표정입니다. 서빙과 부엌일을 하게 된다고 식당의 요리사가 설명합니다. 마침 마차 대기소에서 마을사람 맛사를 만납니다. 잉와에는 약 200대의 마차가 있습니다. 여자 마부 맛사는 172번 호스카입니다. 남편도 마부입니다. 순번대로 기다려야 하니 관광객이 없으면 자신의 말 포콰와 함께 하염없이 기다려야 합니다. 마차관광은 고대 유적지 바간과 잉와의 오랜 관습입니다.
잉와로 가는 나룻배 사공 쩌스민.
나루터에는 당구장이 있습니다. 강가에 왜 저걸 만들었는지 늘 궁금했습니다. 늘 한적하니까요. 알고 보니 관광객보다는 마부들을 위해 만들었습니다. 손님들을 오래 기다려야 하니까요. 나루터에는 옥으로 만든 제품을 팔기 위해 아낙네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목걸이, 팔찌, 반지 등. 유럽 배낭족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5개국 정도의 간단한 말은 해야 합니다. 독일말은 꼭 필요하고, 한국말은 모릅니다. 이곳은 한국여행객을 만나긴 힘들고, 독일인은 많이 만납니다.
이곳 레스토랑에 일하게 된 산타조가 설레는 표정을 짓고 있다.
이제 엔진 달린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갑니다. 멀리 이라와디 강과 아치형 다리들이 보입니다.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오고 우리는 그 바람에 순순히 몸을 맡깁니다. 새로 온 뱃사공 쩌스민의 손놀림이 노련합니다. 고향이 북부 몽유와인 쩌스민은 서른여덟인데 아직 미혼입니다. 유럽인들과 섞인 우리는 배 안에서 인사를 건넵니다. 어김없이 독일인 부부가 있고, 그리스, 프랑스에서 왔습니다. 그들은 이곳이 버마 역사상 가장 많이 수도로 삼았던 곳임을 알고 있는 걸까요.
밍에 강이 흐르는 이곳 잉와는 어와(Ava)라고도 합니다. 옛 이름입니다. 만달레이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습니다. 그곳에 강이 있고 그 강을 일터로 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내일이면 산타조는 그 먼 거리를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달려갈 것입니다. 맛사는 마차를 타는 사람들이 올 때까지 한없이 기다리고, 쩌스민은 고향 몽유와로 돌아갈 날을 그리워 할 것입니다. 삶은 강처럼 구불구불 흘러가고, 밍에 강은 그들의 삶처럼 천천히 함께 흘러갈 것입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