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버] 소공인이 산다1-전순옥 민주당 소상공인특별위원장 인터뷰
-“소공인에게 ‘마케팅·유통’ 요구 안돼...시장 잘 읽는 상인·유통업자와 연결해줘야”
-“소공인들에겐 열악한 환경개선 등 제품 생산성과 퀄리티 높이도록 지원해야”
-“일감과 인력 문제 늘 상존...여기에 대기업들의 기술 탈취 등 횡포 문제도 심각”
[일요신문] 제대로 배운 기술 하나가 서울대 졸업장 부럽지 않다는 말이 있다. 6070 산업화 시대, 그 말을 따라 많은 여성들은 기술을 배워 미싱을 탔다. 또 어떤 이들은 가죽 가공술을 배워 가방과 구두를 만들었다. 그렇게 배운 기술을 밑천 삼아 우리 도심 구석구석에서 여전히 업을 삼고 있는 이들이 있다. ‘소공인’들이 그 주인공이다. ‘소상공인’은 익숙해도 사실 ‘소공인’의 개념은 생소하다. ‘소공인’은 노동집약도가 높고 숙련기술을 기반으로 제조업에 종사하는 10인 미만의 소규모 업자를 말한다. 소규모의 봉제업자, 금속, 쥬얼리, 악세서리 등을 다루는 세공업자, 가방과 구두를 만드는 가죽제조 업자 등이 이에 속한다. 얼핏 우리의 삶과는 연결되지 않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이 땅의 소공인 사업체수는 2014년 기준 31만 개, 종사자 수는 98만 명을 상회한다. 이는 우리 제조업 전체 업체 중 8할을 차지하며, 종사자 비중으로 따지면 25%를 상회하는 수치다. 그들이 우리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척 큰 셈이다. 허나 소공인들의 삶은 안녕하지 못하다. 여전히 근무환경은 열악하고, 일감은 부족하다. 일감이 생기면, 사람이 부족하다. 이번 주 언더커버는 그들을 조명한다. 우선 지난 2015년 19대 국회 당시 ‘소공인법’을 대표 발의한 전순옥 더불어민주당 소상공인특별위원장을 지난 22일 직접 만나봤다. 전 위원장은 소공인들의 ‘위기’ 속에서도 ‘희망’을 찾았으며, 미래를 얘기했다.
최준필 기자=전순옥 더불어민주당 소상공인특별위원장은 ‘소공인’의 기술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근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이 소상공인은 익숙해도, 소공인은 여전히 생소해 한다.
“그렇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소공인’에 대한 개념을 잘 모른다. 심지어 어떤 기자 분은 내게 오탈자가 났다고 연락이 오더라. ‘소공인’을 썼더니, ‘소상공인’의 ‘상’자 빠져 잘못 쓴 줄 알고 말이다.”
―알고 보니, ‘소공인’이 우리 제조업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우리 전체 제조업의 80%, 종사자 중 25% 상회. 시장 규모 375조 원)이 상당하더라.
“이제 소공인 업체 수가 34만을 바라본다. 어마어마한 숫자다.”
―저서(‘소공인-2015년 뿌리와 이파리 출판’)에서도 언급했듯 ‘소공인’과 그들의 기술에서 상당한 가능성을 엿 본 거 같은데.
“물론이다. 특히 고용적인 측면에서 놓고 보자. 소공인 업체들을 조사해 보면, 지금도 평균 1.5명의 사람이 더 필요하더라. 단순히 업체 당 한 명씩만 더 고용한다고 해도 일자리 30만 개 이상이 창출될 수 있는 수치다. 소공인들 중에선 정부의 ‘청년지원금’ 대신 차라리 그들에게 우리 공장에서 일 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어떻겠냐는 말을 하는 분들도 꽤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말하고 있는 시대다. 소공인들 하면 약간 시대에 뒤쳐져 있다는 느낌도 솔직히 든다.
“아니다. 기술이 없으면 4차 산업혁명도 없다. 4차 산업혁명은 근간의 기술을 토대로 IT 등 새로운 기술과 연결돼 일어나는 것이다. 융합과 결합이다. 소공인들에겐 기술이 있다. 그 기술을 새로운 기술과 어떻게 더 잘 결합해 업그레이드 할 것인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소공인들의 기술은 4차 산업으로 가는 기초를 제공할 수 있다.”
―소공인들의 가장 큰 어려움이 뭔가.
“늘 두 가지다. ‘일감이 없다’는 것과 ‘사람을 못 구한다’는 것이다.”
출처=도시형 소공인 개념, 현황 및 지원정책에 관한 소고(김철민, 정중영_중소기업연구 제38호 3호.2016.9)에 실린 2014년 통계청 ‘전국사업체조사’ 재편,가공표 참조. 그래픽=백소연 디자이너
―일감도 없지만, 사람도 없다는 두 가지 어려움은 상당히 아이러니하다.
“사실이다. 예를 들어 봉제를 보자. 요즘 거의 베트남이나 중국 등 해외에서 거의 100% 공정을 생산해 들여온다. 그리고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불법적인 라벨갈이를 한다. 단속해야 하지만, 쉽지 않다. 이렇게 들여온 의류들은 우리 소공인들이 생산한 것들에 비해 질이 확 떨어지지만, 단가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거다. 그런데 사람 구하기도 어렵다. 공장이 더럽고 지저분하다. 환경과 조건이 안 좋으니 배우러 오는 사람도 많지 않다. 또 숙련공이 되려면 최소한 5년을 견뎌야 하는데 쉽지 않다.”
―저서를 보니 봉제 공장은 오후 6~7시가 생산성의 피크이고, 밤 10~11시까지 작업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
“그렇다. 아침에 재단을 위해 9~10시에 시작하고 보통 그렇게 피크를 찍고, 늦게까지 일하는 구조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그 구조에서 무조건 생산 단가만 다운시키기 위해 인건비 줄이는 것만 생각한다.”
―그들을 위해 어떤 지원이 제일 필요한가.
“간단하다. 소공인들이 물건을 잘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다. 좋은 제품 나올 수 있도록, 공장 환경만 개선해 줘도 생산성이 오른다. 단가를 후려칠 것이 아니라 쾌적한 환경을 마련해 구두 다섯 켤레 만들 것을 여섯 켤레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기술개발도 지원해주고. 그런데 소공인들에게 유통이나 마케팅을 요구하면 안 된다.”
서울 장위동의 한 봉제공장의 모습. 연합뉴스
“소공인들은 좋은 제품 생산에 집중해야지 스스로 마케팅하고 유통하게끔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들은 ‘생산’에 익숙하지 ‘판매’는 잘 못한다. 예전에 한 차례 소공인들이 직접 가게를 내서 해봤지만, 쉽지 않더라. 그것은 시장을 잘 읽는 유통업자와 상인들의 몫이다. 유통원과 소공인들을 잘 연결해 시장의 흐름과 잘 맞는 좋은 상품이 나오게 해야 한다. ‘공’과 ‘상’의 두 구조를 분리해 각각의 몫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예로 예전 손혜원 의원이 국회에 들어오기 전, 나전칠기 공인들과 협업을 한 적 있다. 워낙 뛰어난 기술을 갖고 계셨던 분들이었지만, 만드는 상품이 소비자들의 니즈와 맞지 않았다. 그런데 손 의원의 마케팅이 결합하더니, 나온 작품들이 프랑스에 고가로 팔려가더라. 그런 것이다.”
―최근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불만도 많은데.
“소공인들은 거의 대부분 최저임금 다 주고 있다. 반대하시는 분들은 솔직히 프랜차이즈 가맹주분들이 많다. 전체 소상공인이 다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소공인들은 아니다.”
―대기업과의 갑을관계도 소공인들이 겪는 어려움이지 않나.
“그렇다. 납품 단가 후려치기 등 하청 문제도 그렇지만, 기술탈취 문제가 심각하다. 소공인들은 현장에서 기술을 습득하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도 한다. 그런 분들은 특허를 내고 싶어 하지만, 비용이나 서류구비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 분들에게 큰 기업들이 대신 특허를 내준다고 접근하고, 몇 해 동안 생산 관계를 맺다가 관계를 끊고 해외로 나가 기술을 탈취하는 경우가 많다. 아예 대기업이 소공인들에게 기술과 관련한 PT를 요구하고, 살짝 수정만 해서 그 기술을 카피하는 경우까지 있다. 그래서 요즘 PT부터 계약 관계로 규정하는 법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소공인들은 본인의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기술이전이나 후임양성의 의지는 어떤가.
“물론 갖고 있다. 제가 있던 봉제아카데미에서 강사로 활동하거나 지금 원장이 된 소공인들도 있다. 워낙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지만, 가르치는 교수법은 또 따로 배운다. 아카데미에서 SMQT라는 자격시험제도를 두는데 1급을 받은 분들이 강사로 나서는 식이다.”
―마지막으로 소공인 금융지원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면.
“앞서 소공인 공장의 환경개선 얘기를 했지만, 안타깝게도 현재로선 그 지원책이 마땅치 않다. 2015년 우리은행 동대문지점에서 소공인들을 위한 컨설팅 창구가 마련됐다. 퇴직 행원들이 컨설팅을 해주는 식이지만, 여전히 문턱이 있다고 한다. 또 현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소공인을 위해 3500~4000억 규모의 대출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다루는 인력도 부족하고 컨설팅을 해주는데도 문제가 좀 있다. 이 정도 규모의 돈이면 지방의 저축은행을 인수할 수 있는 규모다. 근본적으론 ‘공공은행’ 성격의 ‘소공인은행’이 운영되어야 한다고 본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소공인이 산다2-‘르포’ 우수 소공인 유통 품평회에서 만난 소공인들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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