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영화제 수상작 배우도 군면제 된다면…‘나쁜남자’ 김기덕·홍상수, 충무로 갑 오브 갑 될 수도
# 김기덕 홍상수 감독이 한국 영화의 중심이 될 수도
연예계까지 병역특례를 확대하자는 주장 가운데 영화계를 중심으로 거론되는 방안 중 하나는 ‘세계 3대 영화제’ 수상작 출연 배우 병역특례다. 칸 국제영화제, 베를린 국제영화제, 베니스 국제영화제 등이 세계 3대 영화제로 손꼽힌다.
엄밀히 말해 세계 3대 영화제와 근접해 있는 감독은 홍상수, 이창동, 김기덕, 박찬욱, 봉준호, 윤종빈 등으로 다소 제한돼 있다. 이 가운데 김기덕 감독은 미투 파문, 홍상수 감독은 김민희와의 관계로 인해 구설에 올라 있다. 문제는 이 두 감독이 세계 3대 영화제가 사랑하는 남자들이라는 점이다.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 선 영화 ‘버닝’ 감독과 출연배우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상관없습니다.
세계 3대 영화제 수상작 출연이 병역 특례로 연결된다면 군 입대를 앞둔 남성 스타들이 대거 이들의 영화에 출연하려 할 가능성이 커진다. 아예 군미필 20대 남자 배우들의 영화 선택 기준이 흥행보다는 예술성, 엄밀히 말해 세계 3대 영화제 수상 가능성이 될 수 있다. 아이돌 스타들까지 대거 이런 영화에 출연하게 될 수도 있다. 스타급 배우들이 예술 영화에 대거 출연하게 되면 투자도 따라가기 마련이다.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실제 홍상수 감독과 김기덕 감독이 한국 영화계의 중심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들이 분명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좋은 영화를 많이 만들어 온 거장이지만 흥행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 이들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둘 다 구설에 올라 있어 거부감을 표시하는 관객들도 많다. 자칫 한국 관객들이 한국 영화를 떠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부분을 우려하는 영화인들이 있다.
# 한류의 중심 뉴욕, 미국 팝의 한 장르가 된 K팝
K팝을 앞세운 가요계는 한류의 중심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 방탄소년단(BTS)이 ‘빌보드200’ 차트에서 두 번째 1위를 차지하면서 병역특혜 논란이 더욱 가열되기도 했다. 이런 까닭에 빌보드 차트 1위 역시 병역특례 대상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불거지고 있다. 반면 이런 흐름에 BTS 팬클럽 ‘아미’는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팬들은 “언제 면제시켜달라고 했냐” “애꿎은 사람 정치적으로 이용 말라” “가만히 있는 사람 욕먹게 하지 말라”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20년대 중반 즈음에는 국내 3대 가요기획사를 비롯해 BTS의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유력한 회사들이 본사를 뉴욕으로 옮길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유력 가요기획사들은 다양하게 미국 진출을 시도해왔다. 그런데 빌보드 차트 1위에게 병역특례가 주어진다면 더욱 미국 시장에 더욱 주력하게 될 것이다. 아예 본사를 미국 뉴욕으로 옮기고 한국에는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을 관리하는 지사 정도만 남겨둘 수도 있다. 그리고 다양한 아이돌과 가수들이 빌보드 차트를 석권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한류일까. 내 생각엔 K팝이 미국 팝의 한 장르가 돼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로 흡수 통합되는 것에 더 가까울 것이다.”
한 중견 가요관계자의 우려 섞인 관측이다.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된다면 한국의 아이돌 팬들은 그들의 스타를 직접 볼 기회가 적어지고 한국 방송이 아닌 해외 방송을 통해서만 그들을 보게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아이돌 그룹의 빌보드 차트 1위를 축하하는 분위기가 점차 병역특례만 바라보는 행보라는 비난으로 바뀔 수도 있다.
# 병역비리로 변질될 위험성도 커
구체적으로 가정해보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예를 들어 아이돌 스타 A가 있다. 거대 가요기획사 소속 인기 아이돌 그룹의 멤버로 10대 중반에 연습생이 돼 바로 뉴욕으로 떠나 연습 과정을 거쳐 20대 초반 미국에서 데뷔한다. 5년가량 활동하며 수차례 빌보드 차트에 이름을 올렸고 솔로 앨범도 빌보드 차트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냈지만 유독 1위 자리와는 인연이 없었다. 2위만 수차례 했던 것. 결국 한국으로 돌아와 영화배우로 변신해 한국 거장 감독의 영화에 출연해 세계 3대 영화제 레드카펫을 두 번이나 밟지만 아쉽게도 수상의 영예를 안지 못했다. 군 입대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에서 마지막 도전은 유럽의 거장이 연출하는 영화에 출연하는 것. 비록 비중이 그리 큰 역할은 아니지만 그 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으며 비로소 병역특례의 조건을 충족시킨다. 과연 A의 행보를 국위선양으로 봐야 할까.
여기에 편법이 더해지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예를 들어 가까운 미래 미국에서 지금의 BTS처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 아이돌 그룹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어느 유력한 집안에서 해당 연예기획사에 은밀히 통 큰 투자를 하고 그 집안의 아들 B를 신규 멤버로 투입시킨다. 그 앨범이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하지만 노래도 춤도 어정쩡한 실력의 신규 멤버 B는 한두 곡의 앨범 수록곡에만 참여하는 등 최소한의 활동만 함께한다. 과연 B의 병역 특례는 국위선양일까, 아니면 병역비리일까.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