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과 손잡은 박근혜에 실망, 보수 통합론은 망상…국민의힘과 합당? 합쳐서 망할 이유 없다”
이 대표는 당선과 동시에 보수 진영 차기 대권 주자로 발돋움 했다는 평을 받는다. ‘이준석 당선’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모두에게 뼈아픈 대목이다. 이준석 대표는 오랫동안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공 후보는 이재명 대표가 영입한 인재다. 일요신문은 5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준석 대표를 만나 당선 소감과 향후 행보를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계 입문 13년 만에 당선됐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정말 놀랐다. 창당한 지 얼마 안 됐고, 새로운 지역에 도전하는 것이었는데 당선됐다. 정치 시작할 때 당선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떳떳하게 하는 것을 지향했다. 이런 점이 주효했다고 본다. 옳은 길로 가면 성과가 나온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유권자 분들이 당보단 인물, 공약을 봐주셨다고 본다. 대한민국 정치의식 높아지고, 변화가 느껴졌다. 내가 총선에서 세 번 떨어졌다고만 기억하고, 자세한 이야기를 다들 모른다. 보수 정당 험지인 서울 노원병에 세 차례 도전했다. (당시 대선주자였던)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과 첫 대결을 했고, 두 번째는 제3지대인 바른미래당 후보로 출마해 2위로 낙선하는 등 험난한 과정이었다.”
―어머님의 눈물 유세가 화제였다.
“부모님께서 정치에 대해 말씀 많이 안 하신다. 금전적 문제만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신다. 나머지는 어디 가서 떳떳할 수 있는 선택만 하라고 하신다. 내 선택에 대해 신뢰를 보내주신다. 부모님께서 여러 번 낙선 경험을 겪으셔서 이번 총선 개표방송을 보러 오지 않으셨다. 혹시나 떨어지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이셨을 것이다.”
―22대 국회에서 발의하고 싶은 1호 법안을 꼽자면.
“상임위를 어떻게 배정받는지가 중요하다. 그게 정해져야 1호 법안을 이야기할 수 있다. 비교섭단체다 보니까 상임위 선택권이 없다. 국회의장이 누가 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주로 국토교통위원회, 교육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3가지 중 한 곳을 가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지역구인 동탄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선 국토위나 교육위 가는 거 중요하다. 만약에 그게 안 되면, 다른 정책 현안 찾아 가겠다.”
―차기 보수 대권 주자로 발돋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1년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 결심 이후 당대표 당선까지 긴 시간 걸리지 않았다. 역할을 해야겠다는 강한 의식이 생겼을 때 굉장히 몰입하는 스타일이다. 대통령 2명 만드는 과정에 참여한 결과, 어떤 대통령이 되고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가 중요하다고 느꼈다. 기회가 왔을 때 잡으라는 건 정치적 얘기다. 개인적으론 큰 역할을 맡기 위해선 스스로 자신감 가질 정도로 준비해야 한다. 다음 대선까지 짧지 않은 기간이 남았다. 그동안 어떻게 노력해서 발전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대권 욕심에 눈이 먼 여느 사람들처럼 대권을 놓고 준비하지 않겠다. 통상적인 의정, 정치 활동하면서 스스로 개발시켜 나가겠다.”
―김용태 당선인은 “이준석 대표가 고칠 부분 개선해야 보수 아이콘 될 수 있다”고 말했다(관련기사 [인터뷰] 김용태 국민의힘 당선인 “김 여사·채 상병 사건, 여당이 해결책 내야”).
“바뀔 부분 있으면 바뀌겠지만, 보수 망친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바뀌진 않을 것이다. 보수 지지층이 바라는 대로 사는 것이 정치 목적은 아니다. 보수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우리 말 잘 들어야 키워준다며 ‘가스라이팅’하려고 했다. 협박부터 회유까지 다 받았지만, 나는 순치되지 않고 살아왔다. 말 잘 들은 젊은 정치인들 이번에 어떻게 됐나. 김병민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낙선했다. 대중한테 소구력 없는 것이 현실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잘못이 명백한데, 그걸 지적하면 ‘내부총질’이라고 한다. 이제는 누가 잘하고 못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논리적으로 윤 대통령 용납할 수 없는 걸 알면서도, 자존심을 지키려고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면 가장 하고 싶은 말이 있나.
“하고 싶은 말은 없다. 윤 대통령이 염치가 있으면 나를 못 만난다. 언론에 공개되지 않지만, 나를 죽이려고 한 일들이 무수히 많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윤 대통령을 만났고, (친박근혜계) 유영하 변호사가 공천 받아서 당선됐다. 박 전 대통령한테도 조금 실망했다. 둘이 만나서 손을 잡는다고 선거에 도움이 된다는 건 어르신들 착각이다. 보수 통합론이라는 망상의 세계에 있다. 틀린 가설을 입증하려고 노력하면 안 된다.”
―선거 유세 때 “다음 대선 3년 남은 거 확실합니까” “박정훈 수사단장 무죄 나오면 정권 내놔야” 등과 같은 말을 했다.
“박정훈이라는 무고한 군인을 재판받게 만들도록 한 사람을 지적해야 한다. 보수가 옳고 그름을 구분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이 잘못한 거에 대해서 양심 있는 인사들이 지적했으면 이런 상황 발생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정상적인 통치 불가능할 정도로 모든 사람의 적이 되고 있다. (보수 지지층은) 집권 초에 내가 별나다고 했지만,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까지 불거졌다. 도대체 대통령과 뜻이 맞는 사람이 누가인가. 조선시대 선조도 이순신 장군을 파직시키고 원균 장군에게 수군을 맡겼으나, 원균이 칠천량에서 대패하자 정신을 차렸다. 보수는 윤 대통령이 아픈 사람이자 환자라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첫 영수회담 어떻게 봤나.
“협치 간판만 걸어놨다. 이재명 대표는 자신을 범죄자 취급하던 윤 대통령한테 한방을 먹였다는 성과가 있다. 윤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 관련 사법리스크 재판 결과 나올 때까지 시간 끌겠다는 목적밖에 없다. 둘 다 민생 현안 논의해서 해결할 의지 없었던 것 같다. 이재명 대표는 채 상병 특검을 선결과제로 내세웠어야 한다. 이거 안 하면 회담 없다는 식으로. 제대로 조건 세우지 못하면서, 성과 없는 회담으로 끝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민정수석실 부활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통제가 안 되니까 민정수석실을 부활시키는 것이다. 윤 대통령과 검찰 수장들의 불화설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이 반발하는 검찰 측과 매번 직접 얼굴 붉히면서 이야기하기 싫으니까, 민정수석한테 얘기하라고 시키려는 것이다. 이름이 민정수석이지, 원래는 검찰 수석 자리다. 윤 대통령이 다시 사정 정국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낙선 목적 허위사실 공표죄 및 후보자 비방죄로 고발했다.
“민주당 희망 사항일 뿐이다. 공영운 민주당 후보 딸이 전세를 안 했으니까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하는 것인데, 판례만 살펴봐도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
―전투에선 이겼으나, 전쟁에선 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역구에 출마한 개혁신당 후보는 총 43명이다.
“개혁신당이 처음 나온 선거에서 이 정도 성과면, 실패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혁신당 후보들은 거대 양당 체제에서 치러지는 선거에서 결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걸 감내하고 나갔다. 단순하게 그렇게 평가할 사안은 아니다. 앞으로 2026년 지방선거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는데, 영남 호남 등 지역 터전 만들고자 기초의원 당선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개혁신당과 국민의힘 합당 가능성은 없나.
“그럴 이유가 없다. 국민의힘이 다음 지방선거에서 잘할 수 있는 방법도 없어 보이는데, 합쳐서 망할 이유는 없다.”
―비교섭단체는 자력으로 법안 발의도 못한다. 현실적인 어려움 어떻게 풀어나갈 예정인가.
“그동안 많은 비교섭단체가 의정 활동에서 성과 내는 방법을 보여줬다. 의원 개개인 능력치가 중요하다. 상임위에서 선명성 보여주면 된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22대 국회에서 개혁신당은 어떤 역할을 하고 싶나.
“용기 있는 정치를 하고 싶다. 채 상병 문제 등에 있어서도 앞장서서 이야기하고 있다. 의석수가 적어서 정치력이 굉장히 중요하다. 여론을 읽어내서 함께 움직여야 하고, 다른 당 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지 등의 시험대에 섰다고 본다. 우린 다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