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자와 소송에 국내 최고 로펌 선임, 권용원 회장 외유성 출장 등 잡음…“회원사에 승인 받고 내역 공개”
서울 여의도 소재 금융투자협회 건물. 박은숙 기자
문제가 커진 시작은 ‘집안싸움’이다. 금투협 준정년퇴직을 신청한 퇴직자들이 최근 퇴직 위로금을 지급하라고 금투협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적 대응에 나선 금투협이 법률대리인으로 법무법인 김앤장을 선임한 것. 회원사 회비로 운영되는 협회가 전 직원과 송사에 선임료가 비싼 것으로 알려진 김앤장을 선택한 게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에서는 김앤장에 금투협 전직 임원 A 씨가 고문으로 있는 것이 알려지면서 전관예우 차원의 일감 몰아주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금투협 관계자는 “소송이 진행 중이라 자세히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수임료는 전혀 과도하지 않았으며 이번 사건은 노무 관련 건이어서 김앤장에서 금융 분야를 담당하는 A 씨가 전혀 송사에 관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 외유성 출장 논란에도 휩싸였다. 금투협은 권용원 회장을 비롯해 교보증권, 대신증권,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키움증권, IBK투자증권 등의 대표이사가 포함된 대표단을 꾸려 지난 5~9일 미국 실리콘밸리와 시애틀을 방문했다. 출장 전 금투협은 대표단이 자본시장 혁신성장 모델을 발굴하고, 4차 산업혁명 관련 이슈를 점검하면서 혁신기업 투자 기획을 모색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설명과 달리 대표단은 출장 첫날부터 유명 관광지를 찾아 와인을 마시고 쇼핑을 하는 등 관광으로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견학과 세미나가 진행되는 나머지 일정도 채 2시간이 안되는 단순 견학과 강연으로 채웠을 뿐 틈틈이 지역 명소를 찾는 등 본래 목적과 거리가 먼 활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올해 증권업계는 ‘삼성증권 자사주 배당 오류 사고’와 ‘유진투자증권 유령 해외주식 초과 매도 사고’ 등 대형 사건·사고가 많았음에도 증권사 대표들이 함께 외유성 출장을 떠나 심각한 모럴 해저드에 빠졌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이번 출장은 일정 참가비를 걷긴 했지만, 금투협에서 자금을 댔다.
금투협은 업무질서 유지 및 공정한 거래를 확립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며 금융투자업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2009년 조직된 협회다. 증권사, 자산운용사, 선물사, 신탁사 등 정회원으로 이름을 올린 회사가 270여 곳에 이른다. 이들 금융사들의 국내외 지점만 1270개고, 임직원은 4만 6416명에 달한다.
정회원 외에 투자자문사, 보험,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 종금, 증권금융사 등 준회원(107개사)과 사무관리회사, 집합투자기구평가사, 채권평가사, 신용평가사 등 특별회원(24개사)까지 더하면 규모는 더 크다. 금투협은 이들 회원사가 낸 회비로 운영되고 있으며 회비 규모는 2015년 430억 원에서 이듬해 450억 원, 지난해 450억 원, 올해 465억 원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협회 임직원 임금과 관련해서도 지나친 ‘방만경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투협이 작성한 지난해 ‘사업보고서 및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금투협은 지난해 인건비로 219억 900만 원을 집행했다. 이는 금융업계 다른 유사기관보다 과도하다. 권용원 회장의 연봉은 6억 원으로,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연봉 3억 원의 2배다. 직원들 평균 연봉은 8300만 원 수준으로 생명보험협회(7800만 원), 손해보험협회(7600만 원), 여신금융협회(5400만 원) 등 다른 협회보다 높다.
업계 일부에서는 금투협의 방만경영 문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나 투자운용사 등의 경우 금투협 1년 회비가 부담되는 액수가 아니다보니 금투협에서 회비를 라이선스 등록비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회비를 내고도 금융사들이 금투협의 활동에 대해 관심을 크게 두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투협은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등 회계처리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앞서 보고서를 보면 금투협 사업비에는 업무추진비 3억 3500만 원이 포함돼 있다. 이는 권 회장을 비롯한 임원, 각 부서에 할당돼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질 뿐 정확한 사용 내역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금투협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금투협 관계자는 “금투협은 세금이나 공익자금을 재원으로 하지 않고, 공공기관이 아닌 사단법인이기 때문에 업무추진비를 대외적으로 공개할 이유나 의무가 없다”며 “업무추진비를 포함한 모든 협회 예산은 회원사 예산총회에서 승인받고, 외부 회계감사를 거쳐 결산을 하는 등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집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회비를 내는 회원사들에는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금투협이 한국의 투자금융시장을 분석하고 개선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은데 그 역할을 전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책무는 수행하지 않으면서 회원사들이 낸 회비를 방만하게 쓰니까 불만의 목소리가 더 크게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여유자금 운용계획 차일피일 왜? 금투협은 지난해 앞으로 3년 동안 1000억 원에 달하는 적립금을 외부에 위탁 운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017년 400억 원, 2018년과 2019년 각 300억 원씩을 집행하겠다는 것이다. 이 적립금은 증권업협회, 자산운용협회, 선물협회가 금투협으로 통합되기 전 모였던 금액이다. 여기에는 또 회원사들에 회비를 받아 사용한 뒤 남은 회비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투협은 설립 이래 적립금과 사업수익을 먼저 쓰고 회비를 사용, 미집행분은 회원사들에 돌려줬다. 그런데 2016년부터는 회비 미집행분을 돌려주지 않기로 했다. 적립금과 사업수익을 먼저 사용하던 기존 운용 방식을 회비와 사업분을 먼저 사용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과거에는 예산을 여유 있게 책정해 회비를 많이 걷었지만 2016년 이후부터는 쓸 만큼만 회비를 받아 거의 남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지난해 발표와 달리 올해 금투협은 여유자금 운용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 관련 논의가 멈추면서 올해 적립금을 운용해 줄 위탁운용기관 선정 작업에 나서지 않았다. 자연스레 내년 자금 집행 계획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금투협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에는 현재 금융시장이 좋지 않아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며 “여유자금을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운용계획은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웅] |