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공사 감리자 대리출석시키고 다른 민원 처리하러 가…동작구청 “유치원에 양해 구한 일, 어쩔 수 없었다”
동작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그날 회의에 참석요청을 받은 담당공무원은 다른 민원인과의 사전 약속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해당 공사의 감리자에게 대신 참석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동작구청의 한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회의가 있었던 날 오후 2시 30분에 담당 공무원이 다른 민원인과 사전에 타 현장 방문 약속이 있어서 참석이 어려웠다”며 “이에 대해 유치원 관계자에게 양해를 구한 후 해당공사 건축 관계자에게 유선상 회의를 참석하라고 지시를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 건축 관계자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감리자이다”라고 대답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감리자는 “불안하겠지만 유치원에 머물러도 이상이 없다”고 안심시켰지만 다음날(9월 6일) 새벽 유치원은 심하게 기울어지고 말았다. 결국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라는 비판이 이는 대목이다.
동작구청은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동작구청의 한 관계자는 “민간인, 그것도 어느 한쪽의 이해관계자를 대신 참석시키는 것 적절했느냐. 다른 공무원이라도 참석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참석이 부득이하게 어려워서 건축 관계자에서 회의를 참석하도록 지시를 했다. 유치원에도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회의 하루 전(9월 4일)에 참석요청이 왔다. 그런데 이미 며칠 전에 잡힌 다른 민원인과의 현장방문 약속이 있어 참석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그것도 한쪽의 이해 당사자인 감리자를 대신 참석하도록 한 것이 적절했느냐. 다른 공무원이라도 참석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관내(동작구내) 공사장이 200개도 넘고 동 담당자들이 몇 개 동씩을 맡고 있기 때문에 자기 몫도 허덕이면서 하는데 옆에 직원에게 자기 대신 나가달라고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건축현장은 감리가 제일 정확하고 책임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저희 업무가 민원이 생기면 감리자에게 연락해서 해당 민원을 확인한 후 처리하라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물론 분진이나 균열이 있는 경우에는 직접 현장을 나가지만 1차적으로는 감리자가 한다”며 “저희 구청뿐 아니라 보통 건축업무라는 것이 저희가 가서 본들 그 넓은 현장을 다 알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제일 잘 아는 이들이 현장감독이나 감리자이고 보통 민원이 생기면 결국 건축주가 해결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공무원이 나가서 듣고 와도 감리자에게 ‘이러한 민원이 있으니 반영해서 처리하라’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하소연했다.
결국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할 관할 구청의 담당 업무 인력부족과 그로 인한 오랜 그릇된 관행이 이번 사고를 막지 못한 하나의 원인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제2, 제3의 상도유치원이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편, “해당 대책회의에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그것도 이해당사자인 감리자의 참석을 요청한 것에 대한 동작구청의 공식입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동작구청은 “이번 사고(상도유치원 붕괴)와 관련해서는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며, 결과에 따라 처리될 예정이라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답변 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봉민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