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 영업 치중 등 중장기 관점에서 부작용 우려...메리츠화재 측 “안전장치 충분” 반박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 사진=메리츠화재
김용범 부회장은 2015년 2월 메리츠화재 대표로 취임한 이후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보험사들의 보험상품을 함께 파는 독립보험대리점(GA) 중심 영업전략을 추구해 왔다.
김 부회장이 사령탑을 맡은 후 메리츠화재의 실적 성장세는 가팔랐다. 메리츠화재는 2014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1127억 원에 그쳤으나 2015년 1713억 원, 2016년 2372억 원, 지난해 3846억 원 등 매해 당기순이익이 급증했다. 특히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손해보험업계 4위인 KB손보(3639억 원)를 추월하는 것이어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러한 공로로 김 부회장은 2017년 12월 메리츠금융그룹 인사때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2018년 3월 메리츠화재 대표 연임에 성공했다.
거칠 것 없어 보이던 메리츠화재는 올해 들어 살적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메리츠화재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1330억 원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 순이익 2380억 원에 비해 무려 44%나 급감했다. 반면 메리츠화재로부터 지난해 당기순이익에서 추월당했던 KB손보는 상반기 1881억 원 규모의 순이익을 거두며 메리츠화재와의 순이익 격차를 550억 원 이상으로 벌렸다.
손보업계 일각에선 김 부회장 식 성장 방식이 향후 부작용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대두된다. 김 부회장 취임 이후 메리츠화재는 2015년 2월과 2016년 6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의 취임 전 2014년 말 기준 메리츠화재의 직원 수는 2582명이었으나 올해 상반기 기준 1713명으로 33.7%나 줄었다.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메리츠화재 사옥. 사진=박정훈 기자
강력한 구조조정 여파로 차·부장급 실무자들이 대거 회사를 떠나면서 메리츠화재의 민원건수는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이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보험계약 10만 건당 민원 건수에서 메리츠화재는 10.33건으로, 매각설까지 나오며 경영난을 겪는 롯데손보(12.71건)에 이어 국내 손보사 중 두 번째로 높았다.
메리츠화재는 구조조정으로 절감한 비용을 통해 GA 우대 정책을 펼치면서 현재 매출의 절반 이상을 GA를 통해 거두고 있다. 문제는 이해 상충으로 GA가 떨어져 나갈 경우 메리츠화재는 경영실적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복수의 GA들이 2016년 하반기 보험상품 취급을 거부하면서 메리츠화재는 한동안 곤욕을 치렀고, 김 부회장은 직접 GA 대표들을 만나 설득에 나서야만 했다.
메리츠화재가 GA에 지급하는 수수료와 마케팅 등 사업비가 과도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상반기 메리츠화재의 사업비율은 25.8%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1.1%에 비해 4.7%포인트 껑충 뛴 것으로 메리츠화재의 순이익 감소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손보업계 일각에서 메리츠화재가 GA에 지급하는 시책(특별수당) 과다지급을 선도하면서 업계 과당경쟁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6년 GA가 한동안 보험상품 취급을 거부하자 메리츠화재는 GA에게 지급하는 현금시책을 한때 400% 대까지 올린 적이 있다. 금융당국은 시장 혼탁을 막기 위해 보헙업계에 시책을 300% 미만으로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시책이란 보험사들이 GA에 자사 보험상품 영업을 독려하기 위해 수수료 외에 별도로 지급하는 영업수당이다. 시책 400%란 보험계약자의 월 납부 보험료가 10만 원이라면 보험사가 보험계약을 체결한 GA에게 40만 원을 지급한다는 얘기다.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메리츠화재는 회사가 필요할 때마다 시책을 상향했다. 그 때마다 다른 손보사들도 무리하게 시책을 올릴 수밖에 없다”며 “GA 설계사들은 성사시킨 계약이 많을수록 시책을 더 받게 돼 가짜 계약으로 보험료를 대납해 실적을 올린 후 소속 GA를 떠나기 일쑤다. 고객들에게 기존 보험계약 해약을 유도하고 유사한 보험 상품으로 계약을 유도하는 등 피해는 소비자 몫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당사는 현재 금융당국 권고사항을 위반하는 수준으로 GA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손보업계로부터 메리츠화재가 지난 4월부터 출시된 유병력자 실손의료보험의 인수심사 기준을 완화해 가입자를 유치하는 것도 향후 보험금 과다지급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병력자 실손의료보험이란 만성질환이나 치료 이력이 있는 보험계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실손보험이다. 메리츠화재는 완화된 인수심사 기준을 실손보험 외에도 통합형 보험에 적용하는 간편 플랜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면서 타보험사에 비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메리츠화재의 유병력자 실손의료보험 인수심사 기준 완화 전략은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기준 완화로 인한 유병력자들의 보험 대거 가입은 향후 손해율 증가로 보험사에게 보험금 과다 지급 사태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당사는 인수심사 기준과 관련해 충분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며 “보험사마다 약관과 계약 내용이 상이한데 당사가 인수심사 기준을 공격적으로 완화했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