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청, ‘소포세입’ 올릴 욕심… 검증 안 된 업체 무차별적 입점 시켜
- 공급상품 입점, 1년에 단 한 번… 까다롭게 심사 걸쳐 선정
- 제철식품은 간단한 서류 검토… 문제없으면 품목 올려
- 우정청 등 쇼핑관리 담당직원 ‘탁상행정’… 무분별 업체 선정·입점으로 부실 상품 부추겨
- 제철식품 선정 시 업체 실사도 안 해… 간단한 서류와 샘플만으로 입점 진행
[대구·경북=일요신문] 최창현 기자 = #. 대구 수성구 이모(49·여)씨는 지난 추석명절 지인들을 위해 우체국 쇼핑몰에서 선물을 준비했다. 지인들에게 ‘손질백조기 세트’를 보내면서 한 상자를 같은 제품으로 따로 주문한 것. 고향에 계신 부모님에게도 드릴 심정으로 준비한 것이다. 이 씨는 명절 전 물건을 받고 부모님 댁에 내려가 산지에서 직접 올라온 생선이라며, 부모님께 조기세트를 내보이며, 직접 구워 가족들과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 짜고 맛이 없을 뿐 더러 보기에도 생선의 질이 떨어져 몽땅 버렸다. 이 씨는 이 같은 제품의 선물이 지인들에게 똑같이 배송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주고도 욕을 먹을 것 같다’라며, 민망함과 속상함에 분통을 터트렸다.
추석 명절 선물의 경우 주문자와 실제 받는 사람이 다르고, 선물이라는 특성상 제품의 상태가 좋지 않아도 잘잘못을 따지기 쉽지 않다는 맹점을 악용한 꼼수 상술로 추측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 우체국쇼핑을 이용해 과일을 구입한 대구 동구 강모(51)씨의 경우도 큰 낭패를 봤다. 강 씨는 “시장에서 구입을 해도 이 보다 좋은 과일을 살 수 있겠다. 여기저기에 흠집이 있는 과일에 황당하기 짝이 없다. 곧바로 우체국 홈쇼핑 고객센터 측에 제품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하니 환불조치를 해주겠다는 형식적인 대답이 전부였다”라며, “물건의 질을 신뢰할 수 없어 앞으로 우체국쇼핑을 이용 하지 않을 것”이라며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출처=우체국쇼핑 홈페이지 캡처)
우체국쇼핑의 일부 제품들이 일반 점포나 마트 등의 물품과 비교하면 상품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식품의 경우 주문한 상품과 다르거나 질과 맛 또한 일반 전통시장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안 좋다는 반응이 커 상품을 신뢰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크다.
우체국쇼핑은 매년 명절맞이 ‘선물 할인 대전’이라는 명분아래 다양한 상품들을 준비해 내놓고 있다. 소비자들은 국가가 운영하는 쇼핑몰인 만큼 믿을 수 있고, 각 지역의 특산품 등을 보다 저렴하고 질 좋게 구입할 수 있다는 생각에 별다른 고민 없이 상품을 신뢰하며 지갑을 열고 있다.
최근 한 우체국 직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추석 명절을 맞아 계약업체 우수고객들을 대상, 선물을 하기 위해 우체국쇼핑으로 과일(사과)세트를 구매했다가 큰 낭패를 봤다는 글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이 직원은 “우체국 직원으로서 창피해서 고객들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며, “일부(사과)는 우체국 영업과 사무실로 주문했고, 나머지는 주소지(우수 고객들)로 발송했다”고 써내려갔다. 그는 “영업과로 주문한 사과는 이미지가 무색할 정도로 좋은 것들이었다. 하지만 고객들에게 발송된 상품은 주문한 상품과 다르게 흠이 많은 상품들이거나, 9~13과가 아닌 15과 상품이 발송됐다. 상도덕을 져버린 일부 업체의 모습이 전쟁 같은 특별소통을 치러낸 우리 직원들의 모습으로 비춰질까 우려스럽다”며, 제품 사진과 함께 불만을 성토하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경북지방우정청 관할 경북지역 한 총괄국 A국장은 우체국쇼핑의 ‘무분별한 업체 선정과 입점’을 우선 꼽았다. 그는 “각 지방청마다 전자상거래 경쟁화가 돼 제대로 검증도 안 된 업체를 무차별적으로 입점 시키고 있다. 우체국쇼핑은 ‘공급상품’과 ‘제철식품’ 등 입점으로 나눠지는데 이중 공급상품 입점은 1년에 한 번씩 구색을 갖춰 다소 까다롭게 심사를 걸쳐 자체 기준에 맞게 선정해 입점을 시키고 있다. 반면 제철식품(사과, 복숭아, 포도, 감, 가공식품 등)은 해당업체에서 보내온 간단한 서류를 검토하고, 심사해 특별하게 문제가 없으면 보통 3일에서 길게는 일주일 정도면 입점이 완료돼 우체국쇼핑 품목에 올라간다”고 말했다.
(출처=우체국쇼핑 홈페이지 캡처)
‘제철식품’은 말 그대로 제철에 나는 식품이다 보니 입점 기간이 한정돼 있는데, 이로 인해 특정 계절에 선정해 입점 시킨다. 이들 선정 업체는 입점 후 제품이 소진되거나, 제품에 큰 문제(하자)가 발생되면 쇼핑 품목에서 빠지게 된다. 최근에는 각 지역 우정청에서는 제철이라는 단어가 무색한 가공식품과 일반 공산품까지 제철식품으로 둔갑시켜 편법으로 입점시키는 등 각 우정청들이 판매(소포세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문제는 또 있다. 이들 상품들은 코드형식 등으로 분류를 시켜 소수 담당 직원들만 인지하고 있다. 사실상 소비자들은 어떤 것이 제대로 심사가 이뤄진 ‘공급상품’이며, 간단한 심사로 입점된 단기 ‘제철상품’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이와 관련 대구지역 모 대학 산업유통학과 교수는 “쇼핑몰의 경우 소비자들이 다양한 종류의 질 높은 제품을 완전히 믿고 구입할 수 있어야 되고, 특히 제품을 위탁받아 판매하는 통신사업자 등은 일부 제품들의 질 낮은 유통과정을 찾아낼 수 있는 체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며, “특히 자발적인 소비자불만 예방과 구제를 위한 대책도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우체국쇼핑 사업주체인 한국우편사업진흥원 쇼핑몰 담당 관계자는 “우체국쇼핑이 공공쇼핑몰이다보니 다른 사기업 쇼핑몰보다는 소비자들의 기대감은 크다. 이로 인해 조그만 한 문제가 있어도 바로 고객센터에 전화해 민원을 제기하고 있고, 이에 우체국쇼핑측은 문제가 생기지 않게 최대한 소비자들의 입장에 서서 적절하고 빠르게 대응을 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철식품’ 선정과 입점에 관해, “사실 제철식품이란 용어는 지난 2016년 11월께 지역특산품이란 용어와 혼동이 될 수가 있다고 판단해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각 지방우정청이나 현업에서는 아직까지 제철식품이라는 용어를 공문 등에 공식화해 업체 선정과 입점을 위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 지방우정청이 우편사업진흥원이 이미 폐기해 사용하지 않는 용어까지 써가면서 업체들을 임의로 선정해 입점을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어 문제가 있어 보인다.
충청지역 한 총괄국장은 “큰 시장(타 택배사)과 경쟁에서 우체국택배가 못 미치고 물량을 빼앗기다 보니 어떻게 하든지 소포세입을 올려보겠다는 심상으로 각 우정청별 제철식품 입점 정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자격(우체국쇼핑 입점)이 좀 떨어져도 등록(입점)을 시켜 주고, 어차피 장기 입점 업체가 아니어서 짧은 기간 안에 수입(소포세입)을 올리는데 이 방법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위에서(우정사업본부) 매 분기별 평가하는 경평(각 지방청 경영평가)에 우위를 받기 위해서는 어떡하든 다수의 업체선정(제철식품)이 불가피하고... 이 같은 행태가 현재 처해 있는 지방우정청의 현실이다”며, “이로 인해 일부 제품의 경우 상품 질이 많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거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쇼핑관리 담당 직원의 ‘탁상행정’으로 인한 무분별 업체 선정과 초스피드 입점이 부실한 상품(제품)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구지역 우정노조 한 관계자는 “1년에 한 번씩 엄격한 심사를 걸쳐 입점 시키는 공급상품의 경우 대부분의 상품에서 환불 및 교환 또는 민원 등 발생이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제철식품은 짧은 시간에 서둘러 입점을 시키고, 특히 직원(담당자)이 해당 선정 업체를 방문해 사전 실사를 하지 않고 있으며, 그 업체의 시설도 둘러보지 않아 생산·공급도 가름할 수도 없다. 제품 작업(검사) 역시 올곧게 하지 않고 있어 민원도 많고, 문제가 크다. 제철식품은 입점을 희망하는 업체에서 보내온 서류와 보기 좋게 포장해온 상품 샘플(상태 등을 알리기 위해 본보기로 보이는 물건) 만으로 1차적으로 지방우정청 등에서 평가를 하고 있다. 여기에 사후 관리조차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 같은 문제 역시 각 지방우정청에서 소포세입을 올리기 위한 소비자들을 외면한 자체 실적만을 위한 꼼수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다. 실제 각지방청 쇼핑 담당부서에서는 수시로 관할 총괄국에 더 많은 제철상품을 ‘할인쿠폰’까지 내걸면서 업체 선정과 입점을 권장하고, 이에 총괄국에 무언의 강요를 지속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할인쿠폰’은 지방우정청의 자체 예산이 아닌 지방청 쇼핑담담부서가 해당 지역 자치단체에게서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10억 원이 넘는 보조금을 받아내 입점 업체 등에 지원해주는 것을 말한다. 각 지자체의 지역우수상품 판매 지원금이라는 명분으로 편성된 예산(보조금)에 대한 본래의 목적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보조금 지급 이후 사용처에 대한 지자체의 세부적인 검토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체국쇼핑이 다른 온라인 쇼핑몰에 비해 높은 공신력과 신뢰를 인정받고 있는 만큼 꼼수를 부리는 상술이 아닌 쇼핑몰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보다 큰 만족도를 주는 공공쇼핑몰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한편 우체국쇼핑은 농어민에게는 판로개척의 기회를, 소비자에게는 품질 좋은 지역특산물을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현재 전국 3600여개 우체국의 우편물류망을 통해 9800여개의 특산물이 판매, 유통 운영되고 있는 공공쇼핑몰이다.
우정사업본부 산하 한국우편사업진흥원이 맡아 운영하고 있으며, 이 기관은 입점 업체에 대한 입점, 판매 수수료를 공급상품과 제철식품 등에 차등을 두고 받고 있다. 각 지방우정청은 업체 선정을 통해 입점 시키고, 사후 관리 등으로 소포세입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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