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청, 사업성 들어 일부만 추진하자 주민들 “공약 지켜라” 반발…원도심선 “송도만 개발 집중” 불만 목소리
송도 워터프런트 관련 기자회견 모습.
송도 워터프런트 사업은 2027년까지 송도지구를 ‘ㅁ’자로 감싸 흐르는 수로를 건설하고 수로 주변부지 부동산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인천경제자유구역 계획에는 없었으나 송영길 전 시장 때인 2011년 인천경제청에 의해 추진됐다.
당시 인천경제청은 송도 주변에 바닷물을 순환시켜 수질과 악취를 개선하는 계획을 세웠다. 송도 지구를 감싸는 수로를 조성하고 갑문을 설치해 침수 예방 등 방재 기능과 함께 해안공원을 조성해 송도를 이탈리아 베네치아처럼 수상도시로 만들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부합동감사에서 총사업비가 1조 원을 넘길 수도 있다는 점이 지적되는 등 경제성 문제 때문에 다섯 차례나 지방재정투자심사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인천시는 그간 각종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해오다 막대한 부채를 진 전력이 있다.
지난 9일 외부전문가 15명으로 구성된 인천시 지방재정투자심사위는 워터프런트 사업이 전체적으로 ‘부적정’하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단 1-1단계는 방재적 사업 성격을 감안해 구분해서 추진하라는 여지도 남겼다.
이에 따라 인천경제청은 1-1공구를 당초 계획대로 설계VE, 건설기술심의, 일상감사 등 필요한 잔여 행정절차를 신속하게 마무리해 올해 하반기부터 사업 추진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발표에 송도 주민들은 인천시를 믿지 못하겠다며 “워터프런트 사업을 무산시키려는 의도”라고 생각하고 1-2 공구 등 나머지 사업의 진행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서는 분위기다.
송도 주민들이 가입한 카페나 커뮤니티, SNS에는 박남춘 시장을 비롯해 부시장, 인천시의장, 부의장 등 시의원, 시 공무원 등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 강력하게 의사를 전달하자는 글이 심심찮게 보이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물론, 박남춘 시장의 공약이었던 워터프런트를 이행하라는 현수막을 걸고 집단행동에 나설 계획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와중에 일부 원도심 시민들은 워터프런트 개발로 인천시 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냐는 걱정과 송도에만 개발이 집중되는 것은 아니냐는 불평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낙후된 원도심 개발이 우선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인천시는 현재 10조 원을 상회하는 빚을 지고 있는데 이 때문에 자칫 워터프런트 사업이 지역 간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2만 1000명 정도의 회원 수를 가진 송도 인터넷카페 올댓송도의 김성훈 대표는 “송도에서 발생한 이익으로 원도심을 개발하는 데 찬성한다”면서 “지난 시장들이 주장한 ‘송도 때문에 인천에 빚이 많이 생겼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천에서 송도에 걷은 지방세가 2조 8000억 원, 송도에서 가져간 토지의 공시지가가 3조 400억 원이다. 공시지가로 가져가 시세에 매각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송도에서 인천시로 건너간 돈만 약 8조 원이 된다”고 계산했다.
그러면서 “10조에 달하는 인천시의 부채는 아시안게임, 도시철도를 공사하는 등 인천 전역에 사업을 벌이느라 쌓인 것임에도 송도 때문에 빚이 생겼다고 원도심 주민들과 송도 주민들을 갈라놓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하며 “신도심과 원도심을 구분 지을 게 아니라 신도심을 개발하고 발전시켜 그 과실을 원도심에 어떻게 뿌려줘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를 필두로 적지 않은 수의 송도 시민들은 워터프런트 사업 1단계에는 2500억 원 정도의 사업비가 투여되지만 이 사업은 방재, 수질 사업에 친수를 얹은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추후 인천 전체에 이득이 되는 관광사업을 위한 밑바탕이 될 거라고 예측하고 있다.
송도 워터프런트 프로젝트 개요.
시민들은 구체적 청사진으로 송도국제도시에서 외국인, 외지인 등의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인천의 역사를 품고 있는 원도심의 월미도, 상상플랫폼, 내항재개발을 통해 관광 활성화를 이룰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인천 연수을을 지역구로 둔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은 송도 주민 편에서 인천시를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민경욱 의원은 “박남춘 시장은 취임하자마자 워터프런트 사업의 재검토를 운운하더니 1-1단계는 조건부 통과, 1-2단계는 재검토 결정을 내렸다”며 “이는 오는 10월 착공을 기대했던 수많은 송도 주민들에게 큰 좌절을 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민 의원은 또 “방재검증이나 사업성을 높이는 방안은 사업 진행 과정에서 차차 풀어가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이것으로 사업을 지연시키려는 어떠한 꼼수도 부려서는 안 된다”면서 송도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논란이 커지자 김진용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은 지난 20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남춘 시장은 워터프런트 사업의 조속한 착공과 재원대책 마련 및 단계별 워터프런트사업 원안 추진을 지시해왔다”고 밝히며 “인천경제청은 보다 원활하게 시민사회, 의회, 관계기관 및 전문가들과 소통하고 협력해 워터프런트 사업을 정상적으로 원안 추진할 것을 천명한다”는 입장을 내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23일 인천경제청 개발전략팀에 확인해본 결과 ‘정상적 원안 추진’의 의미는 송도 주민 의견의 수용이 아닌 사업성과 경제성 제고 방안을 강구한 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타당성 조사를 재의뢰하고 이를 토대로 지방투자심사위원회에 재상정한다는 본래 계획을 재확인하는 것에 불과해 인천시와 송도 주민들의 대립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창의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