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박한 눈동자와 맑은 구름에 인생의 길을 묻다
바둑판처럼 반듯한 만달레이 거리.
신도시에는 복합 쇼핑몰이 속속 들어서 있다.
영국 시인 키플링이 쓴 시 ‘만달레이로 가는 길’. 그 시를 노래한 프랭크 시나트라. 그 후 영국 가수 로비 윌리엄스가 부른 현대판 만달레이도 있습니다. 키플링은 만달레이에는 온 적이 없고, 또 이어지는 노래들도 그 이미지를 빌리고 되살렸을 뿐입니다. 정작 이곳 만달레이에 살았던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은 1920년대 만달레이를 섬세하게 기록하여 그 당시 이 도시의 모습을 엿보게 됩니다. 그는 20대 시절 식민지 경찰로 근무했음에도 키플링을 제국주의의 대변인으로 공격했습니다. 만달레이는 이렇게 여러 상징적인 이름으로 남아 있습니다.
도심 골목에는 미싱으로 옷을 만드는 패션가게, 컴퓨터 작업을 도와주는 숍들이 있다.
미얀마 출신 영화감독 미디 지(Midi Z)의 2016년작 ‘만달레이로 가는 길’. 23살의 미얀마 처녀 리엔칭과 청년 구오는 메콩강을 따라 조국을 떠나 태국으로 잠입합니다. 식당, 봉제공장 등을 전전하며 거주증을 얻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리엔칭. 그것을 위해 나중에 매춘까지 하게 되고 구오와 심각한 갈등을 빚는 순간을 맞게 됩니다. 방콕을 거쳐 대만으로 가겠다던 그들의 꿈. 미얀마 이주민들의 비참한 밑바닥 삶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또 다른 만달레이를 찾아가는.
만달레이에는 요즘 3인용 삼발이 택시가 많이 다닌다. 일명 ‘똥배이’라고 부른다.
시내 북쪽에는 버마 마지막 왕궁을 둘러싸고 도시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아침에는 왕궁을 둘러싼 해자를 걷는 중국계 시민들이 많습니다. 관광객들은 만달레이 언덕에서 이 도시를 내려다보게 됩니다. 넓디넓은 만달레이 평야에 세운 왕궁. 1885년 영국에 점령되기 전까진 이 나라를 통치한 장소입니다. 버마는 크게 세 번의 통일왕조가 있었습니다. 바간 왕조, 따웅우 왕조, 꼰바웅 왕조가 그것입니다. 왕조의 주요한 수도가 바간, 잉와, 만달레이입니다. 모두 만달레이 부근에 있습니다. 이 도시 주변에는 아마라뿌라, 잉와, 샤가잉, 밍군 등 4개 근교도시가 있습니다. 외곽에는 동서남북으로 삔우린, 바간, 메익틸라, 몽유와 등 4개의 큰 외곽도시가 있습니다.
만달레이와 샤가잉을 잇는 에야와디 다리. 북쪽으로 가려면 이 다리를 건너야 한다.
오는 10월 1일부터 여행객은 비자 없이 미얀마에 입국할 수 있습니다. 우선 1년만 시행합니다. 미얀마 관광청이 이런 결정을 하기까지는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입니다. 관광산업이 하락세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인근 베트남과 태국, 싱가포르와 심각하게 대비가 됩니다. 이곳은 직항편이 부족하고 인도차이나 중 가장 먼 나라입니다. 게다가 현대적인 멋이나 청결보다는 1000년 전의 황폐함과 어두운 환경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이 도시를 사랑하며 살아야 할 저는 많은 생각이 교차합니다. 출근하는 아침, 만달레이 골목을 돌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미얀마의 구름들은 언제나 맑고 예쁩니다. 사람들의 순박한 눈동자처럼. 만달레이로 가는 길. 여러분은 이 구름들과 눈동자들에게 그 인생의 길을 물어보지 않으시렵니까.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
밍군마을로 오가는 이라와디강의 유람선.
유럽 관광객이 많이 찾는 페리 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