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위 삭감 예산 민주당 수정안 기습처리 논란…한국당 “시의회가 시장 거수기냐” 반발
의정부시의회 전경.
프로암 바둑리그란 프로와 아마추어가 팀을 이뤄 대결하는 방식의 바둑리그다. 한국기원이 주최하고 한국 프로기사회가 주관하며 지난 2017~2018시즌 후원사는 SG신성건설이 맡았다.
2017~2018시즌에는 서울KIBA, 대구 덕영, 서울 푸른돌, 서울 사이버오로, 강원 한우, 서울 원봉루헨스, 화성시, 부산 이붕장학회, 전남 한국바둑고 그리고 의정부시까지 10팀이 참가했는데 당시 의정부시는 2승 4무 3패로 10팀 중 8위를 차지하며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했다.
2018~2019시즌을 앞두고 시의회에 바둑리그 출전 지원에 관한 추경안이 올라오자 자치행정위원회에서는 원안이 통과된다. 하지만 예산결산위원회는 이 예산 3000만 원을 전액 삭감하는 결정을 내렸다.
의정부시의회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성명서를 통해 “프로암 바둑리그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대국마다 승리할 경우 25만 원에서 50만 원을 받으며 패배할 경우에도 최소 10만 원에서 25만 원의 대국료를 받는다. 개인이 게임마다 대국료를 받는 바둑리그 대회에 참가비, 피복비, 단복 마크비, 식비, 간식비, 교통비, 숙박비 등을 포함한 3000만 원을 지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예산결산위원회 구구회 위원장은 “특히 의정부시는 전국대회에 참가하고자 하는 종목별 단체에 최대 100만 원에서 110만 원을 지급하고 있는데 3000만 원을 지원하는 것은 타 스포츠 단체와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예결위 5명의 의원들이(구구회 위원장, 정선희 부위원장, 임호석, 김현주, 김연균 의원) 소속 정당과 관계없이 만장일치로 표결을 생략한 채 예산 삭감에 나서게 된 배경에는 의정부팀 선수 6인 중 의정부 거주자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이었다고 구구회 위원장은 밝혔다.
하지만 예결위의 예산 삭감 결정 이후 상황은 급변하게 된다. 구구회 위원장은 “본회의 전 사전간담회를 진행하는데 이때 우리당(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바둑대회 지원 예산의 수정안이 올라올 것이라는 사실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게다가 상중이라던 안지찬 의장이 본회의에 나와 김정겸 의원이 제안한 수정안을 기습 상정해 통과시켰다”고 했다.
구구회 위원장은 “시의회가 시장의 거수기로 전락한 것과 다름없다”며 “제왕적 시장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 절차를 무시한 안지찬 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에게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정안을 낸 자치행정위원회 김정겸 위원장은 4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최근 생활체육이 활성화하고 있는 것처럼 바둑리그 출전을 엘리트 체육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생각해 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바둑리그와 관련한 업무를 담당하는 의정부시청 체육과 체육정책팀장도 “프로암 바둑리그는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을 합쳐 최장 9개월간 진행하는 대회로 대회기간 언론 및 바둑TV 등을 통해 의정부시를 알리고 의정부라는 브랜드를 홍보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본다”며 예산 지원의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바둑리그 출전에 안병용 시장의 의사가 반영됐느냐는 질문에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소속 시의원 5명은 안병용 의정부시장과 의정부시의원들에게 “지난주 폭우로 수해를 입은 지역에 주택침수 지원금으로 가구당 90만 원이 지급됐다. 안방까지 흙탕물이 들어온 그분들과 현장에서 복구작업에 나선 봉사자들에게 바둑예산을 떳떳하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라면서 “지금이라도 의정부시민의 혈세 3000만 원을 반납하고 수해 피해복구에 더 큰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김창의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