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때 심석희가 나오지 않은 이유와 조재범이 다 뒤집어 쓴 이유
전명규 교수는 “내가 몇 달을 재범이하고 석희 아빠를 설득해서 거기(구속)까지는 안 가게 했던 거야. (조재범은) 문체부 조사도 안 받으려고 했었단 말이야. 거기까지도 내가 막 너무 힘들었어. 하루에 전화 받으면 몇 시간씩 했었단 말이야”라며 “(심석희는) 문체부 감사도 안 나갔었잖아. 처음에 그 정도로 말을 들었단 말이야. (심석희가) 맞자마자 그 다음날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었어. (심석희랑) 새벽 1시까지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그거 막은 거야”라고 말했다.
전명규 교수의 법적 대응 방식도 드러났다. 이제껏 베일에 싸였던 한체대 빙상장의 달마다 걷히는 수천만 원의 강습비 사용처도 나왔다. 전 교수는 조재범 코치 측근에겐 피해 선수 설득에 나서라고 한 뒤 “어른이 나서서 될 일이 있고 애들이 나서서 될 일이 있어. 우리가 할 일은 판사하고 친한 변호사와 사람을 찾는 것”이라며 “난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걸 잘 찾아 보는 거야. 그래서 널 부른 거야. 네가 A의 엄마를 만나서 쇼당 칠 수 있으면 돈이 든다면 난 돈을 대줄 수도 있어. 그렇게 해야 해. (사설강사에게) 계속 돈을 걷으라고 했어. 변호사비 하는데 돈을 모으라고. 그쪽(한체대 사설강사)에 변호사비 보태라고 했어. 내가 걷어줬어. 나도 변호사 두 명이나 샀다”고 했다.
이어 “내가 걔들(한체대 빙상장 사설강사)한테 ‘너네 지금 재범이한테 돈 X나게 들어가니까 서로 십시일반 돈 모아’ 그랬어. ‘재범이 이렇게 됐을 때 용돈도 좀 주고 하라’고. 내가 OOO한테 불만이 많잖아. 근데 그것도 안 하고 개새X 뺀질뺀질. 재범이가 (OOO한테) 팀을 넘겨줬잖아. 그럼 이건 (조재범) 거야. 무슨 말인지 알아? 내가 OOO한테 “이 새X야. 넌 돈 많이 내” (했지.) (OOO이) 돈을 좀 많이 낸 거 같아. 계속 ‘변호사 센 사람 사야 되는데 돈이 많이 들어간다. 너네 전력투구 해야지’(라고) 내가 그랬어”라고 덧붙였다. 조재범 코치는 한체대 빙상장에서 선수반으로 있는 초중생 대부분 가르쳤다. 잘 성장한 선수가 고등부로 가면 한체대 빙상장 안에서 활동하는 다른 사설강사에게 넘기곤 했다.
학부모 유 씨에게 돈이 입금 돼 백 씨에게 전달되는 현금.
이제껏 한체대 빙상장의 사설강사 강습료는 한 번도 수면 위로 나온 적 없었다. 이 녹취가 공개되며 한체대 사설강사의 강습료가 어떻게 쓰이는지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체대 옛 사설강사는 “한체대 빙상장에는 한체대 소속 빙상선수 외 초중고교생 선수반 약 60여 명 있다. 전명규 교수의 제자로 구성된 사설강사의 강습을 받는다. 1인당 달마다 내는 돈은 70만 원에서 80만 원 정도다. 달마다 한체대 빙상장에 사설강사가 받는 초중고교 강습생에게 받는 돈의 규모는 총 4200만 원에서 4800만 원 사이로 1년이면 5억 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조재범 코치의 옥중 편지에 따르면 학부모 총무가 학부모에게서 강습비를 걷은 뒤 은행을 거쳐 사설강사에게 송금하거나 현금으로 전달했다. 회계처리는 전혀 되지 않았다.
전명규 교수는 텔레그램 사용법을 조재범 코치 측근에게 교육했다. 서버가 외국에 있어서 자료가 남지 않는다는 말도 담겼다. 전 교수는 이제껏 문제가 발생하면 “증거가 있느냐”는 태도를 취했다.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는 전 교수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겼다. 전 교수는 조 코치 측근에게 “넌 텔레그램 톡 안 돼? 텔레그램 톡 깔아”라며 “카톡은 자료가 남아있는데. 이거는 서버가 독일에 있어. 이거는 찾을 수가 없어. 비밀대화가 가능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이제 대화내용을 지우면 너 것도 없어져. 가만히 놔둬봐”라며 “그렇게 해서 너도 예민한 사람하고 할 때는 너도 대화내용을 지워봐. 나랑 지금 하고 네가 한 번 지워봐. 이건 비밀대화가 아니야. 이렇게 해서 대화내용 지우기”라고 대화 삭제법을 조재범 코치 측근에게 가르쳤다. “돌아가는 연락을 나도 너한테 해줄게 텔레그램 통해서. 텔레그램은 전화도 돼”라며 헤어질 때까지 강조했다.
전명규 교수의 대포폰 휴대전화 명세서(위), 한체대 빙상장에 적힌 전 교수의 번호(아래)
전명규 교수는 현재 조재범 코치와 심석희의 폭로를 모두 신경 써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전 교수의 한마디는 이런 전 교수의 상황을 잘 드러냈다. 전 교수는 조 코치 측근에게 “재범이한테 너무 희망을 줬다가 실망하게 하지마. 노력한다고 이야기 해야 해. 기대했다가 안 되면 자포자기 하니까.”
전명규 교수가 조재범 측근에게 건넨 돈 봉투
전명규 교수는 조재범 코치 측근과의 대화를 끝낸 뒤 현금 200만 원을 빨간 봉투에 담아 건넸다. 조 코치 측근은 이 돈을 전 교수에게 다시 돌려보냈다. 전 교수는 조 코치 부친에게도 200여만 원을 건넸지만 거절 당했다고 알려졌다. 전 교수는 고 노진규가 죽었을 때도 노진규 가족에게 현금을 전달한 바 있었다고 전해졌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