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독일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체코의 북부 마을인 데친에 가면 다소 오싹한 기분이 드는 바위들을 여럿 볼 수 있다. 엘베강을 따라 있는 이른바 ‘헝거 스톤’ 즉, ‘가뭄 바위’들이다.
올해 기록적인 가뭄으로 엘베강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모습을 드러낸 이 바위들은 보통은 수면 아래에 있기 때문에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강물 수위가 낮아지면 모습을 드러내곤 하는데, 눈에 띄는 것은 바위에 새겨져 있는 글씨들이다.
불길한 기운이 느껴지는 이 메시지들은 앞으로 위기가 닥칠 수 있다며 경고하는 내용들로 이뤄져 있다. 가령 한 바위에는 독일어로 “나를 본다면 울게 될 것이다”라는 섬뜩한 글이 적혀 있는가 하면, 또 어떤 바위에는 체코어로 “울지마라 소녀여, 초조해 하지도 말아라. 땅이 마르면 들판에 물을 뿌려라”라고 새겨져 있기도 하다.
바위들에 이렇게 글들이 새겨진 것은 최소 중세 시대 이후부터며, 극심한 가뭄이 발생할 때마다 누군가 새긴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그 후 중부 유럽에 있는 강들의 수위를 기록하기 위해 역사적인 표지로 사용돼 왔으며, 각 바위에는 지금까지 발생했던 극심한 가뭄 기록들이 새겨져 있다. 가장 최근의 기록은 1893년의 가뭄이었다.
이 ‘가뭄 바위’들은 90년 전 댐을 건설한 후부터는 현재 매년 약 126일가량 주기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며, 그때마다 나타나는 신비로운 메시지 덕분에 현재 데친을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됐다. 출처 ‘어뮤징플래닛’.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