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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몽구 현대차 회장 | ||
카드사업은 요즘 최고의 각광을 받는 알짜사업. 현대자동차의 정몽구 회장과 현대백화점의 정몽근 회장은 작고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2남과 3남. 이들은 형제들 가운데 누구보다 사이가 좋은 관계이다.
그러던 두 기업이 카드사업이라는 아이템을 두고는 마찰음을 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이병규 현대백화점 사장은 목동점 개점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카드와의 제휴를 묻는 질문에 대해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백화점이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이 고객관리”라며 “현대카드와 제휴해 백화점 카드 고객을 모두 카드사에 넘겨주면 현대측이 그동안 내세운 ‘고품격 백화점’이라는 모토는 더 이상 내세울 수 없게 된다”는 부연설명까지 했다.
이 사장의 이 발언으로 현대자동차가 카드사업에 진출한 이후 나돌던 현대백화점과 현대카드의 제휴설은 루머로 끝나고 말았다. 이 사장의 이날 발언은 현대차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간의 미묘한 갈등설을 어느 정도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 아니냐는 확대해석까지 오갈 정도로 번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재계에선 카드사업에 신규진출한 현대카드가 현대백화점의 도움을 요청하고 있지만 현대백화점측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았었다. 현대카드는 대우그룹 계열이었던 다이너스카드를 인수해 새로 출범한 회사. 이 회사에 대한 정몽구 회장의 관심은 매우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왕자의 난’ 이후 현대그룹에서 독립해 4대그룹 반열에 올라선 현대차그룹이 신규사업으로 현대카드를 집중 육성하고 있을 정도다. 특히 자동차회사로서 반드시 필요한 카드사업이고 보면 이 회사에 대한 정몽구 회장의 애정은 남다를 것이다. 실제 정몽구 회장은 자신의 일등책사인 이계안 전 현대자동차 사장을 전격적으로 현대캐피탈 회장으로 급파, 금융부문에 대한 육성의지를 대내외에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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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몽근 현대백화점 회장 | ||
그러나 현대카드가 당면한 최대 문제는 후발주자라는 점이다. 카드업의 특성상 후발주자가 안아야 할 핸디캡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 가장 시급한 문제가 고객을 보다 많이 확보하는 것. 고객수가 적다면 시장지배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일정한 수익성도 확보하기 어려워 단시간에 업계에서 뿌리를 내리기엔 힘이 부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국민, LG, 삼성카드 등 힘에 버거운 상대들이 업계에 버티고 있어 고객확보에 실패한다면 군소업체로 전락하거나 문을 닫아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현대카드는 형제기업인 현대백화점의 전폭적인 지원을 기대했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카드가 있을 뿐 아니라 고객확보도 용이해 최고의 응원부대가 될 것으로 믿었던 것이다. 따라서 현대카드는 현대백화점의 지원 여부가 단시간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믿고 사업제휴를 적극 타진했다. 급기야 이계안 회장은 현대캐피탈 회장으로 발령이 나자마자 현대백화점 이병규 사장을 만나 현대백화점 카드를 갖고 있는 고객들을 현대카드로 연결시키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대카드의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현대백화점측이 단호히 제휴를 거부하고 나선 것. 일설에 의하면 이계안 회장의 제안을 이 사장이 현대백화점 오너에게 보고했지만 오너쪽에서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는 것. 이 같은 의사를 전해들은 이 회장 역시 정몽구 회장에게 이를 보고했다고 한다. 이 같은 보고를 접한 정 회장은 친동생인 정몽근 회장측의 ‘비협조적 태도’에 매우 섭섭한 감정을 내보였다는 후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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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카드 | ||
오히려 형제 기업인간의 갈등이라기보다는 이병규 사장 대 이계안 회장간의 갈등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비서 출신으로 널리 알려진 이병규 사장은 현대의 가신그룹 중 대표적인 인물이고 이계안 회장은 그룹 분리 이전 마지막 기획조정실장 출신이다. 둘다 현대그룹 창업주의 핵심 가신이었던 셈. 이병규 사장은 현대그룹 상속 문제를 놓고 벌어진 ‘왕자의 난’ 때엔 이미 현대백화점그룹으로 적을 옮긴 뒤라 정몽구-정몽헌 회장간에 벌어진 그룹 상속 다툼에서 한걸음 물러나 있었다.
반면 이계안 회장은 왕자의 난이 시작되기 전 현대그룹 기회조정실 부사장으로 있다가 정몽구 회장 진영에 합류, 왕자의 난을 승리로 이끈 뒤 현대자동차 사장을 거쳐 현대캐피탈 회장으로 부임했다. 재계 일각에선 둘 사이에 이런 경력의 차이에서 비롯된 미묘한 감정이 현대백화점과 현대카드의 사업제휴를 더 어렵게 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기도 하다.
정몽구-정몽근 회장은 친형제간이고, 왕자의 난 때도 정몽근 회장은 중립을 지켜 두 사람 사이에 불화는 없었다. 다만 현대백화점 경영에 정몽근 회장의 부인인 우경숙 고문의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점, 또 이병규 사장과 이계안 회장간에 미묘한 관계가 두 회사간의 알력처럼 비쳐질 수도 있다는 얘기인 것이다.
어쨌든 최소한 2백만 명의 현대백화점 카드 고객을 확보한 현대백화점쪽에서 현대카드와의 제휴가 현대백화점의 사업전략상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공론화해 버렸다.
적어도 이병규 사장이 현대백화점 사장으로 있거나 이계안 현대캐피탈 회장이 현직으로 있는 동안은 두 회사의 제휴 건은 성사되기 힘들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