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피너티가 인수한 SK렌터카+롯데렌탈 점유율 36.5%…신용등급 하락, 노조 반발은 부담
#어피너티, 롯데렌탈 경영권 인수 양해각서 체결
12월 6일 롯데는 롯데렌탈 어피너티와 롯데렌탈 경영권 지분 매각을 위한 구속력 있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매각 대상은 호텔롯데(37.80%), 부산롯데호텔(22.83%)가 보유한 지분 56.2%다. 매각가는 1조 6000억 원이다. 전체 지분 기준 가치는 2조 8000억 원으로 12월 5일 시가총액(1조 2163억 원)의 두 배 수준이다.
어피너티는 지난 8월 SK렌터카 지분 100%를 SK네트웍스로부터 8200억 원에 인수했다. 어피너티 투자 포트폴리오에는 요기요, 락앤락, 잡코리아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어피너티는 렌터카 인가대수 기준 시장 1, 2위 업체를 모두 품게 됐다. 지난 3분기 기준 롯데렌탈 렌터카 인가대수는 25만 7098대로 시장 점유율은 20.8%다. SK렌터카는 19만 4782대로 점유율 15.7%다. 지난해 연결 기준 롯데렌탈과 SK렌터카 매출은 각각 2조 7523억 원, 1조 4028억 원이다.
롯데렌탈 연결 기준 매출은 2021년 약 2조 4227억 원, 2022년 2조 7389억 원, 2023년 2조 7523억 원으로 증가 추세다. 올해는 2조 8000억 원대 매출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3분기 영업이익은 2132억 원으로 지난해 1~3분기(2520억 원) 대비 15% 줄었다. 중고차 렌탈 사업을 본격화하며 중고차 매각 물량이 줄어든 영향이다. 다만 여전히 영업이익률은 10%대를 기록 중이다. 전체 매출 대비 규모는 작지만 자본잠식 상태인 태국 법인도 순손실 폭을 줄여가고 있다.
렌터카 사업 전망은 긍정적이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렌터카 시장 규모는 2023년 8조 5000억 원에서 2026년 10조 4000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국민 2명당 자동차를 1대 보유하고 있는데 선진국은 1명당 1대를 갖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렌탈 수요가 많을 수 있다. 때문에 단기 투자 수익을 올리려는 사모펀드들이 (인수에 대한) 관심이 컸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피너티는 롯데렌탈을 향후 3년간 SK렌터카와 별도 법인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후 어피너티가 롯데렌탈을 SK렌터카와 합병한다면 현재 기준 시장점유율 36.5%의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탄생한다. 특히 롯데렌탈과 SK렌터카는 최근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합병이 된다면 이 부문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SK렌터카는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롯데렌탈과 점유율 격차를 좁히기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렌터카 업체들은 주로 차입과 사채 발행을 통해 렌터카 구매 자금을 조달한다. 3분기 말 연결 기준 SK렌터카의 부채비율은 572%다. 롯데렌탈(397%)보다 175%포인트(p) 높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규모가 커질수록 제조사로부터 신차를 구매할 때 할인을 많이 받을 수 있어 유리하다”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도 롯데렌탈 인수를 검토했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롯데렌탈) 인수 의향을 밝힌 적은 없다”고 말했다.
#신용등급 하향, 노조 반발은 부담 요인
긍정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피너티 입장에선 수익성 제고 고민이 뒤따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롯데렌탈의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있어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렌탈 사업은 금리에 가장 민감한 사업이다. 신용등급이 하향하면 조달 금리 자체가 올라갈 수 있다. 그러면 현재 롯데렌탈이 내는 수익보다 더 높이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SK렌터카도 SK그룹 품을 벗어난 뒤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지난 8월 한국신용평가는 SK렌터카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부정적 검토)’에서 ‘A(안정적)’로 한 단계 하향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사모투자펀드는 설립 목적상 회사의 가치를 높여 그 수익을 출자자에게 배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분구조가 분산돼 있어 스트레스 상황 하에서 투자회사에 대한 재무적인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노조 견제도 부담 요인이다. 류경오 롯데렌탈 노조위원장은 “회사에는 사모펀드로의 매각을 반대하는 입장을 꾸준히 표해왔다. 사모펀드는 몸집을 키워서 2~3년 후 회사를 다시 팔려고 할 텐데, 직원은 2~3년 후 또 고통을 겪어야 한다”며 “별도 법인으로 운영되는 동안 SK렌터카에 인적 자원 이동이 불가능하게끔 새롭게 요구를 해야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롯데 관계자는 “롯데는 8월 비상경영체제 전환 이후 그룹의 중장기전략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 정리에 나섰다”며 “롯데렌탈은 업계 1위로 우수한 수익성을 기록하고 있으나 렌탈업의 성격이 그룹의 성장 전략과 맞지 않아 매각이 결정됐다. 롯데는 추후 그룹의 4대 신성장 동력 주축 중 하나인 모빌리티 분야를 전기차 충전과 자율주행 등 기술 기반 사업을 중심으로 육성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