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10시간씩 투석 받아” 재정신청·일인시위…업체 측 “검찰조사 결과 인과관계 없는 점 밝혀졌다”
맥도날드 ‘햄버거병’ 논란이 불거진 지 2년이 흘렀지만 최은주 씨는 여전히 목소리를 높인다. 최 씨의 자녀 A 양이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음에도 이에 대한 진상규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최 씨는 최근 2시간에 걸쳐 서울로 상경, 한국맥도날드 본사 앞에서 ‘재조사 촉구’를 요구한다. 과거 맥도날드 평창 올림픽파크 매장, 평택GS 매장 앞에서 이어나갔던 외로운 투쟁을 여태 지속하는 것이다.
‘햄버거병’ 논란이 일어난 지 2년이 흘렀지만 최은주 씨는 여전히 목소리를 높인다. 왼쪽=한국맥도날드 본사 앞 시위 모습, 오른쪽=평창 올림픽 당시, 맥도날드 평창 올림픽파크 매장 앞 시위 모습. 사진 제공 = 최은주 씨.
최 씨의 아이가 건강 이상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건 지난 2016년 9월 25일 저녁이다. 오후 3시 30분쯤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저녁 무렵부터 “배가 예쁘지 않다”며 복통을 조금씩 호소한 것. 심지어 잠을 자던 중 잠자리에 물 설사를 하기도 했다. 아이가 오후에 먹은 거라곤 맥도날드 해피밀 세트와 따뜻한 보리차가 전부였다.
다음 날 아침, 최 씨는 아이를 데리고 동네 병원을 찾았다. 당시 의사는 배 어느 부위가 아픈지 확인하기 위해 아이에게 뛰어보라고 지시, 아이는 의사 손을 잡고 뛰던 중 바닥에 구토를 했다. 아이는 이때부터 설사와 구토를 수차례 했다. 당시 최 씨는 심한 장염 증상 정도로 여겼다. 하지만 아이는 다음 날 혈변을 보는 등 곧바로 증세가 악화됐다. 최 씨는 “아이가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나 좀 어떻게 해달라’며 배를 끌어안고 엄마를 찾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최 씨는 아이를 더 큰 병원인 수원 아주대학교병원으로 데려가야만 했다. 아주대병원도 초기엔 아이의 증상을 제대로 파악치 못했다. 장염, 장중첩증 정도로 진단한 것. 병원은 금식을 요구했다. 아이는 먹은 것이 없어 구토는 안 했지만 피 설사는 계속했다. 입원한 지 셋째 날, 아이는 몸을 떨었다. 병원은 정밀검사를 다시 진행, 용혈성요독증후군(HUS, 장출혈성대장균에 감염된 후 신장기능이 저하돼 생기는 질환)이라고 임상적 추정을 내렸다. 주치의는 당시 먹었던 햄버거가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아이의 건강은 급속도로 나빠졌다. 아이가 혈액투석 등 HUS 치료를 받기 위해 삼성서울병원으로 이동한 날, 병실로 들어가기도 전에 발작을 일으킨 것. 당시 최 씨는 놀란 마음에 어떻게든 아이를 살려달라고 울부짖었다고 한다. 당시 의사는 “아이일 경우 신진대사가 빨라 독이 신체에 빨리 퍼진다”며 “독이 머리까지 가면서 뇌경련을 일으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아이의 장기는 급속도로 무너졌고 숱한 수술이 이어졌다. 입원 중 심장이 4분간 멎는 일도 있었다. “오늘밤이 고비입니다”, “이번 일주일이 고비예요”라는 의료진의 이야기는 계속됐다. 다행이 최 씨와 아이는 그해 크리스마스 이전에 퇴원절차를 밟았다. 아이는 신장 기능이 약 90% 손상돼 신장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아주대학교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진단서. 두 병원은 최 씨의 아이가 햄버거병이라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에 걸렸다고 진단을 내렸다. 사진 제공 = 최은주 씨
아이의 일상은 이전과 많이 다르다. 하루에 세 번, 다섯 종류 이상의 약을 챙겨먹고 매일 밤 10시간씩 투석을 받는다. 최 씨는 “한번은 아이가 투석을 받던 중 줄을 들고 웃으면서 ‘엄마 나 강아지 같지?’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땐 정말 억장이 무너졌다”라고 말했다. 아이는 투석을 위해 복부에 줄을 항상 차고 다닌다. 평소엔 이를 가지런히 묶어 복대로 감싸야만 한다. 더운 여름날이면 땀띠가 날 수밖에 없다. 수영이나 목욕은 불가능하다. 간단한 샤워만 할 수 있다. 신장이 제 기능을 못해 식사도 제한적이다.
최 씨의 일상도 바뀌었다. 매일 아침 아이의 체중과 혈압을 체크하고 식단, 컨디션 등을 일지에 모두 기입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조혈제 주사를 맞고, 한 달에 한 번씩 아이의 외래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다. 병원에서 타온 약 박스만 집 한 공간을 가득 메운다. 최 씨는 “한 번은 실수로 약을 챙겨주지 못한 채 아이를 유치원에 보냈다가 아이 혼자만 곤충박물관을 못 갔던 적이 있다. 약 없이는 위험하다 것을 선생님들이 알고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린 것”이라며 “그날만 생각하면 그렇게 미안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최근 최 씨 자녀의 모습. 복부엔 혈액투석을 받기 위한 줄이 항상 연결돼 있다. 사진 제공 = 최은주씨.
한국맥도날드는 햄버거병이 자사와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HUS는 소고기 패티에서 발생하는 것인데 피해자들이 먹은 건 돼지고기 패티”라며 “고등 검찰의 ‘무혐의’ 결정 이유에 따르면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 경로는 다양하며, 잠복기 등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무혐의 처분이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패티 회수 조치 등은 맥키코리아가 결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시민사회단체 등은 한국맥도날드도 법적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황다연 법무법인 ‘혜’ 변호사는 “맥도날드는 이미 사건이 터지기 전부터 외부검사 결과를 통해 패티에 장출혈성대장균이 검출됐음을 알고 맥키코리아와 회의를 했다”며 “당시 회수 등의 조치 없이 판매한 것은 식품위생법 위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성진 기자 reveal@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