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버] 대한민국 맘카페 보고서1-주부 패널단과 함께 살펴본 맘카페의 빛과 그림자
최근 김포 보육교사 자살사건으로 맘카페가 주목받고 있다. 그래픽=백소연 디자이너
#국내 맘카페 현황
맘카페는 주로 30~40대 젊은 기혼여성들의 공통 관심사와 관련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소통하는 온라인 카페 공간이다. 육아와 출산, 자녀교육, 뷰티, 인테리어, 요리와 맛집, 각 지역의 부동산 및 상권 정보, 관심 제품의 후기, 물품 교환과 거래까지 3040 전업주부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거의 모든 정보가 교류된다.
그 역사는 국내 주요 포털이 ‘온라인 카페’ 서비스를 개시한 2000년대 초부터 시작된다. 당시 개시한 1세대 맘카페 중 일부는 현재 200~300만 명의 회원을 자랑하는 거대 커뮤니티가 되었다.
맘카페의 기준을 어디로 잡느냐 약간의 논란은 있지만, 대략 포털에서 ‘키워드’로 검색되는 숫자는 약 2만 5000여개로 추산된다. 여기에 회원수가 10만 명이 넘는 전국단위의 거대 맘카페는 약 50여개로 추산되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지역 커뮤니티’로서의 맘카페다. 전국 거의 모든 지역엔 작게는 동과 구 단위, 크게는 시 단위의 지역 밀착형 맘카페가 존재한다. 지역맘들은 이러한 지역 단위 맘카페를 통해 지역의 세세한 정보를 교환하고 소통한다. 특히 새로이 형성되는 ‘신도시’일수록 이러한 지역 맘카페 커뮤니티가 지닌 영향력은 대단하다. 이 때문인지 신도시가 형성되면 우후죽순 신설 맘카페가 들어서고 그 경쟁이 심화되기도 한다.
#엄마들의 일상이 된 ‘맘카페’
이번 취재에 참여한 주부 패널들은 적게는 일주일에 세 번, 많게는 하루에도 세 번씩 맘카페에 드나든다고 답했다. 그리고 전국 단위의 맘카페는 간헐적으로 드나드는 반면, 각종 세세한 지역 정보가 교환되는 지역 맘카페는 수시로 드나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부들에게 맘카페 접속은 사실상 ‘일상의 한 부분’이라 할만 했다.
접속 목적은 사실 소소했다. 지역 내 육아 및 교육기관 정보, 맛집과 상점 및 마트 등 상권 정보, 그리고 가까운 거리에서의 아동도서 및 유아용품의 교환 및 거래 등을 위해서였다. 후에 언급하겠지만, 이 ‘소소함’에 지역 맘카페의 힘이 있었다.
또한 지역 맘카페는 현대판 ‘빨래터’의 역할을 한다. 맘카페 대부분 가입조건으로 여성만을 받아들이는 폐쇄성을 띈다. 여기에 같은 지역 내 비슷한 생활수준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3040주부들이 드나들기에 서로 간 ‘공감’과 때로는 댓글과 소통 속에서 다른 곳에선 받지 못할 ‘위로’가 이뤄지기도 한다.
#그 영향력은 어느 정도 길래
지역 맘카페에서 교류되는 정보는 상당히 소소하다. 역설적으로 그 소소함에 힘이 있다. 소소하다는 말은 곧 그 어느 곳보다 지역 밀착의 ‘세세’한 정보가 교류된다는 뜻이다. 그 소소한 정보를 얻기 위해 지역 사람들이 매일매일 일상처럼 모인다. 재밌게도 그 사람들은 지역 여론에 가장 민감하고도 구매력이 월등히 높은 3040 주부들이다.
패널로 참여한 주부들 모두 ‘지역 커뮤니티’로서 맘카페의 파급력과 영향력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해당 지역에 들어서는 유치원 및 어린이집, 학원 등의 교육기관, 음식점과 마트를 비롯한 상점들, 심지어 병원과 약국 등 의료기관 등은 지역 맘카페를 통해 검증 아닌 검증을 거치게 된다.
지역의 교육기관과 상권은 맘카페가 적잖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특히 지역 영세 상인들에겐 더더욱 그렇다. 한 번 찍히면 장사를 접어야 할 정도로 타격이 상당하다. 한 패널은 “우리 지역의 한 음식점에 대해 한 엄마가 불친절을 이유로 맘카페에 악평을 남겼다. 그 글에 이런저런 댓글이 달리고 일파만파 퍼지더니, 결국 음식점 주인이 거듭 맘카페 게시판에 ‘사과의 글’을 올리며 맘 달래기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병원들도 마찬가지다. 맘카페에는 병원의 개별적인 의사들의 품평이 이뤄지고 사용하는 항생제의 범위 심지어 진료대기 정보까지 교환된다. 특히 소아과 의원들은 맘카페의 여론이 병원 영업을 좌지우지하게 된다.
때론 지역 이슈 여론을 선도하는 장이 되기도 한다. 특히 보육 및 교유시설 확충 문제, 지하철 노선 유치 등 생활에 밀접한 이슈들이 맘카페의 주된 ‘토론꺼리’로 등장하곤 한다.
지역 맘카페의 영향력 뒤엔 ‘역정보’와 ‘정보과잉’의 위험성이 도사려 있다.
#영향력 뒤 숨겨진 ‘역정보’와 ‘정보과잉’의 위험성
맘카페의 지대한 영향력은 ‘양날의 검’과 같다. 지역의 세세한 정보가 교류되고, 그것을 통해 공감과 소통이 이뤄진다는 점은 순기능이라 할 수 있겠다. 허나 ‘역정보’와 ‘정보과잉’이 맘카페의 파급력과 맞물린다면 것 잡을 수 없는 ‘칼끝’으로 다가온다.
어쩌면 이번 김포 보육교사 자살사건의 배경에는 이러한 맘카페의 영향력 뒤 숨겨진 ‘칼끝’이 예리하게 다가온 꼴이다. 무엇보다 3040주부들이 가장 예민해하는 지역 육아기관 문제, 그것도 소속 교사의 ‘폭행의혹’이 일방적이고도 선정적으로 살포됐다. 폐쇄적이고도 지역과 밀착된 맘카페에 일방적인 정보가 유통됐다. 그리곤 순식간에 별다른 필터링 없이 맹목적인 공감대를 형성했다. 결론적으로 끔찍한 ‘화’를 낳았다.
2012년 2월 발생한 ‘채선당 임산부 사건’은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다. 한 임산부가 채선당 종업원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유명 맘카페에 글을 올려 사건이 일파만파 퍼졌지만, 경찰 조사 결과 임산부 역시 종업원을 폭행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결국 문제의 식당은 사건의 진실과 관계없이 문을 닫았다.
이번 취재에 참여한 패널들 역시 ‘역정보’와 ‘정보과잉’의 문제를 거듭 언급했다. 가볍게 모인 ‘빨래터’가 ‘전쟁터’로 변모하는 것 역시 맘카페의 단면이라고 입을 모았다. 작게는 음식점의 메뉴를 두고 한 부정적인 품평으로 갈등이 벌어지기도 하고, 더 크게는 의혹에 불과한 몇몇 문제가 맘카페로 일파만파 퍼지면서 학원이 문을 닫는 경우도 있다고 예를 들었다.
그러면서 패널들 중 일부는 “최소한 지역 내 영세 상인들을 보호를 위해서라도 공개적으로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만한 정보는 규제되어야 한다” “심각한 문제일지라도 의혹 수준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해선 개인적인 신상이 오르내리는 것은 막아야 한다” 등 규제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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