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일요신문] 남경원 기자 = 채용 비리와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인규(63) 전 대구은행장에게 실형이 선고했다. 시민단체들은 엄단해야 할 법원과 금융감독원의 조치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반발했다.
대구지법 형사11부(손현찬 부장판사)는 박 전 행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또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대구은행 전 임직원 13명에 대해 범행 가담 정도에 따라 벌금 또는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박 전 은행장은 취임 직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이른바 ‘상품권깡’ 수법으로 비자금 30억여 원을 조성, 이 가운데 9400여 만원 상당을 개인 용도로 쓰고 상품권 환전 수수료로 9200만원을 지급한 혐의를 받았다.
또 2014년 3월부터 지난해까지 전·현직 임직원과 공모해 점수조작 등의 방법으로 24명을 부정 채용한 혐의를 받았으며, 같은 해 11월께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박 전 행장은 담당자들에게 인사부 채용서류 폐기 등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부정 청탁을 받고 점수 조작으로 불합격자를 합격자로 둔갑시켜 채용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해쳤다”며 “이로 인해 정상 절차로 채용됐을 지원자가 탈락해 분노와 배신감이 해소되기 어려운 점 등을 미뤄 죄책이 무겁다”고 했다.
이어 “기업경영 투명성을 위해 반드시 근절돼야 하는 비자금 조성에도 깊숙이 관여했으며 일부는 사적으로 사용한 것이 인정된다”면서 “그러나 40여 년간 은행 발전과 지역 경제 활성화 등 노력한 점과 인사 채용 비리가 대구은행 영업상 필요하거나 불가피한 부탁에 의한 점 등을 두고 일부 유리하게 참작했다”며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이번 선고와 관련해 일부 방청객들은 재판부와 검사들에게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대구은행 부패청산 시민대책위원회도 이같은 판결에 유감을 표하며 검찰에 항소를 촉구했다.
시민대책위원회는 “사상 초유의 대구은행 비리를 엄단해야 할 법원과 금융감독원이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징역 1년 6개월에 그친 것은 비리척결과 경영혁신과는 거리가 먼 가벼운 판결”이라고 했다.
이어 “문제를 방치하거나 주도한 사외이사, 이에 협조한 임직원 등과 더불어 채용비리로 부당하게 채용된 이들도 퇴출해 피해자들을 구제해야 한다”면서 “성차별 금지와 노동차별 금지, 이사회 등 지배구조 개편, 외부인사 참여를 통한 투명성 제고 등 더 구체적이고 강한 혁신을 요구했다.
한편 박 전 행장은 지난 3월 DGB금융지주 회장과 대구은행장에서 사퇴해 지난 4월말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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