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수익 최대 수백억 알려져…“그들도 잡히는 마당에…” 동일서버 사용 다른 불법 사이트 도미노 폐쇄
국내 최대 불법 만화사이트 ‘마루마루’가 지난 20일 폐쇄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사법경찰은 해외 체류중인 마루마루 운영자 ‘붕마루’를 소환해 조사할 계획을 밝혔다. 사진=마루마루 홈페이지
국내 최대 불법 만화 사이트 ‘마루마루’는 2013년 개설돼 5년간 성업(?)해 왔다. 최소 두 명의 운영자를 둔 것으로 파악되는 이곳은 한국에 정식 출판된 일본 만화는 물론, 아직 출판이 이뤄지지 않은 만화까지 불법 복제·번역해 사이트에 게시해 왔다.
정확한 운영 방식은 이렇다. 표면적으로 운영되는 ‘마루마루’라는 사이트를 앞세우고, 만화 자료를 게시하는 ‘와사비시럽’이라는 사이트를 별도로 운영했다. 회원들은 마루마루를 통해 만화 목록이 업로드된 것을 확인할 수 있지만 만화를 보기 위해 게시물을 클릭하면 와사비시럽으로 링크가 연결된다.
이들이 이런 복잡한 방식을 채택한 것은 국내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마루마루는 그저 ‘커뮤니티’나 ‘아카이브’처럼 운영될 뿐이고, 실제 만화 불법 복사본이 올라오는 사이트는 와사비시럽이기 때문이다.
우리 법에서는 단순히 ‘불법 사이트’로 이동하는 링크를 홈페이지에 게재한 것만으로 해당 홈페이지의 운영자를 처벌하지 않는다. 결국, 경찰이 마루마루 운영자를 체포하더라도 그가 와사비시럽의 운영자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그를 처벌하기 어렵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이런 이유로 마루마루의 주수입원인 ‘광고’ 역시 마루마루가 아니라 대부분 와사비시럽에 게시됐다. 마루마루 운영자가 잡히더라도 수익이 와사비시럽을 통해 발생했다면, 운영자가 동일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지 않을 경우 환수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마루마루는 주로 성인용품이나 불법 성인사이트 광고 배너를 게시해 수익을 올려왔다. 한때 운영자가 직접 “광고 수익 300억 원을 달성했다”며 홍보한 적도 있었지만, 이후 이 문구가 문제가 되자 다시 말을 바꿔 “실제론 80억 원인데 누가 300억 원이라고 말했는지 모르겠다”며 발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마루마루 운영자인 ‘붕마루’가 마루마루를 통한 광고 수익이 300억 원을 달성했다고 홍보한 사실이 알려졌다. 그러나 이후 다시 말을 바꿔 “80억원을 벌었을 뿐”이라고 정정했다. 사진=마루마루 홈페이지
대부분의 불법 사이트가 그렇듯 그 역시 해외 서버를 이용해 수사망을 피해 왔다. 마루마루는 북유럽 또는 미국, 와사비시럽은 서부 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 서버를 사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저작권법 위반만으로는 해외 공조 수사가 어려웠던 당시 국내 수사의 한계를 파고든 셈이다.
잡히지 않는다는 자신감 때문인지, 운영자는 마치 기업처럼 번역가와 식자(번역한 내용을 원본 만화 원고에 집어넣어 편집하는 것) 전문가를 고용해 더욱 세를 불려 나갔다. 이들은 관계자들만 접속할 수 있는 단체 채팅방을 통해 번역 지령을 받고, 번역한 원고를 운영자에게 넘겨주면 운영자가 이를 와사비시럽에 올리는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돼 왔다.
이처럼 국내 수사망을 비웃듯이 세를 확장하던 마루마루가 주춤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부터다. 만화를 게시하는 와사비시럽의 서버가 불안정해지면서 접속 불가 경고문이 뜨는 일이 빈번해졌다. 회원들이 “요즘 와사비시럽 서버가 이상하다”는 불만을 내비쳤지만 운영자는 침묵을 지켰다.
애초에 운영자는 수사를 피하기 위해 만화 게시용 사이트도 수차례에 걸쳐 변경해 왔던 바 있다. 와사비시럽은 그가 네 번째로 선택한 도메인 주소였다. 회원들은 이번에도 서버를 옮기거나, 도메인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시적인 트러블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약 2주 전부터 또 다른 움직임이 감지됐다. 서버가 정상화된 뒤에도 만화 번역이 전혀 올라오지 않았던 것. 당시 마루마루의 번역팀 사이에서도 “번역 원고를 운영자에게 보냈는데 만화가 올라오지 않는다”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후 11월 19일 새벽, 운영자가 직접 관계자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서 “우리 가게(마루마루) 폐점했습니다”라고 밝혔다. 그 직후인 20일 새벽을 기점으로 마루마루와 와사비시럽 모두 운영이 중단됐다.
갑작스런 폐쇄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지만, 미스터리가 풀리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 특별사법경찰관이 최근 마루마루의 핵심 관계자들을 소환해 저작권법 위반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해외에 체류 중인 운영자 ‘붕마루’에게도 출석 요구가 내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11월 19일 마루마루 운영자 ‘붕마루’가 관계자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서 폐쇄 소식을 알렸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한편, 마루마루가 폐쇄된 지난 20일을 기점으로 각종 다른 저작권법 위반 사이트도 순차적으로 운영을 중단하기 시작한 사실이 확인됐다. 먼저 국내 정식 출판된 라이트 노벨(젊은 독자층을 겨냥한 애니메이션 풍 소설) 등 소설 불법 복사 사이트인 ‘냥코스페이스’ ‘헬븐넷’ 등이 차례로 폐쇄됐다.
이들은 대부분 마루마루와 같은 미국 서버업체 ‘클라우드플레어’의 서비스를 사용해 왔다. 지난 15일 국내 경찰이 미국 국토안보부 수사청(HSI)의 협조를 받아 서버 내역을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이들의 덜미가 잡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은 홈페이지를 폐쇄하면서 “마루마루 운영자도 잡히는 마당에 우리도 안전하지 않다”라며 폐쇄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