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같은 현실을 하루라도 빨리 누려보려는 심리 때문일까. 로또복권 1등 당첨자들 중 대부분은 추첨방송이 나간 다음주 월요일 곧바로 당첨금을 수령해간다고 한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근교에 사는 사람들은 월요일 오전에 찾아오고,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월요일 오후에 찾아와 당첨금을 모두 수령해 간다는 것.
근래 들어 1등 당첨자는 몇 차례를 제외하곤 3~4명에 불과해 당첨금을 수령할 때 1등 당첨자들끼리 부딪힐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로또복권이 1천원으로 인하된 후 무려 11명의 1등 당첨자를 탄생시킨 92회차에서는 사정이 좀 달랐다.
92회차 1등 당첨자들도 대부분 월요일인 지난 6일에 당첨금을 찾아갔다. 그런데 당첨자의 숫자가 많다보니 불가피하게 몇 명은 당첨금 수령장에서 서로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 1등 당첨자인 이들은 당첨금을 수령하기까지의 짧은 시간 동안 서로 축하해주면서 덕담이라도 건넸을까.
그러나 국민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1등 당첨자들은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길조차 마주치지 않았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1등 당첨자들은 서로가 1등에 당첨된 것을 알지만 가벼운 눈인사조차도 나누지 않더라”고 전했다.
그래서 국민은행측은 당첨자들의 불안한 심리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1등 당첨자들을 분리시켜 놓았다고 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1등 당첨자들이야 원래 당첨금을 받기 위해 대기하는 시간 동안 안절부절하게 마련이지만 지난주는 1등 당첨자들이 서로 마주치자 더욱 불안해 하는 것 같았다”며 “당첨자들을 서로 다른 방에서 기다리도록 조치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1등 당첨자들은 천형(天刑)을 받는 것보다 더 두려워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어서 빨리 그 불안하고 초조한 순간을 벗어나려는 듯 통장에 당첨금이 들어간 것을 확인한 순간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총총걸음으로 사라진다고 한다.
반면 대개의 2등 당첨자들은 서로 축하인사를 주고받고 국민은행 직원들에게 “수고하세요”라는 인사말도 꼭 건넨다고.
주체할 수 없을 만큼의 횡재보다는 오히려 조금 모자란 듯한 행운이 평범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