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암호화폐로 운 좋게 돈 번 ‘슈퍼관종’…돈 뿌린 액수도 열배씩 부풀려져”
최근 강남 클럽 ‘아레나’에서 1억을 뿌린 것으로 알려진 ‘헤미넴’의 정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4월 빅뱅 승리가 운영하는 강남 클럽 ‘버닝썬’에서 1억 원 상당 ‘만수르 세트’를 주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만수르 세트는 아르망디 12ℓ 1병, 루이 13세 1병, 아르망디 750㎖ 10병 등 총 12병의 양주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최근 헤미넴이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서 자취를 감췄다. 과도한 관심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대부분이다. 그가 존재를 지우면서 그의 정체를 추적하는 보도도 계속되고 있다.
‘헤미넴’ 유튜브 캡처. 현재는 모두 지워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일요신문’은 헤미넴과 같이 업무를 해본 한 측근을 만나 얘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그는 ‘부정확한 정보나 오보가 너무 쏟아지고 있다’며 진실을 가감없이 털어 놓았다. 그의 이야기를 크로스체크해 본 결과 많은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헤미넴은 어떤 사람인가.
“83년생으로 본명은 노 아무개 씨다. 가운데 글자 초성 ㅎ에다 미국의 힙합가수 이름 에미넴(Eminem)을 합쳐 만든 닉네임이다. 타워팰리스를 월세 임대해서 살고 페라리를 타고 다닌다. 주변 사람들끼리는 짧고 굵게 ‘슈퍼관종’(관심종자)이라고 한다.”
―많은 추측과 의혹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헤미넴의 재산을 두고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많긴 하다. 그런데 언론에서 나오거나 사람들 생각만큼은 많지 않다. ‘수천억 원 벌었다’는 기사도 봤는데 사실이 아니다. 리플(암호화폐 일종)이 100원 이하일 때 투자해 수백억까지 불어났다고 한다. 근데 한 푼도 청산하지 않아 결국 코인으로는 20억~30억 원 정도 벌었다고 하고 그것도 계좌를 본 사람은 없다. 이것도 헤미넴의 주장이다.”
―20개 사업체를 운영한다고 하는데 다른 사업은 어떤가.
“그것도 사실이 아니다. 20개가 넘는 사업을 하거나 최소 동업을 하고 있다고 치자. 지금 같은 상황이면 회사마다 이미지 타격이 엄청나서 항의가 빗발칠 거다. 강남에서 승무원 전문 학원을 하는 게 전부라고 알고 있다.”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아인스타이늄 코인(Einsteinium coin) 펌핑(시세 상승)으로 돈을 벌었다는 얘기도 있다. 주변에 암호화폐 거래소 차린다는 계획도 말했다고도 한다.
“사실이 아니다. 리플 투자도 주변에서 추천해줘서 산 거지 암호화폐를 잘 모른다. 관심도 없던 사람이다. 차트나 시장을 볼 줄 모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암호화폐 거래소를 차린다는 말을 한 건 사실이다. 그런데 말로는 다 할 수 있다. 실제 추진은 없었다.”
―‘소통회’(헤미넴이 일반인과 만나 얘기하는 자리)라는 모임에서 암호화폐 창업아이디어 대회를 열어 상금으로 1등 2팀에게는 각 1억 원, 총상금 2억 원 대회를 연다고 했다. 암호화폐 관심이 없다고 하기에는 어렵지 않나.
“소통회 목적도 관심끌기일 뿐이다. 1등 팀에게 1억 원씩을 준다고 해서 대회를 열긴 했는데 본인이 일부러 다 떨어트렸다. 소통회에 참여하는 인원은 90%가 무직자들이다. 그 떨어진 인원 중 몇 명을 헤미넴이 운영하는 학원에 취업시켜 준 게 전부다. 사실 코인으로 돈 번 게 전부인 인생을 포장해 성공스토리로 부풀려 과시하기 좋다. 주식도 사실 모르는데 어린 친구들에게 아무렇게나 얘기해도 환호해준다. 소통회 참여자들한테 차비로 5만 원씩 주면 홍보도 된다.”
―재산이 약 20억 원, 학원을 포함해도 생각보다 규모가 크지 않은데 돈을 어떻게 그렇게 뿌릴 수 있나.
“나도 클럽에서 200억 원 썼다는 말을 듣고 주변에 물어봤는데 다 거짓말이라고들 했다. 클럽에서도 지켜보면 부풀려진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어느 날은 약 900만 원 현금을 뿌렸는데 기사에선 ‘1억 원 뿌렸다’고 나온다. 대개 한 번 뿌릴 때마다 300만~500만 원을 뿌렸는데 그럴 때는 3000만 원 뿌렸다고 글이 올라왔다. 클럽 측에서도 광고 차원에서 과장에 동참했다. 클럽들도 고액손님을 유치하고, 큰손들 사이 경쟁을 유발하기 위해서 부풀렸다. 노이즈 마케팅 차원에서도 클럽의 아바타로 헤미넴을 세운 셈이다.”
―‘비버팀’이라 불리는 젊은 사업가 모임과의 관계도 사람들이 궁금해 한다.
“세간 시선과 달리 헤미넴과 비버팀은 오히려 사이가 좋지 않다. 사이가 틀어지게 된 게 이 사람들 성향을 말해준다. 4월 헤미넴이 1억 원에 달하는 만수르 세트를 구매했는데 비버팀이 오래전부터 활동했기 때문에 언론에 비버팀이 주문한 걸로 보도됐다. 헤미넴 입장에선 유명해지기 위해 만수르 세트를 시켰는데 비버팀 위주로 기사가 나가니 억울해 했다. 이때부터 헤미넴vs비버팀 구조로 가게 됐다. 클럽에선 매출 싸움이 벌어진 거다. 그때부터 클럽 사장들이 싸움을 부추겼다. 부추길수록 술값으로 자존심 싸움을 했다. 이번 아르망디 30ℓ도 클럽에서 지원을 많이 해준 걸로 안다. 이렇게 해야 새로운 호구가 나온다.”
―지원을 해줬다고 해도 생각보다 많지 않은 자산으로 수억 원 양주를 샀다는 게 이해가 어렵다.
“그렇게 접근하면, 그 사람이 바보 된다. 나도 ‘왜 뿌릴까’, ‘소통회는 왜 할까’ 했는데 유명해지기 위해서 했을 뿐이다. 유명해져 나중에 뭘하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근까지도 그 목적은 거창한 게 아니라 여자에게 인기 얻고 명함이 되는 정도였다. ‘코인을 판매하기 위해서’라는 얘기도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내가 알기로는 일반인에게는 판 적이 없고 기관에다 판매하려고 해봤으나 실패했다. 일반인은 모르겠지만 기관, 전문 투자자 상대로 과시욕을 보이는 행동은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왜 부정적인가.
“투자는 전문 영역이다. 투자사, 투자자 입장에선 클럽에서 돈 흥청망청 쓰고 다니면 부정적 시선으로 본다. 그런 사람과 어울리기만 해도 안 좋은 소리가 나오는데 본인이 그렇게 다니면 누가 투자하겠나.”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모두 내리고 자취를 감췄다. 불법적인 요소가 있는 건 아닌가.
“불법적인 건은 없을 것 같다. 몸을 굉장히 사린다.”
―헤미넴이란 사람은 어떤 사람이라고 보나.
“유흥업소 좋아하고, 자주 가고 관심 받길 좋아한다. 허풍이 심하긴 하지만 운 좋게 암호화폐로 돈을 꽤 만진 사람이다. 사실 유명해질 만한 사람이 아니다. ‘청담동 주식부자’로 이름을 알린 이희진만큼 돈이 많지도 않다. 요즘 이런 사람은 많다. 마케팅을 열심히 한 덕분이라고 본다.”
A 씨의 말처럼 비버팀 리더로 알려진 양 아무개 씨도 ‘2개월 정도 어울린 건 맞는데 약 6개월 전부터 연락한 적 없다’고 말했다. 약 6개월 전은 4월 만수르 세트 보도가 된 시점과 얼추 맞아 떨어진다.
이희진을 ‘저격’한 것으로 유명한 전업투자자 S 씨는 “이희진, 헤미넴 같은 사람들은 마케팅을 보는 관점이 일반인과 다르다. 보통 사람이면 ‘10억 원 있으면 아껴 써야지’하는데 이런 사람들은 10억 원을 자신을 알리는 데 다 쓴다. 이들은 그게 투자라고 생각한다. 이희진도 3억 원 벌었을 때 5년된 벤츠 차량과 타워팰리스에 월세를 얻어 부자처럼 보이는 데 신경 썼다”고 설명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