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투자 실패론’ 주장 신동주와 경영권 분쟁 속 매각 늦춰…결국 손실 키운 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중국 롯데마트 매각을 결정한 지 약 1년이 흐른 지난 7월 29일, 롯데그룹이 중국 롯데백화점 ‘단계적 철수’를 공식화하면서 그룹 내부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마트가 빠진 유통망으로 백화점 운영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음에도 신 회장이 경영권 분쟁을 우려해 동시 철수가 아닌 단계적 철수를 진행했고, 그만큼 손실만 키웠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롯데그룹이 중국 롯데마트 매각을 결정할 당시 내부에선 마트와 백화점 일괄 매각 의견이 거셌던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백화점은 2008년 중국 현지기업과 합작 형태로 베이징 지역에 중국 내 첫 백화점을 열었을 때부터 중국서 적자만 기록했기 때문이다. 10년 안에 중국 내 백화점을 20개까지 늘리겠다는 신 회장의 당초 계획은 1호점 폐점으로 깨졌고, 새로 연 5개 매장(톈진 둥마루점·문화센터점, 웨이하이점, 청두 환구센터점, 선양점)에서 연간 약 7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롯데그룹이 중국 내 롯데백화점 매각을 결정했다. 사진은 한 롯데그룹 소속 건물에 부착된 간판. 연합뉴스
신 회장이 중국 내 백화점 철수를 머뭇거리면서 적자는 올해까지 이어졌다. 올해 1분기 롯데백화점은 중국에서 16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중국 시장 롯데백화점 매출은 200억 원에 그쳤다. 올해 2분기 이후 현재까지 적자가 이어진 것을 고려하면 누적적자 규모는 5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 내부 직원들은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중국 시장 투자 실패론’을 들고 2015년부터 경영권 승계 부당성을 내세워 왔던 만큼 신 회장이 적자가 큰 마트부터 팔고 분위기를 살피다 이제야 백화점을 매각,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롯데그룹이 중국 시장에서 롯데마트 철수를 공식화했을 당시에도 신 회장은 신 전 부회장의 움직임을 살폈다. 신 회장은 적자 누적에 중국 당국의 사드 배치 보복까지 더해져 지난해 2분기 중국 롯데마트 매출이 94.9% 줄었음에도 철수설을 극구 부인했다.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이 밝힌 신 회장의 ‘1조 원대 중국 사업 손실’은 신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는 데 약점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중국 사업 손실은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에게 기울었던 마음을 바꾸는 데도 중요한 변수가 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연합뉴스
익명을 요구한 롯데쇼핑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사실상 중국 시장에서 언제 손을 뗄지를 놓고 예전부터 고민했다”며 “신동주 전 부회장이 경영권 분쟁을 아예 끝내거나 최소한 전략을 바꾸는 움직임을 보이는 순간마다 조금씩 철수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번 중국 롯데백화점 철수 결정도 지난 6월 29일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상정한 자신의 이사직 복귀와 신동빈 회장의 이사직 해임안 안건이 모두 부결되자 발표됐다. 앞서 롯데그룹은 중국 롯데마트 매각을 발표한 후 “마트 이외 사업장 매각을 추진하고 있진 않다”는 공식 입장을 낸 바 있다. 신동빈 회장이 중국 시장 내 롯데마트와 롯데백화점 순차 매각을 통해 경영권 안정화를 이룬 셈이다.
일각에선 신동빈 회장이 새로운 경영권 분쟁 없이 롯데마트와 롯데백화점이란 중국 내 유통·판매 플랫폼을 철수한 만큼 중국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떠날 준비에 나설 것이라고 보고 있다. 롯데그룹이 마트 매각과 백화점 매각 사유로 잇달아 밝힌 ‘지속적인 경제적 피해’는 중국에 진출한 롯데 계열사들이 모두 겪는 일이다. 마트와 백화점 없이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이 매출을 확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는 중국 정부가 사드 보복에 나서기 전인 2011~2014년 4년간 순손실 규모 1조 원을 넘어설 정도로 어려움을 겪어온 게 사실”이라며 “롯데는 이미 중국 유통사업에서 손을 떼는 대신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배동주 기자 ju@ilyo.co.kr
선양롯데월드 프로젝트도 고립무원…3조 원 쏟아부어 키운 ‘애물단지’ 롯데그룹이 중국에서 진행하는 ‘선양롯데월드 프로젝트’가 고립무원 처지에 놓였다. 사드 배치 이후 중국 당국의 제재로 공사가 중단된데다 선양롯데월드 프로젝트에 3조 원을 쏟아부은 롯데가 중국 진출 후 적자 누적을 버티지 못하고 마트와 백화점 등 유통망 매각에 나선 탓이다. 당초 롯데는 올해 말까지 중국 선양시 내 16만㎡ 부지에 3조 원을 투자해 백화점, 극장, 아파트, 놀이공원, 호텔, 사무실을 포함한 말 그대로 ‘롯데월드’를 조성할 계획을 세웠지만 완공한 것은 매각 절차에 들어간 백화점 정도에 그쳤다. 호텔·테마파크 등 2단계 사업은 중지된 상태다. 중국 당국이 사드 배치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2016년 11월 말 선양롯데월드 공사에 절차상 미비점이 있다며 공사를 중단시킨 이후 외자 유치에 적극적이었던 선양시도 돌아섰다. 앞서 선양시는 롯데가 성주 골프장을 사드 배치 부지로 제공하자 배신감을 느꼈다고 표현한 바 있다. 문제는 롯데가 마트와 백화점 매각 절차에 나선 만큼 향후 공사가 재개된다 해도 유통망 없이 선양롯데월드를 운영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마트와 백화점이 철수하면 롯데의 제과·음료 판매 창구가 줄어들면서 롯데 사업의 기반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롯데에 대한 중국 내 분위기가 나빠진 상태이니만큼 선양롯데월드는 비록 완공돼도 수익이 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중국에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드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경쟁력 회복을 위한 해법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3조 원을 투자한 중국 내 최대 프로젝트지만 현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다만 중국 시장에서 롯데마트와 롯데백화점이 완전히 철수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매각을 진행하는 만큼 유통망 소실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