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과 열정으로 40여 년간 수집한 컬렉터 임히주의 소장품 전시이다.
임히주는 급격한 서구화의 진행으로 옛 물건을 쓸모 없는 것으로 취급하는 당대의 세태는 그로 하여금 우리의 전통을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했다. 1970년대부터 임히주는 아현동 골목길에서 크게 비싸지 않은 민예품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에는 필갑, 인괘, 망건통, 먹통, 등잔, 비녀 및 여인의 장신구, 보자기, 바늘집 등 조선후기 선비와 여인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했던 조선후기의 민속공예품을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신라시대의 부장품도 출품된다.
우리나라 민예품에 대한 대중의 이해와 관심도를 높이고자 추진됐다.
소장가의 특별한 미감을 살펴볼 수 있는 조선시대 민속공예품 250여 점으로 구성됐는데, 그간 박물관에서 볼 수 있었던 고미술과는 달리 ‘작고 작은 것, 과시하지 않는 것, 그 자체로서 자족적이고 완결된 형태들, 그리고 소박한 재료와 미묘한 색채’가 감상의 포인트이다. 1~3cm 남짓의 작은 먹통, 벼루에서부터 50cm를 넘지 않은 작은 기물들이 대부분인 것.
안소연 전 삼성미술관 플라토 부관장은 “고미술품의 분류대로 용도나 형태, 또는 시대로 구분해서 보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민예품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한점 한점 수집할 때마다 현대미술과 음악, 건축의 경험으로부터 유래한 미학적 판단이 종합적으로 투영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오광수 미술평론가는 “바로 전시대의 유품들이기에 더욱 애정이 가는 것들이다. 우리들 어머니, 할머니 그리고 할머니의 할머니에 이르는 세대의 생활의 숨결이 고스란히 배어 있기에 더욱 애틋한 정감을 불러일으킨다. 쉽게 잊혀지고 버려지는 것들을 다시 만나는 반가움이 메마른 현대인의 마음을 따스하게 데워주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히주는 수십 년 동안 현대미술 교육에 몸담아 온 교육자다. 컬럼비아대학원에서 미술학 석사(MA)과정을 마친 이후 워싱턴 트리니티컬리지와 이화여자대에서 미술 강의를 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내 현대미술관회에서 23년 동안 현대미술 아카데미를 총괄 운영했다. SADI의 초대학장, 삼성미술관의 자문위원, 외교통상부 미술자문위원으로도 역임했다.
이번 전시는 대구신세계갤러리 전시를 시작으로 다음달 1일 광주신세계갤러리로 이어지는 순회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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