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내 CCTV 의무화’ 두고 온도차 뚜렷…일각에선 두 협회 신경전 지적도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사진은 강남의 성형외과 밀집지역으로 기사 내 특정 사실과 관계없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그러면서도 대한한의사협회는 대한의사협회가 최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밝힌 입장에 찬성한다고 덧붙였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의사협회는 22일 정례브리핑에서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며, 공론화 과정을 통해 충분한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의사협회가 보건의료계 내부와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려는 자세로 전환한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CCTV 설치에 대해 두 협회의 주장은 여전히 온도 차가 극명하다. 한의사협회의 해석과 달리 의사협회는 수술실 내 CCTV 설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임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길거리 CCTV 설치도 초상권 침해 논란이 컸는데 하물며 수술실은 어떻겠나. 의사를 포함해 환자와 나머지 의료진 중에서는 CCTV에 촬영되기를 원치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며 “소수에 의해 발생한 문제를 무조건 법을 통해 통제하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 또 하루에 수만 건이 진행되는 수술을 모니터링한다는 건 실효성이 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같은 업계도 아닌 한의사협회에서 CCTV를 설치해야 하는지 마는지에 대해서 언급하는 건 부적절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진호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각성의 정도가 다른 환자와 의사 사이에서 벌어지는 문제들 때문에 요즘에는 환자들이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녹음기를 켜는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나 역시 얼마 전 내시경을 받으며 녹음기를 켰다”며 “학문의 영역을 떠나 같은 의료인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수술실 내 CCTV 설치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법 조항은 없다. 19대 국회 당시 최동익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두 번에 거쳐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 하자‘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의료계의 반발에 부딪히며 무산됐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비공개적인 장소에서의 촬영은 해당 공간 내에 있는 모든 구성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는 장점도 있지만, 부작용도 있을 수 있는 문제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두 협회의 지나친 신경전이 문제 해결을 위한 건강한 소통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논란에 앞서 두 협회는 ‘봉침시술’을 둘러싸고 한 차례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지난 6월 한의원에서 봉침 시술을 받은 30대 여성이 쇼크사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한의사협회는 ‘한의원 내에 전문의약품 응급키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의사협회는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은 무면허 불법시술이며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봉침시술을 중단하라고 반박했다. 이어 의사협회는 한의사들의 전문의약품 사용을 조장한다며 한의사협회와 협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진호 부회장은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은 두 협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펼친 것”이라면서 “봉침시술과 관련해 의사협회에서 고발한 건은 최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각하 결정이 내려졌다. 아마 의사협회에서도 실제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