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25년 형량 증가…이재용 삼성 부회장 최종판결에도 변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이 열린 24일 법원 앞에는 지지자 일부가 시위를 벌였다. 이성진 기자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안종범 전 정책조정실장에 대한 2심 선고가 이뤄졌다. 서울고등법원 형사4부(김문석 부장판사)는 박 전 대통령에게 1심보다 형량이 늘어난 징역 25년, 벌금 200억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18개 혐의 중 ‘삼성 뇌물’과 관련한 혐의에 대해 무죄로 봤던 1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삼성의 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후원금 지급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큰 틀에서의 부정청탁 현안으로 인정됐다. 이 부분이 박 전 대통령의 형량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박 전 대통령의 형량증가보다 더 큰 직격탄은 이재용 부회장이 맞을 가능성이 크다. 당초 항소심의 쟁점은 삼성 뇌물이었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 작업에 대한 청탁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한국스포츠영재센터 후원, 정유라 씨에게 마필을 지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삼성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지급하거나 지급을 약속한 433억 원 중 32억 원가량만 뇌물로 인정받았다. 덕분에 이재용 부회장은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2017년 2월 이 부회장의 2심 재판부는 △승계작업이 부정청탁 현안으로 명확하지 않고 △정유라 씨에 지원한 말 3필 실소유자는 ‘삼성’이라고 판단했다. 재단 지원은 뇌물공여가 아닌 강요에 의한 출연으로, 정유라에 대한 마필 지원은 소유권을 넘긴 것이 아닌 사용이익만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이 제공한 뇌물액은 36억 원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항소심 결과가 나오자 이목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 부회장의 2심이 나온 뒤 이뤄지는 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을 앞두고 이목은 ‘마필 소유권’에 집중됐다. 이 부회장의 항소심에서 마필지원 뇌물액이 절반수준인 36억 원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변은 없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같이 마필의 실질적인 사용 및 처분권한이 최순실 씨에게 있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말 보험료의 경우 계약자 명의가 삼성전자로 체결됐고, 보험이익도 최 씨에게 이전된 바 없어 뇌물로 인정되지 않았다. 1심에서 72억 원 수준이던 마필 관련 뇌물액은 보험료를 제외하고 70억 원가량으로 줄어들었다.
이번 항소심에서는 재판부가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묵시적 부정청탁을 인정한 것에 이목이 집중됐다. 앞서의 이 부회장의 2심 재판부는 ‘경영권 승계 작업’이라는 현안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묵시적으로도 이에 대한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부는 “삼성이 승계작업과 관련해 명시적인 청탁을 했다고 볼 만한 증거는 없지만 묵시적인 청탁은 존재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묵시적 부정청탁이 존재했다고 인정함으로써 삼성이 영재센터에 출연한 16억 2800만 원이 제3자 뇌물로 인정됐다. 뇌물액이 늘어나며 집행유예로 석방됐던 이 부회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변수가 됐다.
뇌물액이 50억 원이 넘을 경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적용을 받아 징역 5년에서 무기징역으로 형량이 크게 늘어난다. 이 부회장은 항소심 재판부에서 인정받은 뇌물액 36억 원에다, 영재센터 출연금이 추가 뇌물로 인정될 경우 형량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하나의 사안에 대해 재판부에 따라 뇌물 인정 여부가 갈린 것에 대해 한상희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최종결론은 대법원으로 넘어간 셈”이라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