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전부터 다리까지…‘지구의 벗’ 나무 천국
티크목으로 지은 우베인 다리. 160년이 넘었다.
[일요신문] ‘나무의 나라’ 미얀마. 어딜 다녀와도 머릿속에는 나무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오늘 저도 나무 한 그루가 되어 티크나무 숲속에 서 있습니다. ‘나무가 되어’. 가수 조동진의 유작 노래제목처럼. ‘나는 거기 다가갈 수 없으니/그대 너무 멀리 있지 않기를/나는 별빛 내린 나무가 되어/이전처럼 움직일 수가 없어.’ 나무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합니다. 지구의 환경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숲에서 나무 하나하나를 바라보면 나무처럼 살고 싶어집니다.
티크목으로 지은 옛 영국 총독부 관저 건물과 당시 타던 승용차들.
천연가스, 콩 그리고 티크목(Teak Wood). 미얀마의 3대 주요 수출품목입니다. 티크목은 내구성과 병충해에 강해 최고급 가구와 선박용 목재로 쓰입니다. 티크목은 드넓은 인도, 인도네시아에서도 자라지만 미얀마가 생산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산림도 많이 황폐해졌습니다.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벌목하다보니 심는 속도를 따라잡질 못합니다. 한때는 나라 전역이 티크의 숲을 이뤄 ‘Golden Teak’로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 나무들로 궁전도 짓고 사원도 짓고 긴 다리도 놓았습니다. 그래서 어딜 여행해도 나무의 기억이 남게 됩니다.
한 나무에서 여러 색깔의 꽃을 피워내는 부겐베리아 꽃나무.
버마의 마지막 왕조인 꼰바웅 왕궁도 티크목으로 지었습니다. 영국의 옛 총독부 관저 거버너 하우스(Governor’s House)도 마찬가지입니다. 100년이 넘었어도 건물이 바래지 않고 튼튼합니다. 아마라뿌라에 있는 우베인 다리도 160년이 넘었지만 티크목이 호수 위에 건재합니다. 가장 큰 티크나무를 통째로 기둥으로 세운 잉와의 바가야 수도원(Bagaya Kyaung)도 장관입니다. 둘레 2.7미터, 267개 티크목이 사용되었습니다. 인레호수 위의 수상가옥들도 티크목이 긴 세월을 감당해왔습니다. 나무로 지은 집은 티크만이 아닙니다. 이 나라 빈민들은 대개 대나무집을 짓고 삽니다. 짓는 데 하루 걸립니다. 대나무와 대나무 잎만 가지고도 집이 됩니다. 통풍이 잘되는 집이지요. 나무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익숙한 삶입니다.
대나무로 집짓는 모습. 하루 만에 짓는다.
미얀마에는 많은 과일나무가 있습니다. 교외로 나가면 망고나무, 아보카도나무, 파파야나무가 나그네를 반깁니다. 그중 제가 잊을 수 없는 나무는 유칼립투스입니다. 호주가 본향인 나무입니다. 이 나무 아래 있으면 은은한 향기가 납니다. 잎을 따 냄새를 맡으면 머리가 시원해지는 것 같습니다. 호주의 귀여운 동물 코알라는 자는 시간 외에는 이 나무의 잎만 먹고 삽니다. 미얀마에서 나무와의 추억이 너무 많습니다. 강가의 나무 그늘에서 사람들과 얘기하고, 나무로 만든 의자에서 별을 쳐다보고, 나무로 지은 유적지를 돌아다녔으니까요.
울창한 가지를 편 나무. 오른쪽은 받침대처럼 스스로 받치는 가지를 만드는 나무.
푸르른 숲속에서 아름다웠던 나무들의 향기를 기억합니다. 여기 선 나도 나무가 되어. 나무는 너무 외로워 숲을 이루고, 맑은 산소를 품어내고, 뜨거운 햇볕을 가려줍니다. 움직일 수 없으니 끝이 없는 그리움을 흙속으로 밀어넣습니다. 조동진의 유작 노래 마지막 가사처럼. ‘나는 이제 따라갈 수 없으니/그대 홀로 떠나갈 수 있기를/나는 비에 젖은 나무가 되어/예전처럼 외로움조차 없어.’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