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찍고 상승? 아직 변수 산적…“사고 수사 결과와 미국의 사업자 선정 여부 따라 주가 요동칠 것”
한 달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완연한 상승세를 연출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주가다. 검찰 수사로 뒤숭숭했던 지난해 분위기에서,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 취임 이후 기대감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KAI가 완연한 ‘상승세’를 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지난달 발생한 수리온(마린온) 헬기 사고와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 납품 사업 승인 등 변수가 산적하다.
# 불리하게 돌아가는 사고결과
마린온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수리온을 해병대용 상륙기동헬기로 개조한 모델이다. 올해 KAI의 핵심 모델이기도 하다. 지난 2006년 개발비 1조 2950억 원을 투입, 2012년 개발 완료됐다. 우리 군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해병대가 오는 2023년까지 총 28대 마린온 헬기를 도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7월 중순,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7월 17일 포항 해병대 1사단 내 활주로에서 수리온(MUH1) 헬기 1대가 추락한 것. 승무원 6명 가운데 고 김정일 대령(45), 고 노동환 중령(36), 고 김진화 상사(26), 고 김세영 중사(21), 고 박재우 병장(20) 등 5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을 당했는데, 인수한 지 6개월 만에 발생한 사고였다. KAI로서는 악재였다. 주가가 1년 내 최저점을 찍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2017년 통합화력 격멸훈련에 참여한 수리온 헬기. 국회사진취재단
진짜 문제는 이번이 첫 사고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015년 초 육군항공학교에서 수리온 2대가 엔진과속 후 정지돼 비상 착륙한 바 있고, 지난해 5월에는 육군에 납품된 60여 대 가운데 8대 기체 뼈대에서 균열이 발견됐다. 지난해 7월에는 감사원 감사에서는 수리온이 전투용 헬기나 일반 헬기로서 비행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KAI는 결국 지난 6월 방위사업청 주관 감항인증 심의위원회를 통해 수리온의 체계 결빙 운용능력에 대한 ‘감항성’을 입증 받았다. 감사원 감사 이후 전투용으로 사용해도 된다고 다시 인증을 받은 것인데 한 달여 만에 다시 사고가 발생하며, 수리온 헬기 안정성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일부 유가족은 군 당국의 초동 조치가 미흡했다고 반발하며 명확한 사고 원인 규명까지 수리온 헬기를 운영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KAI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 있는 ‘기체 결함’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 해병대사령부가 공개한 10초 분량의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만 보면 사고 헬기는 10여m 상공으로 이륙한 지 4~5초 만에 회전날개(메인 로터)가 갑자기 떨어져 허공으로 날아갔고 이내 동체가 땅으로 추락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문제가 있어서 정비를 하는 과정에서 난 사고이지 않냐”며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기계 자체의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수출길까지 차질?
문제는 수리온(마린온)의 사고로 KAI의 해외 수출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수리온 납품은 KAI 내수 매출의 40%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판매 상품’이다. 실제 KAI는 향후 15년간 200여 대의 수리온을 판매, KAI의 실적 회복을 이끈다는 전략을 내비친 바 있는데,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와 중동 등에서 수출이 가시화됐다.
하지만 최근 사고로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앞선 관계자는 “최근 강력하게 구매의사를 내비쳤던 필리핀의 분위기가 사고 이후 바뀌어서 사실상 무산되는 상황이라고 들었다”며 “결함이 예상되는 수백억 원 공격 헬기를 쉽사리 수입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역시 곧바로 수출 관련 문제 차단에 나섰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사고 직후 “수리온이 결함이 있었던 헬기라고 해서 마치 수리온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칠 가능성이 있으나 실제 감사원이 지적했던 결빙의 문제는 완벽하게 개량됐다”며 “현재 우리 수리온의 성능과 기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 주가 훈풍 까닭은? 미국 고등훈련기 기대감 솔솔
그렇다면 헬기 추락사고 직후 3만 1000원대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4만 2000원대까지 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KAI의 새로운 수출 성과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KAI가 록히드마틴사와 함께 진행 중인 17조 원 규모의 미국 공군 노후 훈련기 350대 교체 프로젝트(미국 공군 차기 고등훈련기 APT·Advanced Pilot Training) 사업자 선정 결과 발표가 임박했다. KAI는 토종 고등훈련기 ‘T-50’를 개조한 ‘T-50A’ 모델을 앞세워 17조 원 규모의 이번 수주를 따낸다는 각오다. KAI 측은 최종 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는 지난해 말에서 올해 초 사이 결정이 나왔어야 했던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미국 공군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사업자 선정을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게 방산업계 중론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회계연도인 9월 30일 이전에 이뤄질 수 있다”며 “APT 사업에 소요되는 예산을 올해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회계연도 이후로 미룰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17 실내 전시장에 전시된 T-50 훈련기. 임준선 기자
# 한쪽만 들어주지 않는 미 공군이 변수
그렇다면 분위기는 낙관적일까. KAI-록히드마틴 측은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수주에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조심스럽게 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KAI 측의 장점은 ‘검증된 제품’이라는 점이다. 유사시에는 전투기와 함께 실전 투입도 가능해야 하는데, KAI의 ‘T-50’은 고등훈련뿐만 아니라 공대공 미사일, 공대지 미사일, 유도폭탄까지 장착이 가능하다. 특히 10년 이상 운용해오면서 각종 문제점들을 다 잡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KAI의 최대 경쟁상대는 스웨덴 사브-미국 보잉 컨소시엄. 이들의 제품 ‘BTX-1’의 경우 이번 입찰을 위해 맞춤형으로 개발했지만 아직 운영된 적이 한 번도 없다. 성능이 T-50A와 비슷하고, 가격도 아직 제대로 정해지지 않았을 정도라는 게 방산업계 후문이다.
하지만 방산업계 안팎에서는 미국 공군이 전투기 업체를 관리하는 방식을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 정부는 전투기 등 굵직한 사업을 진행할 때마다 보잉과 록히드마틴에게 한 차례씩 나눠 수주를 주곤 했는데, 앞서 F-22 전투기 사업을 록히드마틴이 수주했기 때문에 다음 훈련기는 보잉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
앞선 방산업계 관계자는 “미국 공군은 경쟁 도모와 향후 관리 등을 감안해 절대 한 업체에만 힘을 실어주지 않는다”며 “현재 보잉은 몇 년 전 폭격기를 빼놓고는 규모가 큰 프로젝트를 따낸 적이 없다, 그런 부분까지 감안할 때 KAI 희망과는 다르게 보잉이 수주를 따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결국 KAI는 물론 KAI 주가까지, 헬기 추락사고 결과 발표와 미 공군 고등훈련기 프로젝트에 달렸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앞선 관계자는 “얼마나 기체 결함으로부터 자유로울지, 수주를 성공할지에 따라 KAI 주가가 요동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재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