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구연한 10년인데 불과 1년 만에 새 가구로 교체…예산·절차 무시한 담당 공무원은 솜방망이 처벌
남양주시 풍양보건소는 지난 7월 말 신임 A 보건소장이 부임하자 소장 집무실의 가구를 교체한다. 시에서 운영하는 보건소에서 사무용 가구를 교체하는 건 일상적인 일이지만 풍양보건소는 지난해 가구를 새로 구입한 상태였다. 불과 1년 만에 새 가구로 교체를 시도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책상 등 사무용품의 내구연한은 10년이다. 하지만 풍양보건소는 ‘신임 보건소장을 예우하기 위해’ 가구를 새것으로 바꿔버린다. 게다가 이번에 바꾼 가구들은 예산이 없는 상황에서 렌트한 것이라 “보건소장이 얼마나 대단한 자리기에 바뀔 때마다 가구를 새로 사야 하느냐”는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본지가 보건소장실을 확인한 결과 새로 사들인 책상과 의자, 장식장, 수납장, 회의 테이블을 비롯한 가구들이 있었다. 이전 가구들을 버렸는지 묻자 A 보건소장은 소장실 안쪽 회의실을 가르치며 “버리지 않았다. 테이블은 이곳에 있다”고 손사래쳤다.
보건소장이 가리킨 곳에는 전에 쓰던 회의 테이블이 있었는데 낡은 기색은 없었다. 보건소장에게 양쪽 테이블의 용도에 대해 묻자 “새로 산 테이블은 외부 손님용이고 기존 테이블은 직원들과 회의용으로 쓴다”고 했다.
기존 테이블은 통상적으로 지자체, 공공기관에서 볼 수 있는 사무용 테이블이고 새로 구입한 테이블과 가구들은 원목을 사용한 듯 고급스러운 갈색 빛을 띠고 있었다. 보건소장에게 회의용 테이블에서도 손님 맞는 것이 가능한데 왜 새로 구입했는지를 묻자, “나는 구매 관련한 실무자가 아니라 잘 모르겠다”며 답을 피했다.
가구를 외상으로 구입한 이유와 기존에 쓰던 다른 가구들의 행방을 확인하기 위해 실무자에게 취재를 요청하자 실무자는 “현재 남양주시청의 감사를 받는 중이라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라고 다른 직원을 통해 취재를 거절했다.
2주가 지나고 나서야 실무자는 “단체장들이나 외부 손님들의 방문이 많아 구입했다. 보건소장은 국장급이고 시청에서도 국장급 공무원이 일반 사무용 가구를 쓰지 않는다. 국장급 대우에 맞게 교체한 것”이라면서 “다만 예산 등 회계 관련해 미숙한 처리를 한 것에 대해 (남양주시민들에게) 죄송하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이번 사안에 대한 남양주시청의 감사 결과가 시민들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남양주시는 풍양보건소에 대해 감사를 시행, 관련자에 대해 ‘훈계’ 처분을 내렸는데 공무원의 징계 종류에는 파면, 해임, 정직, 감봉, 견책이 있을 뿐 훈계라는 징계는 없다. 즉 공무원법에 규정된 징계를 내리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남양주시 조사팀장은 ‘남양주시 공무원 적극행정 면책 및 경고 등 처분에 관한 규정(훈령)’에 의해 내린 처분이라면서 감사 범위에 대해서는 “예산 사용 절차를 어긴 것에 대해 살펴봤다”고 했다. 불과 1년 사용한 가구를 교체한 건에 대해서는 “관련 공무원이 풍양보건소에 전입온 지 1년 미만이라 해당 사안은 감안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같은 남양주시의 답변에 일부 시민들은 석연찮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시민은 “국민의 혈세를 절차 무시하고 펑펑 쓴 것도 화가 나지만 그걸 바로잡아야 할 시청이 솜방망이 처분으로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라면서 불만을 터뜨렸다.
남양주시의 경우 공무원에 대한 이런 예우가 일반적인지는 모르지만 광역지자체인 경기도조차도 단체장이 바뀌었다고 예산 책정도 안 된 상태에서 외상으로 가구를 사들이는 일은 흔치 않다. 이 때문에 남양주시청의 공직기강에 대한 의문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한편 풍양보건소 관계자는 해당 가구들에 대해 “올해까지는 렌트비를 지급해 사용하고, 추경예산을 편성해 내년부터는 구입해 사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총 가구 구입비용에 대해 묻자 “렌트를 하고 있는 중이라 실제 가격은 모른다”고 발뺌하다가 1000만 원이 넘느냐고 질문하자 “1000만 원은 안 된다”라고 답했다.
김창의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