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후 강력해진 지방권력 견제 목적이라지만 어떻게 변질될지 몰라”
# 파견 형식으로 민정라인 강화…“올해 안 끝날 듯”
사정당국에 따르면 청와대가 현재 충원하려는 민정라인 수사관 규모는 10여 명 안팎이다. 아직 채용은 진행 중이다. 검찰, 경찰, 국정원 등에 파견 형식으로 받을 수사관 등의 면접이 예정돼 있는데 검찰에서 5~6명, 경찰 등 그 외 사정라인에서 나머지를 충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청와대에서 근무하며 각 사정당국과의 소통 및 정보 수집 등의 역할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안에 파견을 확정짓고, 늦어도 내년 초부터는 근무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앞길. 청와대 제공
사정당국 관계자는 “현재 검찰이나 경찰 등에서 수사관들을 상대로 청와대 근무자 후보군을 추리고 있다”며 “일부는 이미 확정이 난 상황이라고 들었다. 면접은 아직 보지 않았는데 면접 일정 등을 감안하면 늦어도 내년 초부터는 청와대 민정라인에 근무자가 늘어나지 않겠냐”고 귀띔했다.
이는 지난 6월 13일, 제7회 동시지방선거 이후 정해진 청와대 방침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완승’을 거뒀다. 특히 부산과 경상남도는 물론, 처음으로 경상북도 구미시에서도 승리하는 등 완벽에 가까운 흐름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7곳 중 14곳, 기초단체장 226곳 중 151곳에서 승리하면서 싹쓸이를 했다. 12곳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도 민주당은 11곳을 휩쓸었다. 나머지 1곳이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경북 김천이었을 정도니, ‘역대 최고의 압승’이라는 평이 나왔다.
실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지방선거로는 23년 만에 최고 투표율이라니 보내 주신 지지가 한층 무겁게 와 닿는다”면서도 “선거 결과에 결코 자만하거나 안일해지지 않도록 각별히 경계하겠습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민정라인을 강화하는 것 역시, 지자체 등 문재인 정부 출범 3년 차를 향해가는 시점에서 내부 단속을 강화하는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 민정수석실 성격 보면 ‘글쎄’
‘전 정권처럼 사정기관들 위에 군림하지 않겠다’고 했던 문재인 정부. 하지만 이번 충원을 놓고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민정라인이 다른 정부 때처럼 비대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비서실 산하 10개 수석비서관 가운데 하나이지만 민정라인이 가진 ‘힘’이 막강하다. 실제 민정수석실은 ▲민정 ▲공직기강 ▲법무 업무를 총괄한다. 특히 이 중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검증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검찰과 경찰, 국정원, 국세청, 감사원 등 이른바 5대 사정기관의 활동을 지휘한다. 정보를 통제하고, 그 중 범죄 사실 등을 추려 실제 조사 및 수사를 실시한다. 정권의 ‘칼’들을 모두 통제하는 자리인 만큼, 그야말로 공직사회의 중추이자 권력의 핵심이라는 얘기다.
실제 박근혜 정부도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실세’로 평가받는 인물들을 통해 정권의 칼들을 강하게 통제했다. 특히 ‘산케이 전 한국 지국장의 세월호 8시간 칼럼’ 수사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로비 리스트 폭로’ 사건 수사 과정에서 정부의 입맛대로 수사를 지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비대해진 인력 구조를 가지고, 각 사정당국에 대한 지휘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받는 이유다. 앞선 사정당국 관계자는 “결국 인력을 늘리는 명분은 ‘권력 부패 통제’라고 하지만, 저 인력을 언제 어떻게 다시 활용할지 모르지 않냐”며 “박근혜 정부 때도 민정라인의 힘이 막강했다. 문재인 정부도 비슷한 흐름을 밟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청와대 제공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해명 섞인 분석도 힘을 받는다. 정권 3년 차, 지지율 50%대가 위태로워지면서 사정당국을 통해 장악력을 높이려 한다는 풀이다.
청와대 민정라인 근무 경험이 있는 한 검찰 관계자는 “원래 모든 정부는 정권 2~3년 차가 되면 민정라인을 강화한다”며 “정권 3년 차가 되면 각 정부의 측근이었던 사람들 근처에서 ‘뇌물을 줬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성격의 뇌물 사건들이 터지곤 한다. 레임덕이 시작되는 신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그런 맥락에서 얼마나 현 정권 핵심과 가까운 인물이 결부됐는지에 따라 사건의 파급력이 달라진다. 민정라인 강화는 지지율이 50% 붕괴를 향해 가는 문재인 정부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 정치권에서는 ‘조국 수석’ 정치인 등판 분석도
조국 민정수석의 정치인 행보를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평도 나온다. 실제 조 수석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피력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25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법원의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 특별재판부 설치에 합의했는데 조 수석은 그보다 앞선 시점 직접 글을 쓰며 자신의 입장을 전달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사법농단 수사 관련 현직 판사의 글을 실명 비판했다가 ‘민정수석이 겉으로 드러나서는 안 된다’는 집중 포화를 받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조 수석의 페이스북 활동에 대해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이 정부의 공약을 추진해야 할 의무가 있고 사법농단에 대해서도 국민의 뜻을 전한 것”이라고 설명했고, 조국 수석 역시 “내가 자기정치를 한다는데, 황당한 풍문이다. 자신의 공개 SNS 글이 출마 등을 고려한 정치행위가 결코 아니”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치권 관계자는 “조 수석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여권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시절 민정수석을 역임했던 인물들이 문재인 대통령과 친문 실세 전해철 국회의원이지 않냐”며 “민정수석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예민한 정보를 통제하며 대한민국이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