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거래에서 막대한 현금흐름 수혜를 누릴 곳은 일본롯데다. 일본롯데는 임직원 보유 주식이 경영권을 좌우한다. 신 회장과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영권 다툼에서 일본롯데 임직원들은 줄곧 신 회장 편에 섰다. 특히 신 회장이 법정 구속된 상황에서도 이사회의 지지를 유지했다.
사실 롯데케미칼을 지주 아래로 편입하는 방법은 계열사 지분 맞교환 등도 가능했다. 공정거래법 준수를 위해 금산분리를 단행해야 할 롯데카드를 일본에 넘기고 대신 롯데케미칼 지분을 받아오는 방법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롯데지주는 자회사 지배회사로 자체현금은 1000억 원도 없다. 하지만 신 회장으로서는 일본롯데에 뭔가 보답할 필요가 있었다. 이번 거래를 위해 2조 3000억 원을 차입하는데, 5000억 원은 기업어음을 발행해서 조달할 정도로 적극적이고 신속했다”고 말했다.
이번 거래로 일본롯데는 배당이든 상장이든 다양한 방법으로 호텔롯데와 롯데물산에서 막대한 현금을 가져갈 수 있게 됐다. 이제 신 회장에게 남은 최대 숙제는 호텔롯데 상장이다. 일본롯데는 상장차익을 챙기고 신 회장 본인 지분율을 높일 계기가 된다. 호텔롯데만 지배하면 신 회장은 더 이상 일본롯데 눈치를 보지 않고도 한국 롯데그룹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신 회장은 이번 거래에서 향후 호텔롯데 지분 확보 등 경영권 강화를 위한 현금창출 경로도 확보했다. 롯데지주는 이번에 자사주 소각을 통해 자본잉여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시켰다. 배당 가능 이익이 크게 늘어난다는 뜻이다. 신 회장은 현재 롯데지주 지분 10.5%를 가진 최대주주다. 자기주식 소각이 이뤄지면 신 회장의 지분율은 11.7%까지 높아진다. 롯데케미칼이 롯데지주 아래로 편입되면 신 회장 등 주주들의 배당 가능 이익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이번 거래 발표 직후인 지난 11일 주가 반응은 비교적 양호했다. 이날 글로벌 증시 폭락으로 코스피가 5% 가까이 급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롯데지주와 롯데케미칼 주가는 1% 남짓 하락하는 데 그쳤다. 롯데지주는 비교적 싼값에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했으며 롯데케미칼은 지배구조 불확실성 해소와 향후 배당 확대 가능성이 주목받았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