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병원 실려간 상황에도 강행…변호사 자문 구해보니 “명백한 불법”
국내 패션 대기업의 자회사인 M 사가 한 백화점에 입점해있던 자사 브랜드 매장을 불법적으로 강제 퇴거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M 사와 위탁경영 계약을 맺고 매장을 운영하고 있던 A 씨는 부상을 입어 추석연휴를 병원에서 보냈고 현재 20일 가까이 입원 중이다.
A 씨가 병원에 실려간 후 M 사 측이 허락하지 않은 인테리어 철거까지 하고 있는 장면.
이번 사건은 불법적으로 이뤄졌다는 점과 A 씨가 병원에 실려 가는 부상을 입었음에도 강제 퇴거를 강행했다는 점에서 지탄을 받고 있다. A 씨는 M 사 측을 업무방해, 특수주거침입, 점유강취 및 특수손괴 등의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반대로 M 사는 A 씨를 업무방해 및 업무상 배임으로 고발한 상태다.
A 씨는 지난 8월 3일 위탁경영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M 사 측의 공문을 받았다. A 씨는 본 계약 만료(8월 31일) ‘1개월 전까지’ 해지를 통보해야 하는데 기한이 지났음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M 사 측이 기존 계약서를 분실했다며 올해 2월 새로 작성한 계약서에는 계약기간 연장과 관련된 사항이 변경되어 있었다. A 씨는 최근에야 변경 사실을 확인했다. A 씨는 기존 계약서와 달라지는 점은 없다는 말만 믿고 사인을 했는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기존 계약서에는 “본 계약 만료 ‘1개월 전까지’ 계약당사자 일방의 명시적인 반대의 ‘서면’ 의사표시가 없는 한, 본 계약은 동일한 조건으로 6개월 단위로 자동 연장된다”고 되어 있었다.
M 사 측이 새로 작성한 계약서에는 “본 계약 만료 전까지 계약당사자 일방의 계약종료 의사표시가 없는 경우 본 계약은 동일한 조건으로 6개월 단위로 자동 연장된다”고 바뀌어 있었다. 1개월 전까지 계약해지를 통보해야 한다는 점과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는 내용이 빠진 것이다.
이에 대해 M 사 측은 “기존 계약서를 분실한 것이 아니라 수수료 관련 변경 사항이 있어 새로 계약서를 작성한 것”이라며 “계약서를 꼼꼼히 읽어보고 사인하라고 전체 미팅에서 공지했다”고 주장했다. 또 M 사 측은 “매장을 위탁경영에서 직영매장으로 전환한다는 점을 A 씨에게 전달하고 A 씨의 직원 채용을 전제로 연봉협상까지 진행했었다”며 계약 만료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진행한 부분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8월 3일에 A 씨가 받은 공문도 8월 1일에 퀵서비스로 발송했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A 씨는 퀵서비스로 발송한 공문이 3일이나 걸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계약기간에 대한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M 사 측은 서류상 계약일이 지나자 바로 다음 날부터 본사 전산을 차단하는 등 A 씨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9월 2일에는 사전 통보도 없이 열쇠수리공을 불러 매장 내 상품 창고를 강제 개방하기도 했다.
9월 9일에는 매장 앞을 직원들이 몸으로 막고 A 씨의 개인 사물을 반출했다. 9월 19일에는 직원 10여 명이 몰려나와 물품을 모두 반출하고 매장을 완전 철거했다.
이날 강제 퇴거를 막는 과정에서 A 씨가 부상을 당해 병원에 실려 갔다. A 씨는 “M 사 직원 한 명이 나를 밀어 쾅 소리가 날 정도로 바닥에 머리를 부딪히며 넘어졌다. 몸 곳곳에 멍이 들었고 뇌진탕 증세가 있다”고 주장했다.
M 사 측은 “우리 직원은 A 씨를 민 적이 없다. 왜 다치셨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A 씨가 우리 직원들을 강제로 끌어내려 하는 등 직원들을 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직원도 부상을 당했다”며 “당시의 영상자료도 있다”고 주장했다.
A 씨 고소 대리인 측은 “법을 배울 때 제일 먼저 배우는 것이 자력구제 금지(법률상의 절차에 의하지 않고, 자기의 힘으로 권리 내용을 실현하는 일)의 원칙이다. 백번 양보해서 계약기간이 정상적으로 종료되었다고 하더라도 명도소송을 통해 법의 판단을 구하고 법원 집행관이 퇴거를 진행해야지 소송도 따로 하지 않고 직원들이 직접 퇴거를 진행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면서 “대기업이 왜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했는지 납득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다른 변호사들의 자문도 구해봤다. 김화철 변호사는 “계약기간이 정상적으로 끝났다고 하더라도 법원의 판단을 구하고 집행절차를 거쳐야 한다. 직원들이 직접 퇴거를 했다면 불법”이라고 했다. 엄상익법률사무소 엄상익 변호사도 “불법이 확실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M 사 측은 A 씨의 동의하에 매장 제품을 반출했기 때문에 강제 퇴거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A 씨는 “M 사 측에서 너무 강경하게 나와서 일단 계절이 지난 재고품은 가져가라고 했다. 팔 수 있는 제품까지 가져가라는 것은 아니었다. 대신 매장에 대해서는 명도 소송결과를 지켜보고 결정하자고 했다”면서 “M 사 측이 재고 인수를 하다 갑자기 매장철수를 시작해서 경찰에 신고까지 했다. M 사 직원들은 내가 허락하지 않은 인테리어나 시설물까지 마음대로 철거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당시 A 씨의 신고로 출동했던 양천경찰서 목1 지구대 경찰들은 불법 퇴거라는 사실을 알렸으나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그대로 돌아갔다.
양천경찰서 측은 당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민사사건 같으니 소송해서 해결하라고 회사 측에 분명하게 말씀드렸다. 자력구제하면 나중에 법적책임을 질 수 있다고 안내했다”면서 “경찰이 하루종일 현장을 지키고 있을 수 없으니 안내를 하고 돌아왔는데 경찰이 철수한 후 그런 일이 발생한 거 같다”고 말했다. 경찰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M 사 측은 불법 퇴거라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퇴거를 강행한 것이 된다.
A 씨는 “M 사 측에 제가 선주문 받은 건이라도 처리할 수 있도록 시간을 달라고 했는데 막무가내였다. 피해를 입은 손님들이 M 사 측에 항의를 하니까 저한테 소송을 하라고 안내했다더라. 너무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M 사 측은 매장 정산 기간을 주려고 했으나 오히려 A 씨가 거절했다는 입장이다. M 사 측은 선결제 제품에 대한 환불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
M사 입장은? 다음은 M 사 측이 보내온 입장문 전문이다. M 사와 A 씨 간의 판매용역 계약이 2018년 8월 31일자로 적법하게 종료되었음에도 A 씨가 퇴거를 거부하고, 불법적으로 매장을 점유하면서 M 사 직원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는 등 심각하게 업무를 방해했다. M 사는 민형사상의 법률적 절차를 제기했으나 A 씨의 계속되는 업무방해행위로 인해 주변 매장 영업에까지 피해를 주게 되어, 부득이 7년간 운영하던 매장 영업을 중단하게 됨으로써 큰 손해를 입고 있다. M 사가 A 씨의 동의하에 매장의 제품을 반출하는 과정에서 M 사 소유가 아닌 일부 비품 등이 포함된 것은 당시 현장 상황에서는 불가피한 것이었고, M 사는 그 비품 등을 보관하고 반환하였으나 A 씨는 수령을 거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