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 박용오 두산(주) 회 장,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 ||
특히 이 거래과정에서 증권거래법, 외환관리법, 상속증여세법 등 현행법을 위반하면서 오너 일가의 재산불리기에 동원되지 않았느냐는 의문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의혹은 삼성, SK, LG그룹 등 재벌그룹 오너 일가의 편법증여, 재산불리기 수법 등에 대해 정면 공격을 펴고 있는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에 의해 제기됐다.
참여연대는 최근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을 비롯해 두산그룹 대주주 일가가 지난 99년 7월 해외에서 발행한 BW를 통해 지배력 확대, 막대한 시세차익 획득, 편법증여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폭로했다. 또 참여연대는 두산이 특혜성 BW를 발행하고 행사가격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증권거래법, 외환관리법 및 상속증여세법 등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며 법적대응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두산그룹의 편법증여 의혹은 두산그룹의 모기업인 두산(주)가 지난 99년 7월 동양종합금융(주)을 주간사로 총 1억달러어치의 BW를 유로시장에서 발행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두산(주)가 발행한 이 BW의 발행 목적은 차입금 상환 및 회사 운영자금 확보였으며, 사채에 대한 이자율은 없었다. 사채를 매입하는 사람에게 이자는 주지 않는 채권이었던 것.
이 BW는 발행시점인 1999년 7월15일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 박용오 두산(주) 회장,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등 오너 세 사람이 전체 발행물량의 67.29%에 해당하는 1백59만5천56주를 매입했다.
이 같은 거래를 두고 참여연대는 현재 세 가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첫째는 오너 일가의 지배력 확대이고, 둘째는 막대한 시세차익 획득, 셋째는 편법증여 등이다.
▲지배력 확대용=참여연대측은 해외BW 발행의 일반적인 관행에 비춰 오너 일가가 전체 68%에 달하는 BW 물량을 사들인 것은 ‘불순한 목적’이 있다는 주장이다. 참여연대가 이같이 주장하는 배경은 두산(주)가 발행한 BW 행사가격이 당초 주당 5만1백원이었으나, 올해 10월15일 갑자기 행사가격을 5분의1 수준인 주당 9천4백60원으로 낮췄다는 데 있다.
이에 대해 두산그룹 측은 “최근 주식시장 침체로 두산(주)의 주식값이 떨어져 행사가격을 낮춘 것”이라고 해명했다.그러나 참여연대는 BW가 하향 조정된 가격으로 행사될 경우 오너 일가의 주식수는 BW 인수 당시 가격인 5만1백원일 때는 1백59만5천56주였으나, 9천4백60원으로 낮아져 8백11만6천1백29주를 취득할 수 있게 됐다는 것.
2002년 10월25일 현재 두산(주)의 총 주식수는 2천1백11만2천 주이고, 현재 가격으로 BW가 행사된다면 새로 1천50만여 주가 추가 발행돼 두산(주)의 BW행사 이후 총 발행주식수는 3천1백60만여 주로 추정된다.
▲ 두산측은 참여연대의 의혹 제기에 대해 “불법을 저지른 적 없다”며 즉각 반박했다. 사진은 두산타워 | ||
▲편법 증여용=문제는 이 같은 거래로 취득한 BW 자체를 인수자인 박용곤, 박용오, 박용성 회장 등이 두 달 뒤인 1999년 9월 무렵 자녀들에게 일제히 넘겼다는 것이다.
당시 BW를 넘겨받은 오너 일가족 자녀는 박정원 두산(주) BG상사 사장(박용곤 명예회장 장남), 박지원(박용곤 회장의 차남), 박혜원(박용곤 회장의 장녀), 박경원(박용오 회장의 장남), 박중원(박용오 회장의 차남), 박진원(박용성 회장 장남) 등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참여연대는 “이 같은 결과로 미뤄 박용곤 회장 등 오너 가족이 BW를 사들인 것은 자녀들의 두산그룹 지분을 높이기 위한 편법증여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박용곤, 박용오 회장 등 오너들이 2세들에게 BW를 넘긴 시점이다. 참여연대는 오너들이 2세들에게 지분을 넘긴 시점은 지난 99년 9월이고, BW의 행사가격 조정은 올해 이뤄졌다는 점을 들고 있다.
오너들이 BW 인수 자금은 자신들이 부담하고, 향후 BW 행사에 따른 과실은 BW를 넘겨받은 자녀들이 얻을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자녀들이 얻게 될 과실은 두산(주)에 대한 지분 향상과 막대한 평가차익 등이다. 참여연대는 이 같은 점을 들어 “이는 두산이 특혜성 BW 발행을 통해 2세들에게 편법증여를 시도하고 있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또 BW를 인수한 오너 일가족이 발행 당시 사채 매입 결제조건이던 10년만기(2009년 7월)였음에도 불과 1년 뒤인 2000년 7월15일에 원금 전체를 조기 상환한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이는 1년짜리 자금을 얻기 위해 10년 만기 BW를 발행하는 것이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는 게 참여연대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금융계 일각에서는 개인명의로 사들인 BW의 인수 자금이 6천7백만달러(우리돈으로 8백억원 정도)에 이른다는 점을 들어 이 자금의 출처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참여연대의 이러한 의혹 제기에 대해 두산그룹측은 전면 부인하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최근 두산의 주가가 하락해 BW의 행사가격으로 연결됐을 뿐”이라며 “현재 BW가 전혀 행사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미리 지분율이 올라간다는 식의 해석은 지나친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또 이 관계자는 “증여세, 증권거래법 위반 등 불법을 전혀 저지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