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올리기 작전일 뿐” “정동영 대표에 대한 불만 탓” 추측 난무
민주평화당 소속 일부 의원들의 탈당설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그 배경으로 당내 불화가 지목되고 있다. 사진=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과 이용주 의원. 일요신문DB
두 의원의 탈당설과 동시에 여러 시나리오들이 제기됐다. 내년 2월 진행될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보수통합으로 이뤄지고 거대해지면 위기감을 느끼는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다는 설, 바른미래당의 일부가 한국당으로 입당하고 난 뒤 남아있는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과 다시 합당한다는 설 등. 여러 시나리오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두 의원의 탈당이 정개개편의 신호탄이 될지에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탈당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용주 의원은 “(탈당 관련 보도는) 오보다. 와전된 내용이다”라면서도 “내년 일이야 어떻게 될지 (아직) 모르는 것”이라고 여지를 뒀다. 김경진 의원에게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고, 김경진 의원실 측은 “드릴 말씀 없다. 모르겠다”고 답할 뿐이었다.
한 매체에서는 김 의원의 탈당설 배경에 대해 ‘김 의원이 탈당해서 교섭단체 구성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국회 관계자는 “평화당은 교섭단체 구성을 위해 김종훈 민중당 의원과 무소속 의원 몇 명을 입당시키려 노력했는데, 김 의원이 이에 반대했다. 자신과 민중당의 정치적 노선이 다르다는 것이 그 이유다. 즉, 교섭단체 구성에 무작정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성향이 다른 의원의 입당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난번 정의당과 평화당이 공동교섭단체를 꾸렸을 때 정의당만 이득을 봤지 않느냐. 이용주‧김경진 의원이야 인지도가 있지만 다른 의원들은 (공동교섭단체를 꾸려봤자) 좋을 것 없더라. 때문에 공동교섭단체를 만들어 민중당에 힘을 실어주고 끌어줄 필요가 없다는 의도도 있다. (민중당‧정의당‧무소속 의원들을) 배고프게 하려는 것”이라며 “즉, (탈당 움직임은) 몸값을 올리기 위한 작전”이라고 내다봤다. 다시 말해 탈당은 ‘쇼’일 뿐, 이를 볼모로 민중당 의원의 입당을 막는다는 것이다.
유성엽 평화당 의원은 “공동교섭단체 구성은 찬성하는 의원도 있지만 반대하는 의원도 있다. 때문에 현재는 잠시 수면 아래로 내려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기자가 ‘김 의원도 공동교섭단체 구성에 반대하느냐’라고 묻자 그는 “그 분도 포함해서…”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소속 의원들의 탈당설에 대해선 “전혀 아니다. 잘못 알려진 이야기”라고 소문을 일축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평화당 소속의 한 보좌진은 “(공동교섭단체 구성을 원치 않아 탈당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 보좌진은 “정의당과 평화당의 공동교섭단체에서 평화당이 별로 이득을 못 봤던 것은 사실이고 그런 문제제기는 할 수 있다”면서도 “지금 탈당설은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기 때문이다. 이용주‧김경진 의원은 정동영 대표가 취임한 뒤부터 그렇게(탈당)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좌진은 “당이 잘 굴러가면 괜찮을 텐데, 당 지지율이 지지부진한 상태고 정 대표의 당 운영도 독단적이다. 얼마 전 비공개회의 때는 자기 맘대로 상임위를 바꾸는 등의 행동을 해서 난리가 난 적도 있었다. 일부 의원은 정 대표의 그런 행동에 서운함을 느끼고 있고, 모 의원은 당이 깨질까봐 걱정도 많이 하고 있다”며 “김 의원은 (탈당) 타이밍을 보고 있다더라. 예산정국이 끝나기 전까지는 당에 있을 것으로 보이고, 그는 무소속으로 나갈 것 같다. 내년 초 정개개편이 시작되면 무소속이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확정적은 아니지만,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정 대표 의원실 관계자는 탈당설의 원인이 정 대표로 지목되자 “개인적으로 불만을 가지고 있을 수는 있지만, 큰 건 아니라고 본다. 탈당설도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설일 뿐”이라며 “독단적으로 당을 이끌어갔다는 것에도 오해가 있기 마련이다. 정 대표가 대표로 취임한 지 두 달이 넘었는데 지금까지 큰 불만이 없지 않느냐. 당 대표의 업무스타일과 방향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의원 개인적으로 (정 대표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상황에선 문제가 없다”며 “소속 의원 모두 거대 양당 사이에서 조정자의 역할을 잘하고 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당내에선 정 대표에 대한 불만이 심심치 않게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정 대표가 선출되던 전당대회 때부터 실망하고 환멸감을 느낀 의원들이 꽤 있다. 여론조사나 규정 등이 너무 무리하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김‧이 의원뿐 아니라 현재 불만을 느끼는 의원들이 꽤 많다”며 “반발? 반발은 당에 애정이 있어야 나오는 거 아니냐. 지금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탈당은 지금 정기국회 기간에는 열리지 않을 것이고, 연말이 돼야 (탈당 도미노의) 움직임이 있을 것이다. 그런 정서가 굉장히 팽배하다”라고 말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