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일본대사관 앞 대형버스 동원 “한국롯데의 조직적 일탈행위” 규탄 시위 열어
롯데갑질피해자연합회 등이 시위에 동원하는 대형버스. 사진=롯데갑질피해자연합회
롯데피해자연합회는 이날 “일본 롯데홀딩스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 직속 산하 조직으로 ‘한국롯데갑질피해특별조사팀’을 발족해 한국롯데가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자행하고 있는 갑질 행위와 그로인한 피해실태를 조사해줄 것”을 촉구한다.
또한 “한국 중소기업과 소상인을 상대로 한국롯데 계열사들의 갑질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갑질을 개인 일탈행위가 아니라 한국롯데의 조직적 일탈행위다”라고 질타했다.
롯데피해자연합회는 시위를 마친 후 일본 대사관을 통해 쓰쿠다 사장에게 전달을 요청할 방침이다. 롯데그룹은 신격호 명예회장(일본명 시게미쓰다케오)이 1948년 일본에 설립한 기업집단이다. 이후 신동빈 (일본명 시게미쓰 아키오) 회장과 쓰쿠다 사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의 공동대표를 맡으면서 일본과 한국 계열사를 총괄했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이 지난 2월 21일 대표직에서 사임하면서 쓰쿠다 사장의 단독 대표체제로 전환했다. 롯데피해자연합회가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롯데홀딩스 쓰쿠다 사장을 상대로 갑질 피해구제를 호소하는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이날 시위에는 가나안RPC(롯데상사 피해업체), 성선청과(롯데슈퍼 피해업체), 신화(롯데마트 피해업체), 아리아(러시아 롯데백화점 입점 피해업체), 아하엠텍(롯데건설 피해업체), 에이케이인터내셔날(롯데몰 수원점 입점 피해업체) 외 정의당 공정경제민생본부와 기타 피해기업이 참여한다. 롯데의 갑질로 인한 이들 업체의 피해금액은 대략 400억여 원, 실직된 종업원도 5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대다수 업체가 현재 파산한 상태다.
김영미 롯데피해자연합회 회장(가나안RPC 폐업)은 “한국롯데 갑질로 인해 많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반면 일본에서는 롯데의 갑질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며 “한국 정부와 신동빈 롯데 회장, 그리고 일본 롯데홀딩스 쓰쿠다 사장이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해결해 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안동권 롯데피해자연합회 사무국장은 “한국롯데가 일본롯데 보다 20배 정도 급속성장한 데는 상당수 한국 납품업체의 희생과 노동자의 인건비 착취와 무관하지 않다”며 “한국롯데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하도급 갑질 신고건수는 1위 내지 매년 상위권을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고있으며, 한국 대기업 중에서 유일하게 갑질피해자가 연합회를 구성해 공동대응하고 있고 추혜선 정의당 공정경제민생본부 본부장(국회의원)도‘롯데갑질신고센타’가 설치돼 계속해서 피해사례가 접수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 사무국장은 이어 “쓰쿠다 사장은 일본기업의 공통된 경영철학인 도덕성과 신뢰를 한국에서도 지켜주기를 바란다” 며 약자를 핍박하는 한국롯데의 갑질경영을 청산하기 위해 ‘한국롯데갑질피해특별조사팀’을 즉각적으로 발족해 줄 것”을 요구했다.
피해업체들이 주장하는 면면을 살펴 보면 가나안은 롯데상사와 2004년부터 2008년 도정 협력업체였다고 밝혔다. 양사는 2004년 한국 내 최첨단 라이스센터를 건립해 연간 3만 톤, 연매출 100억 원 이상의 쌀을 가공해 유통시키기로 협업을 결정했다. 하지만 2006년까지 롯데상사가 가나안으로부터 공급받은 쌀 결제 대금은 4억 원에 불과했다. 가나안은 롯데상사는 협업 조건으로 공장 설립과 기계 설비를 수입하기로 했지만 이를 떠넘겼다고 주장한다. 또 2008년 갑자기 S 사라는 벤더를 통해야만 납품할 수 있도록 거래조건도 바꿨다고 했다. 김영미 가나안 사장은 “롯데상사의 약속 불이행과 상거래 위반으로 세무서 신고 금액만 144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하고 도산했다”고 성토했다.
아하엠텍은 2007년 롯데건설의 하청을 받아 현대제철 화성 일관제철소 건설에 착수했는데 공사가 진행되면서 추가공사 및 물량증가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아하엠텍은 이 추가공사 대금을 147억 원으로 추산했고, 롯데건설은 53억 원으로 견적을 내면서 분쟁이 생겨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를 진행했다. 공정위 실무부서는 심사보고서를 통해 롯데건설이 하도급법을 위반했다며 아하엠텍에 하도급대금 결정금액 약 113억 원과 시정명령, 과징금 32억 3600만 원을 부과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2011년 소회의를 열고 롯데건설에 대해 무혐의 처리했다. 아하엠텍은 롯데건설로부터 공사대금을 받기 위해 민사재판 등을 진행했지만, 최종 패소했다.
육가공업체 신화는 롯데마트와 2012년 7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거래하다가 분쟁이 발생했다. 윤형철 신화 사장은 “롯데마트로부터 자체 행사에 대해 납품단가 30~50% 후려치기, 납품대금 중 물류비 8~10% 차감, 컨설팅 수수료 차감 등을 당했다”라며 “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회계법인의 정밀 검사를 받은 결과 롯데마트와 거래에서 109억 원 손실을 본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2017년 9월 롯데마트에 대한 최종 제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전원회의를 열었고 컨설팅 수수료 등의 이견으로 재조사로 결정 났다. 공정위 실무부서는 전원회의에 롯데마트 500억 원대 과징금 부과와 롯데마트 대표와 임원 2명 검찰고발, 시정명령 등 조치를 의뢰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최근 재조사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 조만간 전원회를 열고 열고 롯데마트에 대한 제재여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리아는 롯데백화점 모스크바점에 입점해 레스토랑 사업을 하던 업체다. 그런데 임대차계약 만료를 2년 이상 남겨두고 롯데백화점의 일방적인 강제 철수, 영업 정지, 직원 해고 등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유근보 아리아 사장은 “롯데의 갑질로 막대한 손실을 입고 폐업하게 됐다. 더 이상 힘없는 약자들이 억울한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 국민 모두에게 호소한다”고 주장했다.
성선청과는 롯데슈퍼에 납품한 청과에 총 판매금액에 15% 수수료를 주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하지만 롯데슈퍼가 한마디 상의도 없이 최고 25% 수수료를 챙겨갔다고 주장한다. 김정균 사장은 “이를 문제 삼아 공정위에 문제를 제기하자 롯데가 사업자명, 사업자번호도 틀리게 기재돼 있고 심지어 간인이나 자필서명도 없는 급조한 계약서를 제출하는 등 사문서 위조 혐의를 했다”고 주장한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