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난 속 원희룡·김용태·오세훈 참신한 이미지로 부각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당 밖 인사를 만난 건 원 지사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초에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만나 입당을 권유했다고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이 어렵고 보수가 어려운 때인 만큼 정치에 큰 경험 가지신 분들, 원로들을 만나 뵙고 지혜와 지원을 구하고 있다”며 “오 전 시장에게 입당을 권유한 것도 그런 차원”이라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은 황교안 전 총리도 만나 오찬을 함께하고 입당을 권유했다고 전해진다. 황 전 총리는 입당 권유에 대해 별다른 답을 하진 않았지만, ‘보수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양측이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이 당 밖 보수 인사를 만나는데 열심인 이유는 당 내에 당이 주목받을 만한 인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 비대위원회 관계자는 “당에서 유력 인사를 영입하기가 너무 어렵다. 홍준표 전 대표 체제에서는 욕이라도 먹으면서 언론에 보도가 됐지만 최근에는 너무 조용하다는 지적이 많다”며 “이런 분위기를 영입 인사로 반등시켜 보려 해도 온다는 사람이 없다. ‘망한 당을 누가 가냐’는 반응이다”라고 호소했다.
‘신3룡’으로 꼽히는 김용태 사무총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지사(왼쪽부터). 일요신문DB
인물난에 허덕이는 한국당 당 내에서는 또 다른 기류가 흐르고 있다. 지금까지 지나치게 올드한 이미지의 당이었던 만큼 젊은 50대 기수가 전당대회 나아가서는 대선까지 가야 하지 않겠냐는 공감대다. 이 잠룡들로 앞서 얘기 나왔던 원 지사와 오 전 시장이 꼽힌다. 김 위원장의 행보가 물밑 기류들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당 내 한 소식통은 “당 밖으로는 원 지사, 오 전 시장이 꼽히고 당 내에서는 김용태 사무총장이 꼽힌다”며 “당 내에서나 지역구에서 김 사무총장 이미지가 좋고 젊은데다 품위 없는 말을 하지 않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고 귀띔했다.
세 명의 잠룡 소위 ‘신3룡’은 강점도 있지만 각자 약점도 있다. 먼저 원 지사는 비교적 큰 무리없이 정치생활을 이어왔고, 탄핵과도 무관하다는 이미지가 강점으로 꼽힌다. 반면 제주지사라는 점이 큰 약점으로 꼽힌다. 제주도라는 특유의 이미지, 고유의 특수성도 있지만 그럼에도 중앙 정계와 물리적으로 너무 멀다는 게 지적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선의 뜻이 있다면 지방자치단체장을 맡는 것은 좋은 선택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원 지사가 한국당으로 복당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자유한국당 한 관계자는 “원 지사가 합류하긴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른 시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만약 대선 후보까지 생각한다면 제주지사를 그만두고 올라와야 한다. 명분이야 만들기 마련이고 찾기 나름이다. 중앙에서 활동하지 않으면 대선은 어렵다고 본다”고 귀띔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강점과 약점이 뚜렷하다. 강점은 보수적 가치에 맞게 포퓰리즘에 맞서 진보와 싸우다 좌초했다는 점이 꼽힌다. 반면 큰 단점으로 결국 오 전 시장 때문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된 것 아니냐는 주장이 꼽힌다. 무상급식에 맞서 서울시장을 사퇴한 소위 ‘원죄론’은 한국당 내에서도 회자되는 선택이다.
또 다른 한국당 관계자는 “결국 오 전 시장 때문에 보수가 망하기 시작한 것 아니냐. 그때부터 서서히 침체기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당시 당에서도 하지 말라는 일 혼자 나서다 결국 서울시장직까지 날렸다. 자초한 일이니 만큼 자랑이 아니라 욕을 먹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용태 사무총장은 상대적으로 낮은 지명도가 약점으로 꼽힌다. 험지에서 3번 당선될 정도로 지역구에서는 지지를 받지만 대중적 지지도는 여전히 낮다. 그나마 서울교통공사 채용에서 선명한 노선을 드러내면서 조금씩 주목 받고 있다. 21일 김 사무총장은 “서울교통공사 친인척·노조 관계자 채용비리는 정부의 과도한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정책이 빚은 청년일자리 약탈이자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며 “박원순 시장은 진짜 친인척이 108명뿐이라면, 직을 걸라. 만약 정말 108명뿐이라면 사무총장직과 의원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강수를 둔 바 있다.
강점으로는 탄탄한 지역구 관리, 비박계에서 비전이나 능력이 있다고 인정받는 점 등이 꼽힌다. 특히 여의도에서는 비박계 혹은 김무성 전 대표가 밀어주고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신율 교수는 “지구 상에서 지역구 관리 가장 잘하는 정치인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렇다면 원내대표 경선이나 전당대회에서도 활약할 수 있으리라 본다”며 “최근 서울교통공사 논란에서 강수를 두는 것을 보면 본인도 인지도를 높이려고 하는 의지가 보인다”고 말했다.
황교안 전 총리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당 밖에 있기 때문에 각광받는 부분이 크다’고 지적됐다. 한 정치평론가는 “반기문 전 UN사무총장도 정치권 밖에 있을 때는 지지율이 엄청났다”며 “황 전 총리도 정치권 안으로 들어와 봐야 비로소 거품 없이 내용을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현재는 거품이 많다는 분석이다.
신3룡 등 젊은 층이 각광받는 이유로 고루한 당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라도 또 다시 ‘올드보이’가 패권을 잡아서는 안된다는 분위기도 들린다. 앞서의 정치평론가는 “자유한국당이 바꿔야 할 것은 단순히 ‘올드하다’와는 약간 다른 기득권 이미지”라며 “그걸 버리기 위해서라도 좀 더 참신한 인물이 필요해 보인다. 얘기 나오는 3명도 당 내에서 오랫동안 묵묵히 일했거나, 바닥을 경험했거나 지역 정치를 겪었다는 점이 있고 이런 부분이 뜨는데 한몫하고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